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SPAF' 국내 초청작, 오는 17~20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공연
-
- ▲ 고선웅 연출.ⓒ예술경영지원센터
"절망하는 것에 끝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지만, 결국에는 절망을 통해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전 원작을 재해석한 극공작소 마방진의 '낙타상자'가 '2019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국내 초청작으로 선정돼 오는 17일부터 20일까지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된다.'낙타상자'는 중국 근대문학사의 대표 작가 라오서(1899-1966)가 쓴 1937년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1930년대 군벌들의 전쟁시대를 배경으로 베이징에 사는 젊고 성실한 인력거꾼 상자의 비참한 일생을 그린다.주인공 상자는 열심히 번 돈으로 새 인력거를 장만하지만, 전쟁통에 빼앗기고 병사들에게 잡혀 끌려간다. 상자는 야밤을 틈타 삼노끈 하나라도 주워오는 심정으로 털 빠진 낙타 3마리를 끌고 도망친다. 하지만 낙타들은 중고 인력거 한 대 값에도 미치지 못하고, 이를 계기로 상자는 이름 앞에 '낙타'라는 별명이 붙는다.또 다시 돈을 벌어 인력거를 마련한 상자의 불운은 계속된다. 사랑하는 연인은 아버지 노름빚에 팔려가 자살하고, 난산을 겪던 아내는 의사를 부를 돈이 없어 아이와 함께 죽는다. 평생 "다 가짜야, 인력거만이 진짜야! 다 가짜야, 돈만이 진짜야!"를 외치던 상자는 결국 죽음만이 진짜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
- ▲ 연극 '낙타상자' 공연 장면.ⓒ서울연극협회
"사건 위주가 아닌 한 인물의 인생 서사를 보여주는 점이 좋았다. 이야기가 우리 시대에 닿아 있다. 이력서를 수없이 내지만 떨어지고, 집을 장만하려고 돈을 모으면 또 집값이 오르지 않나. 우리가 생각하는 희망, 꿈은 녹록하게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공간이 달라도 하층민에게 삶은 언제나 부조리하고 불합리하다."지난 5월 '제40회 서울연극제'에서 초연을 올린 '낙타상자'는 중원눙의 경극본을 고선웅(51) 연출이 각색했다. 시공간의 구분이 없는 무대에서 절제된 양식으로 중국 고전의 재현이 아닌, 경극 대본 특유의 운문 대사를 살려 재치와 유머가 깃들어 있다.고 연출은 상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을 통해 당대 하층민들이 마주한 잔혹한 수탈과 참상을 생동감 있게 담는다. 하층민의 삶을 비관하기보다 불행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들며, 현재 상황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시대를 조명한다.그는 "고전은 현대를 만날 때 울림이 있어야 하고, 그런 의미에서 시의성이 있는 작품"이라며 "상자에게서 희망을 찾지 않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나는 괜찮구나' 하고 통찰할 수 있다. 추락하는 중은 아직 추락한 게 아니기 때문에 희망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출은 연극 '푸르른 날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칼로막베스', 뮤지컬 '아리랑' '광화문 연가',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흥보씨', 오페라 '1945'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이며 극공작소 마방진의 예술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사람은 누구나 연민, 측은지심이 있다. 상자를 보고 그런 마음이 안들면 이상한 거다.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 진보 성향에서 보수적으로 변해가듯이, 상자는 인력거를 희망으로 보지만 나중에는 먹고 사는 것만 눈에 보인다. 인생은 그런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