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연구가' 조 작가, '천재' 시리즈 9번째 '도쿄'편 출간… 하루키·하야오 등 5명의 비밀 공개
-
- ▲ ⓒ뉴데일리DB
'천재 연구가' 조성관 작가(전 주간조선 편집장)을 만났다. 5월의 마지막 날 오후 2시, 봄 하늘이 청명하던 날의 덕수궁 정문 앞이었다. 덕수궁은 조 작가가 인터뷰 장소로 정했다. 고궁 앞에서 기자를 기다리던 조 작가는 매표소에서 입장권을 끊더니, 덕수궁 정문에서 멀지 않은 야외 카페로 안내했다."왜 덕수궁이냐고요? 오늘이 5월 31일, 우리 생애에 있어 다시 올 수 없는 날이죠. 답답한 실내보다는 석조전이 보이고 햇살과 녹음이 가득한 곳에서 만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처음 만나는데 서로 기분이 좋아야 하잖아요."조성관 작가는 2007년 빈을 시작으로 프라하·런던·뉴욕·페테르부르·파리·독일 등 세계 도시 7곳에서 천재 44명을 연구해 8권의 책을 냈다. 최근 발간한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은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의 아홉번 째 책이다. 5명의 새로운 천재들을 합류시켰다."전업작가로 독립한 이후 기획·연구부터 자료조사와 취재, 집필까지 전 과정을 진행했기 때문에 전작들에 비해 감회가 남달라요. 이전에 유럽과 미국을 돌았다면, 이번에는 처음 아시아권으로 들어왔죠. 책을 위해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일본을 여행했어요.""천재는 공동체와 국가, 나아가 인류사회에 유익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일본에는 그런 천재들이 많은데 책에 모두 담을 수 없잖아요. 이 책을 읽는 사람은 한국 독자에요. 그래서 한국인과 가장 접점이 많은 천재 5명을 선정했어요." -
새 책에는 소설가 나쓰메 소세키와 무라카미 하루키, 영화계 거장 구로사와 아키라, 애니메이션의 황제 미야자키 하야오, 도요타자동차 창립자인 도요다 기이치로의 이야기가 실렸다. 문헌 조사에만 그치지 않고 이들 생가와 작업실, 단골 카페, 묘지 등을 찾아다니며 삶과 사랑, 작품세계를 들여다본다.조 작가는 도쿄와 이전 도시들의 차이점에 대해 "일본은 고립된 섬나라에요. 유럽 대륙의 국가들처럼 육로 이동을 통해 다른 민족과 뒤섞일 기회가 거의 없었어요. 단일 민족과 단일 문화를 유지해왔죠. 일본은 2018년까지 문학상 2명을 포함해 노벨상 수상자 24명을 배출했어요"라고 말했다.이어 "일본 특유의 정신세계를 눈여겨 봐야 해요. 좋은 것을 가져다 배우는 '이이토코토리' 정신, 마니아를 뛰어넘어 좋아하는 한 분야에 빠져드는 '오타쿠', 목숨걸고 일한다는 뜻의 '잇쇼겐메이', 장인정신을 뜻하는 '모노즈쿠리' 등이 있어요. 하루키와 하야오는 오타쿠였고, 기이치로는 잇쇼겐메이와 모노즈쿠리의 전형이죠"라고 설명했다.30여 년간 일간지·주간지 기자로 일하다 지난해 5월 퇴직한 조 작가는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프라하가 사랑한 천재들'로 2010년 체코 정부로부터 공훈 메달을 수상했으며, 현재 천재론을 설파하는 강연가로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
- ▲ ⓒ뉴데일리DB
"전업작가는 연예인과 똑같아요. 정해진 수입이 없고 안정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하기 싫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죠. 기자와 작가 활동을 병행할 때는 너무 힘들었어요. '도쿄가 사랑한 천재들'은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빼고 책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집필 속도가 빨라지고 심화 작업이 용이해지더라요."조 작가는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를 통해 총 49명의 천재를 소개했다. 그는 이들의 공통점으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천재는 자기가 잘하는 일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추진력과 끈기가 대단하고, 시간을 몰입해서 쓰는 능력이 탁월해요. 또 자신에게 자극을 주고 배울 게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두려워하거나 주저하지 않아요. 주변을 전혀 신경쓰지 않고, 오로지 자기 길을 가죠"라고 밝혔다.전업작가가 된 조성관은 기자생활을 접은 지 1년여의 시간이 지났다. 빼곡한 스케줄을 소화한 뒤 조금씩 일상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조 작가의 이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그의 로드맵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미 작동 중이다."강의 등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은 매일 10매의 원고를 쓰는 게 목표에요. 꾸준히 조금씩 해내는게 중요한 것 같아요. 다행히 지금까지 잘 지켜오고 있어요. 내년쯤 서울 편을 마지막으로 '도시가 사랑한 천재들' 시리즈가 끝날 예정이에요. 그 전에 천재 시리즈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벼운 여행기를 쓸 계획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