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밀수꾼들이 뇌물 대신 기부… 수백만원 내면 '증서' 받아 당당하게 밀수"
  • ▲ 1994년 7월 사망한 뒤 미이라로 보존 중인 김일성.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994년 7월 사망한 뒤 미이라로 보존 중인 김일성.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정은 정권이 매년 40만 달러(약 4억7000만원)가 드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미라 보존비용을 주민들에게 전가한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지난 5일 북한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은 주민들에게 김일성과 김정은의 미라가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에 정기적으로 돈을 바치도록 강요한다. 일정금액 이상을 낸 사람에게는 ‘기금증서’도 준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평안북도에서는 각 공장과 기업소 대표들이 모인 가운데 ‘김일성·김정일 기금증서’ 수여식이 진행됐다”며 “기금증서는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을 안치한 금수산태양궁전에 충성자금을 기부한 당원과 근로자들에게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일성 시신 방부처리에 11억원 써

    소식통은 이어 “증서 수여식에서는 ‘충성자금을 바친 기부자들의 깨끗한 충성심을 따라 배워 김일성·김정일 기금운동에 모두 동참하자’는 선동연설이 있었다”면서 “당에서는 기부자들에게 표창을 수여하고 우대사업을 할 것이라며 모든 근로자들에게 정기적으로 기부금을 바칠 것을 강요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회의에 참가한 사람들은 민생은 외면하고 김일성·김정일 시신 보존비용을 확보하느라 기부를 강제하는 당국의 처사에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였다.

    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도 “김일성·김정일 기금을 바친 주민들에게 훈장과 표창을 수여하는 행사가 있었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그런데 표창을 수여받은 사람 대부분이 중국과 밀수하는 밀수꾼들이어서 놀랐다”고 밝혔다.

    소식통은 “중국과의 국경에서 밀수 단속이 강화될수록 규모가 크게 밀수하는 상인들은 뇌물을 주기보다 수만 위안(수백만원)씩을 김일성·김정일 기금으로 기부해 당에서 신임을 얻는 방식으로 처벌을 피한다”며 “이렇게 풀려난 밀수상인들은 국가가 주도하는 밀수를 맡아 더 많은 기회를 얻게 된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 “김일성·김정일 시신을 보존하는 데 매년 많은 돈을 탕진한다는 사실을 양강도 산골에서도 웬만한 사람은 다 안다”며 “밀수를 일삼은 자들의 기부금으로 시신이 보존되고, 그 대가로 대놓고 밀수할 수 있는 표창을 수여하는 현실에 주민들은 분노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포스트>가 지난 3월 보도한 데 따르면, 김일성과 김정일의 미라를 보존하는 데 드는 돈은 연간 40만 달러 수준이다. 2011년 프랑스 AFP통신이 보도한 데 따르면, 북한은 1994년 김일성 시신을 방부 처리하는 대가로 당시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지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