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모씨, 지난해 7월~11월 '반성문 10회' 최다 제출정준영 "단톡방 대화, 증거능력 없다"며 일부 혐의 부인
  • 만취한 여성을 집단성폭행하거나 몰래 촬영한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이 22일 현재까지 총 19차례 반성문을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 중에서 가장 무거운 형량을 선고받은 정준영(31·구속·사진)은 단 한 번도 반성문을 내지 않아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유리 오빠' 권모 씨, 반성문 10회 제출 '최고 기록'

    특수준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가수 최종훈(30·구속·전 FT아일랜드 멤버)은 지난해 8월 16일부터 올해 1월 17일까지 총 여섯 차례 반성문을 재판부에 냈다. 8월부터 매달 한 번꼴로 반성문을 제출한 최종훈은 지난해 징역형을 선고받을 때에도 '오열'을 터뜨리는 등 피고인 중에서 가장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강간미수·준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권OO(33·구속) 씨는 지난해 7월 8일부터 11월 26일까지 총 열 차례 반성문을 냈다. 피고인 중에선 단연 최고 기록이다. 7월엔 네 차례, 11월엔 세 차례 반성문을 내는 등, 재판 초기와 선고를 앞둔 시점에 '몰아치기'로 반성문을 제출했다. 당초 징역 10년을 구형받았던 권씨는 재판 과정에서 특수준강제추행, 몰카 혐의가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형량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준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김OO(클럽 '버닝썬' 전 직원·구속) 씨는 총 두 차례, 특수준강간 등의 혐의로 징역 8월(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허O(YG엔터테인먼트 전 직원) 씨는 한 차례 반성문을 제출했다.

    정준영 측 "단톡방 대화, 증거능력 없다" 공소사실 불인정


    피고인 중 유일하게 반성문을 내지 않은 정준영은 재판 과정에서도 (변호인을 통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였다" "위법하게 수집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논리를 펴며 시종일관 검찰과 맞서는 모습을 보였다.

    정준영이 자백하고 반성한 혐의는 '몰카' 행위뿐이었다. 그는 1심 재판에서 "여성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하고 이를 유포·공유한 혐의는 모두 인정한다"며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자신의 범죄 사실을 인정했다.

    물론 반성문을 낸 다른 피고인들도 여전히 일부 혐의에 대해선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23일 재판부에 낸 항소이유서를 통해 피해자와의 성관계 사실을 전면 부인하거나, 설령 성적 관계가 있다 하더라도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항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 "항소이유 불명확… 추가 제시하라"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21일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피고인들이 한 행위들이 정상적인 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인지, 아니면 피고인들이 다른 여성들과의 관계에서도 이런 식으로 한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며 "범죄가 아니라는 항소이유를 구체적으로 제시해달라"고 주문했다.

    재판부가 "향후 재판에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물(카카오톡 대화록)이나 피해자들의 당시 상태(심신상실 혹은 항거불능)에 대한 판단도 법리적으로 다시 해보겠다"고 밝힌 이상, 이대로 항소가 기각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항소이유를 소상히 밝히라'는 항소심 재판부의 요구가 피고인 측에 안 좋은 시그널인 것은 분명하다.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 피고인들이 차기 공판에서 추가 증거나 구체적 논거를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차기 공판은 내달 4일 오후 4시 30분 서울고등법원(제12형사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