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아나운서 7명,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MBC 신고
  • ▲ MBC 해직 아나운서들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 뉴시스
    ▲ MBC 해직 아나운서들이 16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 5월 법원으로부터 부당해고 판정을 받고 복직했으나 두 달째 사내 전산망이 차단된 격리된 공간에서 지내온 MBC 계약직 아나운서들이 "MBC를 '직장 내 괴롭힘 1호 사업장'으로 신고한다"며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진정을 냈다. 이번 진정에는 최초 해고된 10명 중 7명만 참여했다.

    적폐 낙인 찍힌 아나운서들, 12층에 '격리'

    MBC 계약직 아나운서 7명의 소송대리인인 류하경 변호사(법률사무소 휴먼)는 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 시행되는 7월 16일, 아나운서들의 사정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위반사건으로 진정(고소)하고자 한다"며 어렵사리 복직했으나 업무를 받지 못한 채 일반사원들과 격리돼 지내는 계약직 아나운서들의 사정을 소개했다.

    류 변호사는 "지난 5월 13일 서울서부지방법원이 MBC 해직 아나운서들에 대한 근로자지위보전결정을 인용해 아나운서들이 지난 5월 27일부터 MBC 상암사옥으로 출근하고 있으나 MBC는 이들을 ▲기존의 아나운서 업무공간(9층)이 아닌 12층에 마련된 별도 사무실에 배정하고 ▲아무런 업무도 주지 않은 채 ▲사내 전산망을 차단하는 등 '근로자 지위를 인정하라'는 법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법률사무소 휴먼은 이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낸 진정서를 통해 "MBC는 7명의 계약직 아나운서들을 상대로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능력이나 성과를 인정하지 않거나 조롱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훈련·승진·보상, 일상적인 대우 등에서 차별하고 ▲근로계약서 등에 명시돼 있지 않은 허드렛일만 시키거나 일을 거의 주지 않고 ▲정당한 이유 없이 업무와 관련된 중요한 정보 제공이나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하고 ▲개인사에 대한 뒷담화나 소문을 퍼뜨리고 ▲집단으로 따돌리고 ▲업무에 필요한 주요 비품(컴퓨터·전화 등)을 주지 않거나 인터넷 사내 네트워크 접속을 차단하는 괴롭힘을 가하고 있다"며 "이 같은 MBC의 조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 발생 시 조치)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률사무소 휴먼 관계자는 17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현재 MBC를 상대로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신청과, 해고무효확인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며 "이 중 가처분신청에 대해선 지난 5월 13일 'MBC가 이들의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이들을 복직시키고 임금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고, 해고무효확인소송 건은 아직 기일이 잡히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외에도 MBC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취소 행정소송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선 보조참가인으로 참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MBC는 "계약기간 만료에 따른 퇴사가 부당해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적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소모적 논란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할 것을 촉구한다"며 "이번 신고가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지를 포함해 사실 확인을 위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를 실시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최승호 사장 취임 후 '아나운서 10명' 계약 해지

    MBC는 2016~2017년 노사 갈등을 겪던 와중에 아나운서 11명을 1년짜리 계약직으로 뽑았다. 그런데  2017년 12월 최승호 사장 취임 이후 이들을 상대로 특별채용절차를 진행한 뒤 1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에게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근로계약 연장에 실패한 아나운서들은 "회사가 실시한 형식상 계약 갱신 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6월 2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이하 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지노위는 "이들의 주장이 타당하고, MBC의 계약 갱신 거절에는 합리적 이유가 없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정했다.

    지노위 판정에 불복한 MBC는 중앙노동위원회(이하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 역시 지노위와 동일한 판정을 내렸다.  

    중노위 판정에도 아나운서들을 복직시키지 않은 MBC는 곧장 "중노위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아나운서들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 소송과 근로자지위보전가처분신청을 내며 '계약 갱신 거절'의 부당함을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