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민간어린이집 부모부담 보육료 여전… 文 정부 무상보육 '낙제점' 비판
  • ▲ 어린이집 아동들이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 ⓒ뉴시스
    ▲ 어린이집 아동들이 간식을 먹고 있는 모습. ⓒ뉴시스
    “아이가 가정어린이집에 다니는데 기타 특별활동비 명목으로 자부담금이 매월 10만원 이상 들어가요. 보육료가 꾸준히 지출되니 말은 무상보육이라고 하지만,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어요.”

    인천에서 3살 된 아이를 키우고 있는 A씨는 자녀 계획에 대해 걱정이 많다. 둘째까지 태어나면 보육료를 두 배로 부담해야 한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앞이 캄캄하다는 거다. 2013년부터 영유아 무상보육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A씨와 같이 보육료 부담을 느끼는 가정은 수두룩하다.

    정부가 추진 중인 무상보육 정책이 실제 보육현장에서는 큰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국공립어린이집을 제외한 미지원 어린이집의 경우 부모와 운영자가 여전히 상당한 보육료를 부담하고 있다.

    미지원 어린이집 부모부담 보육료… 무상보육 정책 실효성 의문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최근 공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가정과 민간어린이집 등 미지원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가정이 부모부담 보육료를 별도로 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연령별로 매월 4만 9000원에서 12만 8000원까지, 연간 58만 8000원에서 153만 6000원 정도가 각 가정의 추가 부담분이었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19년도 보육사업안내에는 미지원 시설을 이용하는 유아에게 발생하는 어린이집 보육료 수납액과 정부지원 보육료의 차액만큼 부모로부터 부모부담 보육료 수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부모부담 보육료를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으나 전부 해당되지는 않는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48개를 제외한 180개 시군구만 부모부담 보육료를 지원한다. 이로 인해 미지원 시군구의 부모는 직접 부모부담 보육료를 내고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 정부는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과 교육’이라는 전략 하에 무상보육 정책을 추진 중이지만, 정책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최도자 의원은 “영유아보육법에 무상보육을 규정하고, 현 정부가 국가가 책임지는 보육 전략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모부담 보육료가 존재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며 “국가에서 보육료를 전액 지원하고 부모부담 보육료를 폐지해 무늬만 무상보육이 아닌 진정한 무상보육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실 외면한 정부 지원 보육료… 민간어린이집은 ‘찬밥’ 신세 

    가정뿐만 아니라 민간어린이집 운영자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낮은 보육료와 현실성이 떨어지는 지원구조로 운영난에 허덕이는 곳이 많기 때문. 어린이집 보육료는 표준보육비용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예산의 범위 내에서 정해진다. 그러나 표준보육비용은 참고자료만 될 뿐, 실제 보육예산 책정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3세 반의 경우 표준보육비용이 43만 2000원인 것에 반해 정부 지원 보육료는 29만 8000원에 불과하다.

    가장 큰 문제는 인건비다. 어린이집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고려해 정원을 채워야만 보육료를 받을 수 있다. 특히 민간 어린이집 관계자들은 “인건비 비중이 전체 지출 가운데 제일 높다”며 “인건비를 제외하면 예산이 남지 않아 보육·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김포에서 가정어린이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누리과정 보육료는 올해까지 7년째 동결되고, 보육료가 최저임금 인상률에 미치지 못했다”며 “프로그램 운영비나 간식비, 교사 복지 등에 질을 높여야 하는데 인건비로 너무 많은 비용이 나가서 이외의 지출을 줄일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서울의 한 민간어린이집에서 2년째 근무하고 있는 교사 이모 씨는 “아동의 수가 줄고 있어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맞추기 점점 어렵다”며 “지원 금액이 늘지 않는 한 보육·교육의 질과 교사들의 복지도 개선되기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보육·교육 질 저하 우려… 보육료 현실화·제도화 시급

    상황이 이렇다보니 민간어린이집을 이용하는 부모도, 교사와 운영자도 모두 보육 정책에 불만을 품는다. 정부가 민간어린이집에 대한 차별적 기준을 없애고 보육료를 정상화해 정책의 효과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완전한 무상보육을 실현하려면 적정 보육료를 보장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조언한다.

    이용환 혜전대 사회복지과 교수는 “보육시설은 국가 재정을 투입해 공무원들이 해야 할 일을 민간에 위탁한 것”이라며 “정부에서 보육료를 현실화하고 공무원 수준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줘야 안정적인 보육이 이뤄질 것”이라고 제언했다. 

    수도권의 한 보육학과 교수는 “미지원 시설인 어린이집도 인건비를 국공립어린이집과 동일하게 지원해줘야 한다”며 “보육료가 표준보육비용 이상으로 편성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