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준비단, 26일 회의서 '제한적 공개' 예외규정 검토… "국민 알 권리 우선, 정치적 악용 우려"
  •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뉴데일리DB
    7월 출범 예정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형사사건 피의자 포토라인 금지, 수사 상황 비공개 등 검찰의 현재 공보 시스템과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찰과 달리 공수처는 고위공무원 전담 수사기관이라는 점에서 고위공무원이 어떤 범죄 혐의로 어떻게 수사받는지 등 국민의 알 권리가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설립준비단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자문위원회의를 열고 향후 공수처의 수사 관련 공보 방식을 논의했다. 

    준비단은 이날 외부 자문위원들에게 '형사사건 비공개'와 관련한 의견을 요청했고, 자문위원들은 현행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을 참고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피의사실공표 금지 등 '조국 검찰개혁안' 채택할 듯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은 검찰 수사에 적용되는 법무부 훈령이다. 법무부는 해당 규정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형사사건 관련 수사 내용 공개를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공개소환 및 촬영을 금지하는 등의 규정을 시행 중이다. 

    형사사건 관련 공보 창구는 전문 공보관으로 한정되며, 예외적으로 중요 사건의 경우에만 형사사건공개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수사 상황을 공개한다.

    이는 지난해 10월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체제에서 만들어진 규정이다. '조국 일가' 관련 수사가 한창 진행될 때 '포토라인 폐지' '수사 상황 공개 금지' 등의 원칙이 세워졌고, 해당 규정의 1호 수혜자는 조 전 장관 등 그 일가였다. 이전만 해도 각급 검찰청 차장검사가 '티타임' 형식으로 언론에 수사 상황 일부를 알리는 방식이었다.

    현재로서는 이대로 검찰에 준하는 공개금지 원칙이 세워질 가능성이 크다. "자문위원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었다"는 전언이다.

    하지만, 고위공직자의 형사사건을 일반 피의자와 같은 기준으로 다루는 것에 비판적 시각이 많다.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취지는 본래 피의자의 인권 보호인데, 고위공직자 사건의 경우에는 특수성을 인정해 사생활 보호보다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헌 홍익법무법인 변호사(시민과함께하는변호사들 공동대표)는 "고위공직자의 형사사건은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돼야 하는 게 맞다"며 "언론의 자유, 취재의 자유를 보장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고위공직자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국민이 감시해야 하는 이유가 가장 크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준비단과 자문위는 이 같은 비판을 피해 기소 후 제한적으로 수사 상황을 공개하는 방향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또 다른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외규정'이 도리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제한적 수사 상황 공개?… "정권 입맛대로 할 가능성"

    이헌 변호사는 "아마 자신(정권)에게 불리하면 비공개할 것이고, 비판적 사람들에게는 '국민 알 권리에 속한다'며 공개할 수 있다"며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방침이 운영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장 문재인 정권의 레임덕이 시작되면 이 정권 고위공직자들의 비리 문제가 불거질 텐데, 혜택을 받는 것은 문재인 정권 인사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종민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전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장)도 "피의자의 수사 상황 공개 여부는 헌법상 무죄추정 원칙과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는 두 가지 부분이 충돌한다"며 "최근에는 피의사실공표로 인해 '여론재판'이라는 부작용도 크기 때문에 당사자(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이라면 고위공직자라도 기본적으로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수사상황 공개 금지를 원칙으로 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다만 "'비공개 원칙' 규정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정권이 보호하고 싶은 사람은 비공개, 반하는 사람은 공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것들을 국민과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자문위는 오는 6월30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에서 4차 자문위원회 회의를 열고 공수처의 수사 관련 공보 방식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