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항공모함보다 규모 커… 국방부 “10년은 걸릴 것”… 관계자들 흐뭇한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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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이제 항공모함을 갖추는 걸까. 지난 22일 YTN 등은 정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열흘 전 합동참모회의에서 ‘대형수송함-Ⅱ’ 사업을 장기소요로 추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 ▲ 일본 자위대가 '헬기 호위함'이라고 주장하는 이즈모급 헬기 항공모함 '카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방부는 보도 직후 “해당 사업은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장기목표’로 갖추는 것이며, 탑재 항공기는 정해진 게 없고, 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23일 관련 군 관계자들은 표정관리를 하며 “10년은 걸릴 장기소요계획”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12일 합동참모회의서 결정한 ‘대형수송함-Ⅱ’
지난 22일 언론이 보도한 ‘대형수송함-Ⅱ’의 규모는 조금씩 다르다.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를 기준으로, 어떤 매체는 탑재능력이 12대, 어떤 매체는 16대라고 제각각 보도했다.그러나 공통적인 부분도 있었다. ‘대형수송함-Ⅱ’의 규모였다. 매체들은 이에 대해 "배수량 3만t 안팎에 길이는 250m 이상, 폭은 40m 이상"이라고 전했다. 또 ‘대형수송함-Ⅰ’ 계획에 따라 건조한 독도함과 마라도함보다 수용능력을 대폭 키워 해병대 3000여 명을 싣고, 상륙장갑차 20대를 탑재할 수 있게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일본이 ‘헬기 호위함’이라고 부르지만 사실상 경항공모함인 ‘휴우가’급과 ‘이즈모’급보다 더 크다.
‘휴우가’급 경항모는 길이 197m, 폭 33m, 만재 배수량 1만8000t으로, 독도함이나 마라도함과 비슷한 크기다. 헬기 10대를 탑재한다. 아베 정부가 F-35B를 탑재할 수 있게 개조한다는 ‘이즈모’급 경항모는 길이 248m, 폭 38m, 만재배수량 2만7000t이다. 최대 20대의 항공기를 탑재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이즈모’급을 개조해 F-35B 스텔스 전투기 12대를 탑재할 계획이다. 그런데 한국군이 건조하려는 ‘대형수송함-Ⅱ’는 배수량이 3만t 이상이다. 이 정도면 F-35B를 16대 탑재할 수 있다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는다. 즉, 한국군이 건조하려는 ‘대형수송함-Ⅱ’는 일본의 ‘경항모’가 아니라 ‘강습상륙함으로 위장한 미국 항공모함’과 비교하는 게 적절하다. -
무늬만 상륙함, 실제로는 항공모함…미군 ‘와스프’급
- ▲ 한반도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즉각 달려오는 강습상륙함 '본험 리처드'함. 세월호 때도 훈련을 멈추고 한반도로 달려왔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을 거치면서 강습상륙함을 개발했다. 상륙작전 때 일반적인 상륙함이나 수송함을 사용하면 피해가 크지만, 헬기를 활용해 병력을 고속수송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공중화력을 보태면 병력 손실이 줄어들 것이라는 개념을 바탕으로 했다. 그 결과 헬기와 수직이착륙기를 싣게 된 미군 강습상륙함은 항공모함급이 돼 버렸다.
현재 미군이 실전배치한 강습상륙함은 9척. 이 중 8척이 ‘와스프’급이다. 우리 귀에 익은 ‘본험 리처드’함이 ‘와스프’급 6번함이다. ‘와스프’급은 길이 257m, 폭 32m(8번함은 36m), 만재배수량 4만2000t의 대형선박이다. 해병대 병력 1900여 명, 탑재 항공기 33~42대, M1A2 에이브럼스 전차 5대, LAV-25 장갑차 25대, 155mm 견인포 8문, 트럭 68대를 갑판 아래 실을 수 있으며, 이를 지상으로 수송하는 대형 호버크래프트 LCAC 3대를 탑재한다.
탑재 항공기 수가 가변적인 것은 임무에 따라 다른 기종을 싣기 때문이다. 통상 임무 때는 AV-8BⅡ 해리어 수직이착륙 전투기 6대, AH-1W 슈퍼 코브라 공격헬기 4대,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 수송기 12대. CH-53 시 스탈리온 수송헬기 3대를 싣는다. 그러나 적지 강습작전 때는 CH-53 시 스탈리온 수송헬기 42대를, 해상 통제 및 차단작전 때는 AV-8BⅡ 해리어 전투기 20대를 싣는다. 미군은 앞으로 ‘와스프’급을 개조해 AV-8BⅡ 해리어 전투기 대신 F-35B 스텔스 전투기 20대를 탑재할 계획이다.
“10년은 걸릴 것”이라면서도 흐뭇해하는 군 관계자들
즉, 군에서 추진하기로 한 ‘대형수송함-Ⅱ’ 계획은 사실 경항공모함 계획이다. 하지만 군 관계자들은 “항공모함이 아니다”라고 극구 부인한다.
국방부는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다양한 안보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화사업의 일환으로 상륙작전, 해상기동부대작전, 재해·재난 지원 등을 위한 다목적 함정을 건조하는 사업”이라며 “탑재할 항공기의 유형이나 기종은 결정된 바 없고, 향후 선행연구 등을 통해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어 “전력화 시기는 ‘장기’이며, 전력화 목표연도도 결정된 바 없다”며 거듭 경항공모함 건조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23일 만난 군 관계자들의 표정은 그렇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들은 “장기소요사업이라 빨라도 10년은 걸릴 것”이라면서도 사실상 항공모함 건조계획이라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