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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후 서울 구로구의 에이스하이엔드타워 구내식당을 찾아 직장인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하며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서울 구로구에서 직장인들과 점심 및 티타임을 가졌다. 시민과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다는 설명이었지만, 지난달 진정성 논란을 빚었던 MBC '국민과의 대화' 때처럼 현 정부 들어 심화한 부동산 폭등이나 경제난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은 빠졌다. 미리 짠 각본대로 진행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구로구의 중소벤처기업이 밀집한 건물 구내식당에서 배식받고 워킹맘·경력단절여성·장기근속자 등 14명과 한 테이블에 앉았다. 참석자들은 박수로 문 대통령을 환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테이블 주변에 사람들이 몰려 휴대전화로 사진을 촬영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펼쳐졌다.
문 대통령은 "일반 시민들과 점심을 하는 것은 처음이다. 같이 점심도 하면서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점심 미팅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홍보하는 목적에 맞게 진행됐다.
자신을 워킹맘이라고 소개한 최모 씨는 "저희 회사는 지금 주 4.5일제를 시범적으로 운영하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에 많이 도움이 되고 있다"면서 "막상 애가 아프다거나 이럴 때는 맡길 데가 마땅치 않아 막막하다. 현실적인 제도가 좀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가정 지원법 통과됐다" 발언에... 참석자들 박수
이에 관련 부처 책임자로 동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오늘 관련 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며 "예를 들어 육아를 위해 부부가 같이 휴직할 수 있고, 가족을 돌볼 필요가 있을 때 한 달 전에 신청하면 쓸 수 있게 이런 관련 법을 대통령께서 의결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문 대통령은 "요즘에는 생각보다 (아이 키우는) 아빠들이 많이 늘어났다"며 "아빠가 옛날처럼 눈치 보여서 육아휴직을 못한다거나 이런 일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점심에 이어 커피숍에서 진행된 차담회에서 신입사원 이모 씨는 "입사했을 때 정부에 정말 감사한 제도가 있더라. 중소기업 입사자들 대상 '내일채움공제'라는 것"이라며 "중소기업으로서도 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그런 옵션을 정부에서 제공해줌으로써 인력을 더 추가적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효과는 분명히 있다"고 치켜세웠다.
"내일채움공제 좋은 제도" 칭찬에... 농담... 웃음바다
이씨는 "이게 매우 좋은 제도라고 생각한다"며 "2년짜리의 경우 2년간 중소기업에 다니면 저는 300만원을 내면 정부에서 1600만원 지원해주고, 3년짜리는 더 큰 범위에서 지원해주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5년짜리는 더 좋잖아"라고 농담을 던졌고, 좌중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씨는 다만 공제제도의 가입 여부 선택기간 2개월이 짧게 느껴졌다는 애로사항을 밝혔지만, 다른 참석자가 즉시 "지금 6개월로 늘었다"고 설명함으로써 대화는 무탈하게 마무리됐다.
이날 청와대 측은 '대통령과의 점심' 참석자들을 미리 남녀 동수로 나누고, 세대별로도 60대부터 10대까지 골고루 배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질문 내용에 대한 '사전 검열'을 마쳤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