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1~2주 개강 연기 권고만… 계절학기 등 수익사업 차질, 연수·학원 등 학생들 피해대책 없어
  • ▲ 서울 성균관대학교 건물 입구에 부착된 외부인 출입통제 안내문. ⓒ연합뉴스
    ▲ 서울 성균관대학교 건물 입구에 부착된 외부인 출입통제 안내문. ⓒ연합뉴스
    교육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겠다며 전국 대학에 최대 4주까지 개강 연기를 권고했지만, 대학가는 여전히 혼란에 휩싸였다. 같은 지역 대학들도 개강 연기 기간 등 학사일정이 다르고, 중국인유학생 격리 관련 대책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뒷북' 대처에 이어 명확한 기준 없이 대학에 대응책을 떠넘겼다는 지적이다.

    10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이화여대·중앙대·한국외대·한양대·세종대·동국대 등은 3월 초로 예정했던 개강일을 2주 연기했다. 광운대·서강대·서울대·성균관대·숙명여대 등은 1주 연기했다. 지방의 대학들도 잇따라 개강 연기를 발표 중이다. 우한폐렴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추가로 개강연기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힌 대학도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본지에 "많은 대학이 우한폐렴 잠복기간을 고려해 개강을 14일 연기했다"며 "15주인 1학기 수업도 12주 정도로 단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대학들, '교육부 권고' 1~2주 개강 연기… 학사 차질 불가피

    앞서 교육부는 5일 대학에 최대 4주까지 개강을 연기하도록 권고했다. 대학마다 중국인유학생 규모가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대학이 자체상황에 맞게 학사일정을 조정하도록 했다. 대신 개강 연기에 따른 수업일수(학점당 15시간) 결손은 보강·원격수업·과제물 등을 통해 보완하도록 했다.

    대학이 개강을 연기해 학사일정을 조정하려면 크게 두 가지 방안을 택할 수 있다. 개강일을 연기하면서 종강일을 포함한 모든 학사일정을 동시에 미루는 방안과, 개강을 늦추되 수업일수를 줄여 1학기 종강 시기를 종전과 비슷하게 맞추는 것이다. 현행법상 대학은 연간 수업일수(30주) 가운데 2주까지 감축할 수 있다.

    대학들은 교육부 권고사항인 4주 범위 내에서 개강 연기를 결정하고 학사일정 조정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문제는 같은 지역 내에서도 대학마다 학사일정이 제각각이고, 종강일 등 아직 정확한 학사일정을 알 수 없어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는 점이다.

    경희대 외국어대학에 재학 중인 24세 A씨는 “방학 때 여행 겸 어학연수를 계획했는데 아직 종강 관련 공지가 나지 않아 일정을 짤 수 없다”며 “평일 저녁과 토요일에는 알바와 학원에 가야 하는데 수업 보강이 그때 이뤄지면 억지로 일정을 조율해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개강 연기를 결정하지 못한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도 당연히 개강 연기를 검토 중이나, 최대한 재정적 손해를 줄이기 위해 신중히 결정하려고 한다”며 “개강을 연기하면 계절학기나 어학당 운영 등 대학의 유일한 수익사업도 차질을 빚게 돼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중국 방문 학생을 대학에서 격리수용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도 순탄치 않다. 대부분의 대학은 중국 방문 학생 격리공간으로 기숙사를 활용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학들은 기숙사 공간이 부족해 수백 명에 달하는 중국인 학생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고, 이들 학생의 학교 밖 생활까지 관리하기에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중국 방문 학생 기숙사 격리수용 거의 불가능"

    서울 4년제 대학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대학들은 대부분 기숙사가 부족해 중국인 학생을 수용할 적절한 대책이 없다”며 “학생들이 학교의 모니터링 범위 밖에 있을 경우 대학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유학생이 많은 또 다른 서울 4년제 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기숙사 수용비율은 10%도 채 안 되는데 교육당국은 개강 연기 권고만 하고 이후 책임은 전부 대학에 떠넘기는 듯하다”며 정부가 나서서 중국 방문 학생을 격리수용할 세부 방안과 공간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문대학의 한 관계자는 “학사일정 연기를 대학들이 결정하기에는 부담이 크니 정부가 명확한 지침을 내려달라고 지난달 말 교육부에 요청했다”며 “본격적으로 중국인유학생 입국이 몰리기 전에 교육당국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했는데, 교육부는 일주일 만에 개강 연기 권고조치를 내리면서 안일하게 대처했다”고 비판했다.

    한편 교육부가 지난 5일 대학에 4주 이내 개강 연기를 권고하기 전에 이미 중국인유학생 1만여 명이 입국해 대학 인근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이 같은 사실을 각 대학에 통보한 뒤 소재지 등 현황을 파악해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교육부는 이번 주 내 중국 방문 학생 관리 가이드라인을 각 대학에 배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