정부 코로나 대책에 30일까지 300인 이상 대형학원 운영 중단… "휴업으로 기숙학원 감염 위험 높아져"
  • ▲ 서울 강남구 종로학원 강남본원의 한 강의실에 20일 오후 '수학능력시험이 105일 남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권창회 기자
    ▲ 서울 강남구 종로학원 강남본원의 한 강의실에 20일 오후 '수학능력시험이 105일 남았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권창회 기자
    "일정 공간에서 안전하게 머물던 학생들이 흩어졌다 다시 모이면 감염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것 아닌가요?"

    기숙학원에서 대입을 준비하던 수험생들이 혼란에 빠졌다. 정부가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고위험군시설'을 대상으로 영업중단 명령을 내리자 기숙학원들이 일제히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이 전국 각지로 귀가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학부모들은 "감염 위험이 큰 지역사회로 학생들을 돌려보내는 게 과연 안전한 대책이 맞느냐"며 크게 반발했다.

    교육당국은 300인 이상 대형 입시학원들을 대상으로 오는 30일까지 집합금지 명령을 내렸다. 우한코로나 재확산세가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해당 학원들은 대부분 20일부터 학생들을 귀가조치하고 원격수업으로 전환했다.

    수능 D-104… 기숙학원 수험생 귀가조치에 현장 '혼란'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결정에 수험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12월3일 수능을 10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입시 준비에 차질이 생길 뿐만 아니라 학원 운영이 재개될 때 방역관리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기숙학원의 경우 외부와 접촉이 거의 없어 더 안전한 환경인데도 정부가 오히려 학생들을 위험으로 내몬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내 기숙학원에 다니는 한 재수생은 "코로나 사태의 위험성은 알겠지만 무조건 집으로 가라니 당혹스럽다"며 "수능이 103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부의 흐름이 끊길까 걱정된다. 원격수업을 집중해 잘 들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재수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여태껏 기숙학원에서는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며 "통학학원과 달리 외부와 철저히 격리돼 학부모로서는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숙학원에 있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면 오히려 감염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수험생의 학부모는 "학생들을 감염 확률이 높은 환경 속에 노출시키는 게 과연 안전한 대책인지 모르겠다"며 "전국에서 흩어진 학생들이 다시 학원에 모였을 때 집단감염이 발생한다면 누가 책임지느냐. 학생들이 학원 외부로 나가는 게 더 큰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기숙학원 운영 중단 언제까지?… "현장 고려한 세부대책 내놔야"

    원격수업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라는 점도 학부모와 수험생들의 걱정거리다. 행정명령 조치는 감염 확산 추이에 따라 연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달 30일까지 예정된 집합금지 명령이 장기화할 경우 수험생들의 입시 준비에도 큰 타격이다. 정부가 현장 특성을 고려해 세심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큰 이유이기도 하다.

    학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숙학원들은 외부 통제와 함께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운영해왔다"며 "정부의 이번 조치로 혹시나 외부 감염 학생들이 나올까봐 우려스럽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기숙학원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방침"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권 4년제 대학의 한 교육학과 교수는 "수능이라는 큰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에게는 정부의 조치가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가장 큰 문제는 정부 대책에서 확실히 정해진 일정이 없다는 것이다. 예측이 어려운 비상상황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번 세밀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