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성·특정성·비방성 모두 충족… 조국이 책 사지 말라고 말한 셈" 청구소송 준비
-
베스트셀러 <반일 종족주의>를 둘러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사이의 갈등이 심화했다. 조 전 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구역질 나는 책"이라며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이에 대해 이 교수 측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조 전 수석이 공개적으로 저작물을 비난해 대표저자인 이 교수 자신을 비롯해 동료 연구진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것이 이 교수 측 주장이다.조 전 수석의 명예훼손 혐의는 성립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성립 가능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조 전 수석의 글이 명예훼손죄의 3가지 성립 요건인 공연성·특정성·비방성을 모두 충족한다는 것이다.이영훈 교수, <반일 종족주의> 비난한 조국에 법적 대응 시사이 교수는 7일 본지에 보내온 '조국 교수에 대한 반론'에서 조 전 수석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공개질문을 던지며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대응을 불사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앞서 조 전 수석은 <반일 종족주의>에 대해 "구역질 나는 책"이라고 비난했다. 또 저자인 이 교수에 대해서도 "'부역·매국 친일파'라는 호칭 외 무엇이라고 불러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대한민국이라는 민주공화국 정통성과 존립 근거를 부정하고 일본 정부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언동을 한다"며 "시민은 이들을 친일파라 부를 자유가 있다"고 주장했다.이에 이 교수는 "우리 역사의 근대화 과정이 지니는 비극, 복잡, 자주, 식민지성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는 지성인이라면 그 책을 두고 '구역질 난다' 등의 천박한 욕설을 퍼부을 리는 없다. 고로 반드시 대답을 듣고 싶다"며 "(조 전 수석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못할 경우, 저를 포함한 동료 연구자들의 명예를 심각히 훼손한 것이므로 그에 합당한 책임이 추궁될 수 있는 범죄임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반일 종족주의>는 △일본 식민지배와 관련한 한국인들의 잘못된 기억 △독도 문제 및 징용, 위안부 문제의 진실 △근대화된 민족주의가 아닌 감정적이고 맹목적 종족주의 형성 과정 등을 지적했다. 현재 교보문고·예스24 등 대형서점 판매 순위에서 정치·사회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공연성·특정성·비방성 모두 충족..."민사소송도 준비"형법에 따르면 명예훼손죄는 공연성·특정성·비방성 등 3가지 성립 요건을 전제로 한다. 공연성은 불특정 또는 다수인에게 전파될 가능성이 있어야 충족된다. 특정성은 피해자가 특정돼야 하고, 비방성이 충족되기 위해서는 피해자를 비방하려는 목적이 있어야 한다. 조 전 수석의 경우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교수를 특정해 비방하는 글을 올린 상황이다.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인 공연성·특정성·비방성이 모두 충족된다는 것이다.법조계 관계자는 "전 민정수석, 또 법무부장관을 앞둔 권력자가 학자에 대해 '부역·매국 친일파'라고 표현하는 것은 명예훼손이 될 수 있다"면서 "조 수석의 글에는 이 교수를 친일파로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 정황을 찾아볼 수 없다. 종북 주사파에 대한 표현의 자유 역시 구체적인 정황이 있을 때로 한정되고 있다"고 지적했다.또 조 전 수석의 글이 명예훼손의 위법성 조각 사유인 공공성이 있는 글도 아니라는 것이 법조계의 의견이다. 또 다른 법조인은 "조 전 수석의 글은 공공성을 띤 학문적 비평이 아니다. 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으며 '구역질 나는 책' 등의 모욕적 표현만 있다"면서 "'부역·매국 친일파' 등의 표현은 명백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어느 부분이 잘못됐는지에 대한 언급도 없어"이 교수 측은 명예훼손과 함께 민사 손해배상청구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조 수석의 글로 베스트셀러인 <반일 종족주의>의 판매량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기수 법률사무소 이세 변호사는 "일반인도 아니고 조 전 수석처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책 사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셈"이라면서 "이승만학당은 주식회사다. 허위사실을 말해서 책 판매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손해배상청구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계에선 "조국 전 수석이 학계 선배인 이영훈 교수를 경망하게 조롱했다 잘못 걸렸다"는 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