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 윤 당선인 횡령·사기 등 혐의로 검찰 고발… '기부금 사용처 파악'에 처벌 여부 달려
  • ▲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뉴시스
    ▲ 윤미향 전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뉴시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의 고발이 줄을 잇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지원을 이유로 '막대한' 기부금을 모금한 정의연의  회계부정 의혹 때문이다. 

    시민단체들은 정의연과 전 이사장인 윤미향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당선인 등을 업무상 횡령과 사기 혐의 등으로 고발했다. 윤 당선인이 기부금을 지정된 용도에 맞게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횡령과 사기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법조계에서는 윤 당선인의 법적 처벌을 위해서는 기부금의 구체적 사용처 파악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봤다. 기부금이 그의 사적 용도에 사용됐다면 실형도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14일 윤미향 시민당 당선인을 업무상 횡령·배임죄와 사기죄로 서울서부지검에 고발했다. 이로써 윤 당선인과 정의연을 대상으로 한 시민단체 고발 건수는 총 5건으로 늘어났다.

    앞서 11일 시민단체 활빈단이 횡령·사기 혐의로 정의연을 대검찰청에 고발했고, 12일과 13일에는 자유대한호국단과 행동하는자유시민이 같은 혐의로 각각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와 바른교육권실천행동은 '수요집회에서 청소년들을 정신적으로 학대했다'며 정의연을 아동 학대와 청소년보호법 위반 혐의로 12일 고발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5곳, 윤미향 검찰 고발… 횡령·사기 등 혐의

    시민단체들은 윤 당선인이 기부금을 지정된 용도에 맞게 사용하지 않은 정황이 뚜렷하게 드러났다며 그에게 업무상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오류가 있는 회계 내역을 공시하면서도 후원자들로부터 기부금을 모집한 것은 사기죄에 해당된다고도 지적했다.

    정의연은 11일 기자회견을 통해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년간 총 일반 기부수입 금액의 41%를 피해자 지원사업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나머지 59%에 해당하는 금액은 인건비와 수요시위, 장학사업 등에 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2017년을 제외하면 연간 피해자 지원금 비율이 10%에도 못 미치는 데다, 수혜 인원도 99명·999명 등으로 반복 기재되는 등 '미심쩍은' 대목이 다수 발견됐다. 기부금을 윤 당선인 개인 계좌로 받은 정황, 남편이 대표로 있는 '수원시민신문'에 기부금을 홍보비로 지출한 정황도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정의연 사건은 서울서부지검으로 이첩돼 수사 중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향후 수사 과정에서 정의연이 기부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 등 사용처 파악에 주력할 것으로 봤다.

    정의연은 "세상 어느 NGO가 활동 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며 사용처의 세부 내역 공개 요구를 거부했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윤 당선인이 사적으로 기부금을 쓴 내역이 발견된다면 실형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이미 드러난 혐의 중에서 윤 당선인이 이사장일 당시 자신의 남편이 대표인 수원시민신문에 홍보비를 지출한 것은 배임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경환 법무법인 가우 변호사는 "수사 과정에서 윤 당선인 등이 기부금을 사적으로 유용한 내역이 있다면 분명한 횡령"이라면서 "또 기부금을 받으면서 실제 사용한 용도와 다르게 설명했다면 사기죄도 성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수사기관에서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이헌 변호사도 "요즘에는 동창회를 할 때도 영수증 내역을 다 공개한다"며 "개인적으로 사용한 게 나오면 횡령·사기 혐의가 성립되며, 현재 보도된 남편 회사 홍보비 건도 부부는 경제공동체이기 때문에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기부금 횡령, 대부분 '실형' 선고… '기부금품법' 개정안 상반기 시행

    실제로 지난해 8월 윤항성 새희망재단 회장은 2014년부터 2017년까지 피해자 4만9750여 명으로부터 기부받은 모금액 128억원 중 127억26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기도 했다. 

    배우 고(故) 장자연 사건과 관련해 기부금 사기 의혹을 받는 윤지오 씨를 상대로 한 민사소송도 진행 중이다.

    시민단체의 기부금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으면서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기부금품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입법예고했다. 2018년 말 발표한 개정안에서 "기부자가 사용처를 궁금해할 때 성실하게 응대해야 한다"고 하는 등 모호한 기준을 고쳐 다시 입법예고한 것이다.

    새 개정안의 요지는 모집자가 게시한 사항만으로 기부금품 모집 현황이나 사용 명세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는 경우 추가 공개를 요청할 수 있고, 이때 모집자는 14일 이내에 기부자가 기부한 내역이 기재된 별도 공개서식을 제공하도록 했다.

    또 기부금 모집자는 기부금품 모집을 중단 또는 완료했거나 기부금품을 사용할 때 그 내용을 인터넷 홈페이지에 30일 이상 게시하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은 올 상반기 중 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