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의혹 종합세트' 조국에 비판 성명조차 안내… 대학생·교수·의협 행동나선 것과 대비
  • ▲ '사모펀드'·'자녀 입시비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54·사진) 법무장관. ⓒ박성원 기자
    ▲ '사모펀드'·'자녀 입시비리'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인 조국(54·사진) 법무장관. ⓒ박성원 기자
    조국(54) 법무장관 임명 과정에서 조 장관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왔다.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은 촛불을 들었고, 교수들은 시국선언을 했다.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수많은 단체도 비판 성명을 냈다.

    사모펀드(PEF)·웅동학원 무변론 패소·자녀 입시비리 등 조 장관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도 조 장관의 ‘모르쇠’ 행태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 과거 ‘공정과 정의’를 부르짖던 조 장관의 ‘내로남불’에 대한 ‘성난 민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법조계 내부는 조용했다. 보수우파 변호사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만 비판 성명을 냈을 뿐 국내 최대 변호사단체인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이찬희 회장)는 공식 성명서조차 내지 않았다. 법조계 내부에서 대한변협의 '침묵'에 비판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 장관 의혹에 대한 법조계 입장을 대한변협이 공식적으로 전했어야 옳다는 비판이 변호사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대한변협이 조 장관 지명(8월9일) 이후 논란이 확산된 현재까지 공식적인 성명서를 내지 않아서다. 

    물론 이찬희 회장은 지난달 26일 '제28회 법의 지배를 위한 변호사대회' 기조연설에서 "현재 장관의 임명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혼란은 법률가단체인 대한변협으로서 방관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당시) 조 후보자는 청문회 전이라도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대한변협 차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조 장관 부인인 정경심 교수가 수사 받는 상황에서조차 공식 입장을 내지 않는 대한변협은 직무를 유기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회장의 태도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다. 대한변협의 성명서는 임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협회장이 결정한다고 알려진다. 이 회장이 8월 26일 발언 외에 실질적으로 조 장관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변협의 직무유기 아닌가"

    법정단체인 대한변협은 법무부의 감독을 받는다. 대한변협 총회 결의 등에 법무부 장관이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서울 서초동의 A 변호사는 "사실 이번 사안은 헌정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인 데 이 정도 문제라면 대한변협이 성명서를 냈었어야 했다"며 "조 장관은 엄밀히 보면 피의자이고 어떤 사람들은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이야기하는데, 이런 분이 장관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는가"라고 비판했다. 

    무엇보다 대한변협이 조 장관 사태에 대해 성명서나 공식 입장을 전달하지 않는 건 '직무 유기'라고도 했다. "(조 장관 문제는) 정의에 반하는 거고, 이찬희 회장께서 말한 것도 있지만 마지못해 말한 측면도 있고 (이 회장의 발언은) 사실 기록에 남지도 않는 것 아닌가"라며 "이 회장이 보다 강하게 변호사들 입장을 전했어야 했다"고 부연했다. 

    40대 초반 젊은 변호사도 대한변협을 비판적으로 평했다. B 변호사는 "회장께서 (8월26일 기조연설에서) 말한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조 장관 문제는 법조계가 확실한 입장을 전달할 수 있던 사안이라고"며 "법무장관은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중요한 자리고, 당연히 법무장관 문제에 대해 변호사단체는 말했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체적 진실을 보고 정의를 생각해야 한다"며 "여변(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도 성폭력이나 가정폭력 문제에 대해 몇번 성명서를 낸 걸로 아는데, 조 장관 건에 대해서는 검찰이나 법원 같은 공무원 조직도 아닌 변호사단체가 성명서를 내지 않는건 말이 안된다"고 했다. 

    서울 서초동의 C 변호사도 "지금 변호사들에게 (대한변협에 대해) 물어보면 모두 다 '잘못됐다'고 말할 것"이라며 같은 의견을 보탰다. 

    "진영논리를 떠나 정의와 법의 문제다"

    C 변호사는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조 장관) 이런 분이 법무장관으로 온다고 하면 분명히 대한변협에서 성명서를 냈어야 하는데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며 "조 장관 문제는 진영논리를 떠나 '정의'와 법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일부 변호사들도 이 회장에 대해 비판적 목소리를 냈다. 이 회장이 8월26일 기조연설에서의 발언을 넘어, 단체 차원의 행동으로 이어졌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이 회장의 이중적 태도를 문제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변협 관계자는 "대한변협은 전체 변호사들 의견을 대변해야 해서 (성명서를 내기엔 조심스러운) 그런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성명서를 내지 않았으나, 내부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앞서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조 장관 딸 조씨의 의학논문 논란 등을 공개 비판했다. 이어 5일, 전국 85개 대학 전·현직 교수 200여명도 시국선언문을 공개하며 당시 조 후보자 사퇴를 촉구했다. 조 장관이 교수로 있던 서울대 학생들도 이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들과 고려대·연세대 등 일부 학생들은 촛불집회를 열며 문 정부 국정철학인 '공정·정의'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