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박문' 4대 정권에 걸쳐 진행… 文정권은 '先 병력감축, 後 전력강화' 앞뒤 바꾼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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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심각한 군부대 해체 실태'라는 글이 SNS와 온라인에서 떠돈다. 글은 “세계 유일 분단국가에서 군부대 해체를 왜 하느냐”며 육군 2사단·27사단·23사단·28사단·20기계화사단·26기계화사단·30기계화사단 등 육군 중무장 사단을 거의 해체했다고 주장한다.
- ▲ 과거 육군 2사단 장병들의 혹한기 훈련 모습. 2사단은 산악지역을 맡은 3군단 부대들의 든든한 지원부대였다. ⓒ육군 제공.
글쓴이는 “파주에 사는데 두렵다”며 “주요 전방사단 해체를 보면서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고 잠도 못 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 블로그를 소개하며 “전 국민 모두가 알고 언제라도 대비하도록 퍼뜨려달라”고 부탁했다.
노무현 정권이 시작한 병력감축계획
블로그를 보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내용은 접경지역 상인들이 군부대 해체를 반대하는 모습들이다. 아래에는 연합뉴스·뉴데일리·강원도민일보·경향신문·이데일리·주간조선 등의 육군 조직개편 관련 기사가 링크 돼 있다.
블로그는 이어 문재인 정권의 실정을 열거하면서 이런 군부대 해체가 마치 최근 들어 시작된 것처럼 설명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일부 사실과 다르다. 블로그에 담긴 내용은 2004년 11월 노무현 정권이 내놓은 ‘국방개혁 2020’을 문재인 정권이 계승, 가속화한 것에 불과하다.
노무현 정권은 ‘국방개혁 2020’을 통해 2012년까지 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을 한국군이 독자 행사하도록 전환한 뒤 한미연합사를 해체하려 했다. 그러나 2008년 이명박 정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 계획은 일부 수정되고 연기됐다.
2014년 3월7일 국민일보에 따르면, 국방부는 2018년까지 병력 4만 명, 2019년부터 2022년까지 7만 명을 감축한다고 밝혔다. 2014년 당시 63만3000명이던 국군 병력을 2022년까지 52만2000명으로 줄인다는 내용이었다. 특히 육군은 49만8000명에서 38만7000명으로 줄어들게 돼 있었다. 이 내용은 국방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발표한 것이다.
오해하기 쉬운 ‘중무장 사단 해체’라는 말
글쓴이가 말한 ‘중무장 사단 해체’라는 표현은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사단 해체’라고 하면 보통사람들은 부대 자체가 해산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해체되는 사단병력은 인력이 모자란 다른 부대로 흡수돼 새롭게 편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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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지난해 4월 논란이 된 육군 제2사단 해체의 경우 병력은 인근 12사단과 21사단, 군단직할부대로 배속·편입되고, 사단 사령부만 경기도 양평으로 이동했다. 20기계화보병사단·23보병사단·27보병사단·28보병사단·30기계화보병사단 병력 모두 같은 과정을 거쳤다.
- ▲ 게이 페스티벌에 참석해 즐기는 스웨덴 병사들. 스웨덴은 2018년부터 징병제를 실시했다. 남녀 모두 징병 대상이다. 스웨덴 외에도 노르웨이, 네델란드, 북한, 이스라엘, 말레이시아 등 10개국이 남녀 징병제를 도입한 상태다.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문재인 정권의 국방개혁이 가진 진짜 문제
지난 정부 때부터 계속 추진해온 국방개혁이 왜 이제야 논란이 되는 걸까?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위수지역 확대로 장병들에게 독점적으로 장사를 못하게 된 접경지역 상인들의 반발을 꼽을 수 있다.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권의 국방개혁이 이전 정부와 순서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 점이 문제다. 이전 정부는 군 전력을 강화한 뒤 병력을 감축하는 식의 개혁이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은 병력 먼저 감축하고 전력은 추후에 강화하자는 방식으로, 앞뒤가 바뀌었다.
박근혜 정부의 국방개혁만 해도 군단 사령부가 사실상 야전군사령부 역할을 맡아, 공군의 화력 지원까지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전력 강화가 이뤄지기 전까지는 전작권 전환은 물론 부대 해체도 연기했다.덕분에 당초 2014~15년 4만여 명의 병력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2018년까지 연기할 수 있었다. 전작권 전환 또한 “한국군이 전작권을 행사할 역량을 갖출 때까지 연기하기로" 미국과 합의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였다.
박근혜 정부 때는 실제 전력 없는 지원조직이 대부분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 때까지 해체하려던 부대는 실제 전력이 없는 후방의 동원사단이나 지원조직이 대부분이었다. 3개 기계화보병사단도 해체 대상에 포함됐지만 전력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선택과 집중’을 위한 편제 개편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이 해체하는 부대는 다르다. 대상 부대는 최전방에서 비무장지대를 지키는 부대(2사단·26기계화보병사단), 그들의 뒤를 지탱해 주는 예비사단(27사단·28사단), 해안경계를 맡은 사단(23사단), 유사시 북진의 선봉에 설 부대(20기계화보병사단·30기계화보병사단)라는 점이 문제다. 반면 이를 대체할 전력은 ‘미래’에 순차적으로 갖출 예정이다. 물론 병력규모 역시 점차 줄어든다.
문재인 정권은 최전방 보병사단을 해체
문재인 정권이 이처럼 최전방 부대부터 예비사단, 북진의 선봉에 설 부대들을 해체해도 오히려 군 안팎에서는 잠잠한 이유는 징병 대상자와 예산 부족 때문이다.
징병 대상자는 2013년부터 본격적으로 감소되기 시작했다. 2015년 33만1000명이었던 연간 입영대상자는 2022년이면 23만3000명으로 줄어든다. 2039년에는 15만 명 이하가 된다.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가 국방개혁을 멈출 수 없었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국방부는 병역특례요원과 사회복무요원 정원 축소를 시도했지만 기업과 타 부처, 입영대상자의 반발이 컸다.
국방부는 결국 “병사 중심의 군 조직은 간부 중심으로 바꾼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재원 확보 등의 문제에 부딪혔다. 결국 지난해 9월 입영대상자 징병검사 기준을 바꿔 더 많은 청년을 입대시킨다는 계획을 내놨다.하지만 신체건강하고 똑똑한 청년들은 병역특례요원이나 대체복무를 선택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머릿수’만 채운다고 전력이 유지되겠느냐는 자조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장교와 부사관이 병사들에게 함부로 명령을 내릴 수 없는 ‘인권군대’로의 변신 또한 군 전력 약화에 한몫 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