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명분과 실리' 오락가락 결론 못 내… 원론적 이야기 되풀이하면서 논의, 또 논의…
  •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 청와대 본관. ⓒ뉴데일리 DB

    정부가 미국과 이란 간 일촉즉발의 충돌 위기에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와 정부는 긴급대책회의를 열었지만 뾰족한 대응방안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6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에게 “안보상황은 물론 현지 교민 안전과 원유 수급 등에 대해 면밀히 살펴보라”며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장관도 동참하라고 지시했다.

    청와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는 이날 오후 회의를 열고 "상임위원들은 최근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에 깊은 우려를 표하고, 중동 정세의 안정을 위한 국제사회 노력을 통해 역내 정세가 조속히 안정되기를 기대했다"며 "이와 관련 역내 우리 국민과 기업의 보호, 선박의 안전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하고, 동 지역 정세 안정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도 검토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제적 노력에 기여하는 방안'으로 청해부대의 작전반경을 넓혀 호르무즈해협 파병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했다. 이번 공습으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정부는 한미동맹 강화라는 '대의명분'과 중동 원유의 안정적 확보라는 '실리추구'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이란 '호르무즈 봉쇄' 시 한국 피해 우려

    이란은 군부 실세 거셈 솔레이마니가 제거된 뒤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보복 카드로 내세울 조짐이다. 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수송량의 30%가 지나는 곳이다. 한국이 수입하는 석유 가운데 80%가 중동산이고, 그 중 99%가 호르무즈해협을 지난다.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면 한국은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된다.

    솔레이마니의 고향으로 알려진 케르만 지역 혁명수비대의 골라말리 아부함제 사령관은 지난 4일(현지시간) 관영매체와 인터뷰에서 “호르무즈해협·오만해·페르시아만을 지나는 모든 미국 선박이 우리가 타격할 수 있는 사정권에 있다”고 주장했다. 

    아부함제 사령관은 “호르무즈해협은 미군 항공모함이 지나다니는 곳이고, 세계 원유 수송량의 상당부분이 지나는 해로”라며 “호르무즈해협이 우리의 사정권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거듭 위협했다.

    이 같은 위기에 정부는 대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청와대는 "NSC 상임위원들은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최근 중동 정세와 관련, 원유·가스시장 동향을 보고받았다. 중동이 우리나라 원유·LNG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석유·가스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총력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구체적 방안 없이 원론적 방침만 내놓은 것이다.

    국방부 "파병 정해진 건 없다"

    국방부 관계자는 7일 파병 여부와 관련해 "정해진 건 없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국민 안전과 관련된 유사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섣불리 파병할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파병보다 낮은 단계의 조치를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외교부도 지난 5일 조세영 제1차관이 주관하는 대책반을 설치하고 회의를 연 데 이어 6일에는 홍진욱 아시아-중동국장 주재로 관계부처 실무대책회의를 가졌다. 외교부는 “관계부처 간 유기적 협조 아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전방위적 대응책을 지속 논의, 강구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확실한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현재 이라크 체류 한국인은 1600여 명으로 파악됐다. 이란에는 290여 명, 이스라엘 700여 명, 레바논에는 150여 명이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과 이라크에서는 현지 교민이 신속히 철수할 수 있도록 선박과 항공편 등 이동수단 준비를 마쳤고, 실제 철수 상황을 염두엔 둔 점검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