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 의견 들어 제청' 검찰청법 무시, 윤석열과 논의 없어… 총장 권한도 축소할 듯
  •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성원 기자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언유착' 의혹을 받던 한동훈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의 수사 중단 및 불기소 판단으로 역풍을 맞았지만,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수사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더구나 검찰 인사가 코앞인 현재까지도 추 장관은 윤 총장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아 또 다시 '독단 인사'를 감행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여기에 법무부 산하 자문기구인 검찰개혁위원회의 '검찰총장 권한 축소' 권고안까지 통과되면 '허수아비 검찰'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비판이 크다.  

    수사심의위 존중하더니 갑자기 "제도 개선 필요" 

    추 장관은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수사심의위 결정을) 경청하되 법리와 증거에 따라 수사의 결대로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수사심의위가 검언유착 의혹에 휘말린 한동훈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 중단 및 불기소 처분을 내린 지 3일 만에 처음 입을 연 것이다. 

    추 장관은 "수사심의위원회에 검찰총장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부정할 수 없다"며 "검찰총장이 일방적으로 위촉하고, 위촉 위원에 대해서는 비공개하는 검찰 예규가 있다. 명실상부하게 검찰 수사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취지가 반영되도록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는 수사심의위 결정과 별개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계속 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한편, 수사심의위의 제도적 한계를 언급하면서 에둘러 권고의 무게감을 반감시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추 장관은 최근까지만 해도 수사심의위를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추 장관은 윤 총장이 검언유착 의혹의 당사자인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측 진정을 받아들여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자 즉각 중단할 것을 명령하는 대신 '수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그런데 막상 수사심의위마저 한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불기소‧수사중단 결정을 내리자 표정을 바꾼 것이다. 

    현재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휘권까지 발동하면서 한 검사장을 대상으로 한 수사를 밀어붙였던 추 장관의 책임론이 상당하지만, 추 장관은 이와 관련해서도 일언반구조차 없는 상황이다. 

    검사 인사 코앞인데 尹과 협의 아직 

    이런 가운데, 이번주로 예정된 검사 인사 절차에서도 추 장관의 '독단 인사'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분위기다. 

    법무부는 이번 주 후반 검찰인사위원회를 열고 검사장급 고위간부의 승진·전보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는 지난 1월 추 장관 취임 후 첫 인사만큼이나 대규모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서울·부산고검장, 서울남부지검장, 인천지검장 등이 사표를 내면서 현재까지 검사장급 이상 공석은 11석이다. 

    그러나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추 장관은 검찰 인사가 임박한 이날까지도 윤 총장과 단 한 차례도 논의하지 않았다. 현행 검찰청법 34조에는 '검사를 임명·보직할 때 법무부장관은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 제청한다'고 규정됐다. 

    앞서 추 장관은 지난 1월 취임 후 첫 인사에서도 윤 총장의 의견을 듣지 않고 인사를 강행해 비판받았다. 당시 추 장관은 한동훈 검사장 등 윤석열 총장의 최측근을 대거 지방으로 좌천시켰다.

    독단 인사도 모자라 '총장 권한 축소' 제도화 수순 

    설상가상으로 법무부는 법적 제도까지 수정해 검찰총장 권한 축소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법무부 산하 자문기구인 검찰개혁위원회는 전날(27일) '검찰총장 권한 축소' 권고안을 제출했다. 이 권고안에는 검찰총장 수사지휘‧감독권을 고검장‧지검장 등에게 분산하고, 검사 인사 때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진술 절차를 수정, 검찰총장 임명 다양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권고안대로라면 검찰총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이 일선 청으로 분산돼 즉각 총장의 권한은 크게 축소된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 보장은 권력 수사에 따른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한 취지인데, 이럴 경우 권력 수사에 따른 검찰의 순기능 자체도 무력화할 공산이 크다. 

    뿐만 아니라 검사 인사 때 법무부장관의 검찰총장 의견수렴 과정을 생략하고 비(非)검찰 출신 검찰총장 임명이 가능해질 경우, 사법기관을 향한 정부의 개입 여지가 커져 독립성이 훼손될 것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그럼에도 추 장관은 검찰개혁위의 권고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근 검찰개혁위가 권고안을 내면 법무부가 이를 수용하는 형태로 주요 현안들이 처리되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자문기구를 악용해 명분을 쌓은 뒤, 이를 받아들이는 형태를 일삼는다는 시각도 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최근 추 장관과 법무부가 벌인 일을 보면 검언유착 수사와 검사 인사로 윤 총장의 측근들을 잘라내고, 그것도 모자라 총장 권한을 약화하는 제도까지 정착시키려 한다"며 "동시다발적으로, 매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면서 검찰을 무력화하고 있다. 이건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관계를 떠나 정부가 검찰을 장악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