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文정부 또 왜 저러나" 한숨… "백신·집단면역 생기기 전까지는 긴장해야" 촉구
  • ▲ 용인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의 한 클럽. 영업 정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권창회 기자
    ▲ 용인 66번 확진자가 다녀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소재의 한 클럽. 영업 정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권창회 기자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가 120명에 육박하면서 정부가 그간 자랑해온 'K-방역'이 무색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지어 정부가 K-방역을 자화자찬하는 동안 지역사회감염이 은밀하게 진행됐을지도 모른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와 "정부가 방심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13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코로나19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온라인 외신 브리핑'을 했다. 이날은 이태원 클럽 관련 첫 확진자가 나온 다음날이다. 

    복지부·文대통령 'K-방역 자화자찬' 기다렸다는 듯...

    손영래 복지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국의 접촉자 추적 방식과 공격적인 진단검사 등을 감염병 차단의 핵심으로 꼽았다. 그러나 브리핑 다음날 이태원 클럽 관련 집단감염 환자가 15명으로 늘어나더니 9일에는 27명으로 늘어나 정부의 자화자찬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연설에서 "이미 우리는 방역에서 세계를 선도하는 나라가 됐다"며 "K-방역은 세계의 표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태원 클럽발 확진자는 54명으로 늘어났다.

    서울시와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13일 오전 10시 기준 이태원 클럽 관련 전체 확진자는 119명이다. 방역당국은 역학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확진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 

    '용인 66번 확진자' 가지 않은 곳에서도 확진자

    이번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사태는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들이 나타나면서 혼란에 빠진 모양새다. 우선 사태의 원인으로 꼽힌 '용인 66번 확진자'부터 감염 경로가 불분명하다. 그는 해외여행 이력이 없고 기존 확진자들과 접촉력도 없기 때문이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용인 66번 확진자가 방문하지 않은 이태원 클럽 '메이드'와 주점 '피스틸'에서도 확진자가 각 1명씩 발생했다. 이날은 이태원이 아닌 홍대 주점을 방문한 확진자도 발생해 우한코로나 바이러스가 이미 지역사회로 퍼져나갔다는 우려가 커졌다.

    의료계 "정부 자화자찬 섣부른 행동"

    의료계는 정부의 자화자찬이 섣불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용인 66번 확진자'가 이번 사태의 원인이 아닐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우주 고려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의 자화자찬에 "예전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가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고 말한 뒤에 신천지 사태가 터지지 않았나"라며 "박능후 복지부장관 역시 '코로나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다음에 구로구에서 콜센터 집단감염이 생겼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나라 살림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고민에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그러나 코로나 백신과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까지는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이번에 또 (자화자찬)하는 걸 보고 '대체 왜 저러나' 싶었다"고 토로했다.

    "구로 콜센터보다 확진자 더 많을 것" 우려

    최원석 고려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용인 66번 환자 이전부터 지역사회에서 발견되는 환자들 가운데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확진자들이 10%가량 됐었다"며 "일일 확진자 숫자가 한 자릿수대로 떨어졌을 때도 (용인 66번 확진자처럼) 드러나지 않은 확진자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금까지 (코로나 사태를) 잘 통제해온 것은 맞으나, 환자가 줄어든다고 느낄 때마다 새로운 지역사회감염이 발생했다"면서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이번 이태원 클럽 사태는 구로구 콜센터(전국 168명) 때보다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콜센터는 한 건물에서 일어난 집단감염이었지만, 이번 사태는 (감염원 간) 연결고리가 여러 곳이고, 환자가 다 드러나지 않을 가능성도 많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