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준·이학수, 추가 공소사실 진술한 바 없어"
  •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 이명박 전 대통령. ⓒ정상윤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항소심 재판부가 21일 삼성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한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재판부는 변경한 공소사실과 기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의 주장 및 핵심 증인들의 진술이 변경된 공소사실과 모순되는 점을 지적한 변호인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앞서 14일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액을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지난달 국민권익위로부터 다스 미국소송을 맡은 현지 로펌 에이킨검프가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보낸 인보이스 사본 38건을 이첩받은 데 따른 조치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기존 공소사실 외에도 430만 달러(51억6000만원)의 뇌물 혐의가 추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새로 추가된 공소사실이 기존 공소사실과 시기가 5개월 이상 차이나고, 뇌물 공여에 대한 삼성전자의 업무 흐름이 기존 공소사실과 다르며, 뇌물 지급 방법도 기존 공소사실과는 달라 동일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존에 검찰이 주장했던 공소사실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로 에이킨검프에 매월 12만5000달러씩 정액을 지급했고 이 전 대통령은 이 중 일부를 다스 소송비로 사용한 후 나머지 비용을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을 통해 돌려받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김 전 기획관의 검찰 진술이나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법정 증언도 이를 뒷받침한다.

    반면 새로 추가된 공소사실은 에이킨검프가 정액이 아닌 실비로 다스 소송비용을 삼성전자 미국법인에 청구하는 내용이다. 추가된 공소사실이 받아들여질 경우, 기존 검찰의 주장 및 핵심 증인인 김 전 기획관과 이 전 부회장의 진술은 모두 허위가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의 공소사실인 67억7000만원의 뇌물수수 혐의 역시 신빙성이 없어져, 추가된 공소사실인 51억6000만원을 단순 합산해 뇌물액을 119억3000만원으로 산정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받아들이면서도 "(검찰의 공소사실은) 김백준의 진술에 상당부분 기초하여 입증하고 있는데, 새로이 추가된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김백준의 진술이 없고, 이학수의 증언과도 다르다"며 "이학수와 김백준에 대한 증거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변호인단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인보이스 사본이 증거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국민권익위에 인보이스를 제공한 자를 밝히고 인보이스의 소지 경위, 원본 존재 여부, 제출 의도를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변호인단의 의견을 받아들여 검찰에 증거 제공자와 입수 경위, 원본 존재 여부를 밝히도록 석명을 요구했다.

    한편 이날 재판에서는 피의사실 공표에 대한 신경전도 이어졌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공소장 변경신청서를 제출하기 전 해당 내용을 언론에 공표하여 재판부에 선입견을 심어주었다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지적했다. 이에 검찰은 "법원 사건검색을 통해 조회된 사실을 기자가 취재해 작성한 기사인데 변호인단이 증거도 없이 이를 피의사실 공표로 몰고 간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한겨레신문>은 11일자 보도에서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송경호 부장검사)는 지난달 말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최소 수십억원의 뇌물을 더 받은 정황이 담긴 자료를 이첩받았다고 11일 밝혔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피의사실을 공표한 검찰이나 경찰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취하도록 형법은 규정했다.

    다음 재판은 7월3일 삼성 관계자들의 증인신문에 이어, 7월4일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7월8일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의 증인신문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