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후보엔 자유한국당, 정당투표엔 비례한국당… 이렇게 되면 비례대표 석권 가능'
  • ▲ 17일 오후 서울 국회 앞 여의대로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수처 설치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 17일 오후 서울 국회 앞 여의대로에서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공수처 설치 및 연동형 비례대표제 반대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4+1 협의체'가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법 개정안을 놓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동상이몽이다. 밥그릇싸움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는 상황에서 '4+1협의체' 당사자들은 이렇다할 답변이나 대응을 하지 못했다. 사실상 내 밥그릇 챙기기임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들은 왜 서로 손을 잡았으면서도 속으로는 다른 꿈을 꾸는 걸까? 바로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이다. 이들이 날치기로 강행처리하려는 선거법 개정안의 핵심이 바로 정당별 의석수를 정당득표율에 연동해 할당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지역구 당선자가 총 할당 의석수보다 적으면 비례대표 의석이 그만큼 더 배분되는데, 전체 득표율에 따른 총 의석수보다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면 비례대표 의석은 하나도 못 가져가게 된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서로 손가락질하며 '후려치기' '공천장사' '알박기' 등의 막말을 쏟아내는 이유다.

    '위성정당' 창당해 정당 득표 흡수…  꼼수에 맞서는 묘수?

    이러한 상황에서 자유한국당 처지에서 일종의 '묘안'으로 등장한 게 바로 비례대표 위성정당이다. 순서를 설명하면 이렇다. 예를 들어 '비례한국당'을 창당한 뒤 지역구에는 후보를 내지 않는다. 그 다음엔 자당의 지지자들에게 지역구 투표에선 몸통정당에, 정당투표에서는 비례대표 위성정당에 투표하게끔 독려하고 호소한다. 

    한국당 지지자들이 이 호소에 충실하게 따라 지역구에서는 한국당 후보를 찍고, 정당투표에서는 '비례한국당'에 투표한다면 한국당은 의석수를 극대화할 수 있다. 꿩 먹고 알 먹기라는 말이 나올 법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내에선 위성정당 또는 자매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논의가 꾸준히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의석수와 투쟁의지만으로는 선거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내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역이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일례로 홍준표 전 한국당 대표는 지난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역이용하면 보수우파가 오히려 선거에 승리할 수 있는 길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16일에도 "우리도 비례대표 자매정당을 창당해 비례대표를 석권할 수 있는 비책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경고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비례한국당' 당명 선관위 등록… 한국당과 손잡으면 역전승?

    한편으로는 '몸통'정당의 의사와 상관없이 비례대표 의석을 노린 '위성정당'이 몸통정당과 유사한 당명으로 총선에 참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비례한국당'이라는 당명은 이미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상태다. 최인식 비례한국당 창당준비위원장은 한 방송과 인터뷰에서 "공교롭게도 한국당 내에서 비례선거를 위한 정당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처음 나온 직후인 지난 10월 말께부터 창당을 추진했다"며 "비례 정당득표만으로 자유한국당과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위원장은 이미 통일한국당이라는 이름으로 2016년 총선에 참여했고, 통일한국당은 2017년 대선에서 남재준 전 국가정보원장을 대통령후보로 추대했던 이력이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선관위에 등록된 비례한국당은 한국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며 관련성을 부인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이 서로 협력한다면 홍 전 대표의 말이 실현될 가능성은 높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과 군소정당이 만들어낸 기형적인 '4+1 꼼수' 때문에 황량하기만 했던 한국 정치판에서 모처럼 흥미진진한 실험이 시작될 조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