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긴장 완화 협력해달라"… 시진핑에 매달린 文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북미 대화가 중단되고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는 최근 상황은 우리 양국은 물론 북한에게도 결코 이롭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의 '성탄절 도발'이 예상되는 등 한반도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중국의 역할론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북핵 문제로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거론하며 “모처럼 얻은 기회가 결실로 이어지도록 더욱 긴밀히 협력해가길 희망한다”며,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해 중국의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시 주석은 “우리는 양자 관계가 보다 더 좋은 발전을 할 수 있도록 실현하고, 지역의 평화, 안전, 번영을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체제를 수호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넓은 공감대가 있다”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잠시 서로 섭섭할 수는 있지만 양국의 관계는 결코 멀어질 수 없는 유구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촉발된 '한한령' 해제도 언급했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이 강조한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힘을 싣는 한편, 무역분쟁 중인 미국을 겨냥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강조 메시지를 내놓았다.

1년 전 시진핑 '맹자' 덕담 꺼낸 文… 미북 대화 간절함 반영

문 대통령은 또 "맹자는 천시(天時)는 지리(地利)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人和)만 못하다고 했다"며  "한·중은 공동 번영할 수 있는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진다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구절은 맹자 '공손추' 하편의 첫 문장으로, 시 주석이 지난해 11월 한중 정상회담 모두 발언에서 먼저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의 덕담을 재인용한 것은 한중 간 협력을 통해 미북 비핵화 대화판이 깨지는 것만은 막아야 한다는 간절함을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시 주석은 “중한 양국은 아시아에서 나아가서 세계에서 무게감과 영향력이 있는 나라”라고 평가하며, “현재 세계의 100년 동안 없었던 큰 변곡에 대해서 우리는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심화시키고 발전시켜서 양국의 공동된 이익을 수호하고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발언 속 ‘변곡’은 미국발 보호 무역주의 등을 언급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내년 상반기 시 주석의 방한을 공식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