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전문가' 권신일씨, <협상5> 통해 '북핵협상' 학술적 분석
  • ▲ 권신일의 '협상'5는 협상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협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 시간의물레
    ▲ 권신일의 '협상'5는 협상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협상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 시간의물레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북 실무협상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요즘이다. 북미 핵협상은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3대에 걸쳐 내려온 북한의 협상력과 협상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협상력이 맞붙는 치열한 전쟁터다. 이 전쟁의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이고, 그에 따른 부담은 누가 질 것인가?

    지금은 협상의 시대…‘협상’에 대한 이해를 넓혀라

    우리는 미국과의 무역, 방위비와 같은 외교를 비롯해 기업, 노조, 지방정부에 이르기까지 협상에 의한 시대에 살고 있다. 신간 ‘협상5’는 현재 진행 중인 북핵협상을 '협상학'이란 맥락에서 학술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저자 권선일(에델만 갈등협상연구소 ECCL 대표)은 “협상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다”라며 “협상이라는 단어를 워낙 어렵게 생각해 ‘북핵 협상’을 중심으로 협상의 중요성과 원칙을 설명했다”고 했다. 

    우리는 여야 협상, 임금 협상, 무역 협상 등 ‘협상’이라는 단어를 매일 접한다. 하지만 아침에 학교가기 싫다는 아이를 깨우고 달래는 일상도 협상이고, 회사에서의 회의, 거래처와의 상담도 직장인들의 협상이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협상을 일부 전문가나 법률가들의 전유물로 취급하고 그 결과에만 관심을 갖는다. 결국 개개인의 협상 역량 강화에 소홀할 뿐 아니라 협상 역량 강화에 대한 학교와 사회의 지원도 취약하다. 

    이 같은 결과는 외국이 한국과의 협상을 매우 쉽게 여기는 상황까지 끌고 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처음 주한미군 주둔비를 1조 원으로 높인데 이어 내년에는 6조 원을 요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5년마다 약 3~5%씩 올렸던 비용을 1년 만에 6배로 요구하는 셈이다. 보수, 진보 진영 모두 적잖게 놀랐고, 일부에서는 주한미군철수론까지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트럼프의 일상적인 '협상 테크닉'이란 점을 알고 나면 적절한 해법도 찾을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트럼프가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밝혔듯 협상을 놀이로 생각하기 때문에 ‘안보’나 ‘혈맹’과 같은 논리에 집착하는 건 금물이다. 한국 특유의 급한 성격대로 미군철수론을 언급하는 것은 최후에 쓸 비장의 카드를 너무도 쉽게 던져놓는 셈이다. 실제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를 알고 그 방법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협상의 중요성… 간절함은 쉽게 드러내지 말아야

    우리는 협상에 있어 부끄러움을 모를 때가 많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당시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이 북한에 특사단으로 파견될 때 모든 언론은 ‘간절함을 안고 간다’고 보도했다. 그 내용은 주요국 한국 주재원들에 의해 본국에 보고됐을 것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간절히 사고 싶다고 드러내는 것은 ‘나는 호구요’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부르는 값을 다 주고 사면서도 오히려 감사하다고 해야 한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이는 단순한 개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잘못 때문은 아니다.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 인구수는 2배 적으면서도 연간 소송 건수는 일본의 소송 건수에 비해 6배가 넘는다는 통계치(대한만국 변호사협회, 2017년도) 속에 그 답이 있다. 우리는 보통 욱하는 성미에, 타인을 잘 믿지 않는다. 소위 세계적 명문대를 졸업한 젊은층 중에도 외국인을 상대로 영어로 차분히 설득하거는 것이 미숙한 사람이 적지 않다. 작은 영토 안에서 세계인은 전혀 관심이 없는 이슈에 목숨걸고 싸우는 기성세대의 탓이 크다. 현 기성세대 역시 상대적으로 비용과 시간이 덜 들고, 이후 관계회복도 빠른 협상보다도 재판이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이다.

    ‘협상5’는 하버드 로스쿨 협상연구소의 협상 원칙들 가운데 저자가 직접 보스톤에서 배우고, 커뮤니케이션 업무 현장에서 느꼈던 점을 토대로 선정한 준비, 근거, 노딜, 라포, 대안 5가지를 주제로 한다. 우리나라, 기업 그리고 국민 개개인들에게 선진국이 되는 데 필수적이면서도 부족한 대체적 분쟁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중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협상(Negotiation)’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책이다. 시간의물레, 240쪽, 1만2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