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취약한 외교 보완… 트럼프 설득해 한미공조 강화" 평가
  • ▲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은 미국의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은 미국의 자율주행업체 앱티브와 전략적 제휴를 결정했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내 대표기업들의 대미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한미공조에 적극적이지 않으니 기업이 나서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차, 美업체와 합작법인에 20억 달러 투자

    뉴시스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미국의 자율주행차량업체인 ‘앱티브’와 공동으로 보스턴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20억 달러(약 2조3900억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앱티브’는 자율주행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차·현대모비스와 함께 현금 16억 달러(약 1조9100억원), 엔지니어링 서비스, 연구개발 역량, 지적재산권 공유 등 4억 달러(약 4770억원)를 출자할 예정이다. 앱티브 측은 자율주행기술, 지적재산권, 700여 명에 달하는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 인력 등을 투자한다. 현대차그룹과 앱티브 측은 각각 50%씩의 지분을 갖게 된다.

    통신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앱티브의 합작법인은 이르면 내년 중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다. 합작법인은 2022년까지 완성차업체 및 자율주행택시 사업자 등에 공급할 플랫폼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화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SK “앞으로 100억 달러 더 투자”…한화, 태양광전지공장 준공

    SK그룹은 향후 3년 동안 미국에 100억 달러(약 11조95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뉴시스에 따르면, SK그룹 최태원 회장은 지난 19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의 SK지사에서 열린 ‘SK의 밤’에서 “SK는 최근 3년 동안 미국에 50억 달러(약 5조9700억원)를 투자했고, 앞으로 3년 동안 10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 ▲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K의 밤에서 최태원 회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공개사진.
    ▲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SK의 밤에서 최태원 회장이 연설을 하고 있다. ⓒSK그룹 공개사진.
    최 회장은 이어 “사회적 가치는 일자리 창출, 세금 납부, 교육 제공, 친환경 재료 사용 등을 통해 창출할 수 있다”며 “SK는 2018년 한 해에만 미국에서 24억 달러(약 2조8700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은 SK의 대미투자 가운데 대표적인 사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2022년 제품 생산을 목표로 조지아주에 17억 달러(약 2조300억원)를 들여 공장을 짓는다.

    최 회장은 “앞으로 미국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기업 등과 함께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파트너십을 확장해 더 큰 행복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공언했다. 통신에 따르면, 이날 SK의 밤 행사에는 캐런 켈리 상무부차관, 프랭크 루카스 하원의원 등 미국 고위층 250여 명이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는 별도로 면담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한화그룹도 대미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태양광 전문기업 한화큐셀은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에서 태양광 모듈공장 준공식을 가졌다. 준공식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대리한 정부 대표단,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 등이 참석했다.

    신문은 “한화큐셀이 북미 최대의 태양광발전 모듈공장을 완공함에 따라 미국 시장 1위인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한화큐셀의 새 공장은 약 3만㎡ 부지에 건설됐다. 신문은 “한화큐셀은 2017년과 2018년 연속 미국 주택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삼성, 미국 넘어 사우디·일본도 방문

    지난 6월 말 방한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거론하며 감사를 표시했던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뿐만 아니라 총수가 트럼프의 최우선 동맹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을 방문했다.

    삼성은 일찌감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미국에 투자해줘서 고맙다”는 감사 인사를 받은 기업이다. 2017년 2월2일(현지시간) 취임한 지 며칠 되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 “감사해요, 삼성! 우리는 삼성을 사랑할 거예요”라는 글을 올렸다. 글에는 삼성전자가 2016년 10월부터 거액을 들여 미국에 백색가전공장을 짓는다는 기사가 링크돼 있었다.

    삼성전자는 이후로도 미국에 적잖은 투자를 했다. 2018년 초부터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세탁기공장을 준공해 가동 중이며, 여기에 3억8000만 달러(약 4530억원)을 추가투자할 계획이다.
  •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지하철 공사 현장을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일본도 찾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월 일본을 찾아 금융계 고위 관계자를 만났고, 9월20일에는 일본 재계 초청으로 일본을 찾았다. 이 부회장은 9월 방일 때 일본 재계 관계자들과 도쿄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 경기를 관람했다. 그의 방일은 지난 5월을 포함해 올 들어서만 세 번째다.

    이 부회장은 일본 방문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찾아 무하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3개월 만에 다시 만났다. 수도 리야드에 건설 중인 지하철공사 현장도 견학했다. 이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둘러본 뒤 “탈석유경제를 추진 중인 중동은 새로운 기회의 땅”이라고 말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국부펀드를 통해 산유국시대 이후를 대비하는 지금이 삼성전자에는 기회라는 의미였다. 빈 살만 왕세자와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이 주도해 만든 1000억 달러(약 119조4000억원)짜리 비전펀드만 봐도 이 부회장의 말은 이해가 된다.

    대기업의 미국 투자 확대, 의미는?

    이 같은 한국 대기업들의 미국 투자 확대를 두고 국내에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말 방한 때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달라”고 말한 때문에 투자를 확대하는 것으로 풀이한다. 문재인 지지층에서는 “대통령이 시켜서 재계가 나서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다른 한편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외정책이 한미공조 부분에서 상대적으로 미약한 탓에 이를 기업들이 나서서 메우려 한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미국우선주의’를 표방하며 일자리 창출을 시급한 과제로 보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 한미공조를 강화하는 데는 역시 미국에 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이 최고이므로, 대기업들이 나서서 대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시각도 존재한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난 7월 초순 이후부터 삼성전자가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지을 수 있다는 소문이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반도체공장을 지으면 아무리 일본이라도 핵심 소재 수출규제는 못하지 않겠느냐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 언론들은 “삼성전자는 이미 130조원의 국내 시설투자계획을 세워놓은 상태라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