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KBS 예능 프로그램서 '진술서' 등 소개... 심 "자기 행동 미화해"
  •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DB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뉴데일리 DB
    운동권 출신 정치인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진실공방에 휩싸였다. 심 의원은 유 이사장을 향해 "1980년 서울의 봄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왜곡했다"고 비판했다. 

    심재철· 유시민 두 사람은 1980년 5월 서울대학교 학생회에서 각각 총학생회장, 대의원회 의장을 맡은 핵심 간부로서 계엄 철폐 시위를 주도했다. 유 이사장은 당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로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39년 전 상황을 최근에 와서 회상한 것은 유 이사장이 먼저다. 그는 20일 KBS 예능 ‘대화의 희열2’에 출연해 "(합수부에서 진술서를 쓰면서) 누구를 붙잡는 데 필요한 정보 이런 것, 우리 학생회 말고 다른 비밀조직은 노출 안 시키면서 모든 일이 학생회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썼다"고 밝혔다. 

    이에 심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구체적으로 반박했다. 그는 "21살 재기 넘치는 청년(유시민)의 90쪽 자필 진술서가 다른 민주화 인사 77명의 목을 겨누는 칼이 되었고 이 중 3명은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24인 피의자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유시민은 군검찰에 임의 진술 형식으로 참고인 진술조서를 작성한 뒤 불기소로 풀려났지만, 검찰관이 작성한 그의 참고인 진술조서는 공소유지를 위한 검찰의 핵심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됐다"고 덧붙였다. 유 이사장의 진술은 이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판결문에서 '증거의 요지'로도 판시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 이사장이 80년 상황을 왜곡하고 자신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미화시키는 것은 명백한 역사 왜곡"이라며 "진실을 감추고 자신의 문재(文才)를 확인하는 집필 계기가 되었다며 자랑스러워하는 유시민씨는 자신의 왜곡 발언에 해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방송에서 "진술서를 쓰고 있으면 안 때리니 밤새 썼다"며 "어떻게든 분량을 늘여야 하니, 하루에 100장을 쓴 적이 있다. 그때 내가 글을 잘 쓴다는 걸 알았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유시민의 진술서는 1980년 2월부터 5월까지 서울대 핵심 운동권의 동향, '김대중과 관계한다는 이해찬'을 중심으로 한 복학생들의 시위 교사 정황, 서울시 22개 학생회장단, 사북 탄광 실태조사, 외부 해직기자들과의 연대까지 일지처럼 상세하게 9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이라는 게 심 의원의 주장이다.

    심재철 "서울역 회군 때 유시민은 진군 주장 안해"

    심 의원은 또 1980년 서울역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유시민의 행동이 미화되는 소재로 왜곡돼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당시 심 의원은 군과 대치한 사태가 확산되면 피해자가 생길 것을 우려하며 해산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이사장은 방송에서 "버스 위에 올라가서 해산하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하래요. 그래서 내가 올라가서 그 얘기를 했어요”라며 자신이 진군을 주장한 것처럼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이후 학생회장단의 해산 결정이 내려졌을 때는 "안도했다"고 당시 심경을 솔직히 고백했다.

    그러나 심 의원에 따르면 유 이사장은 진술서에서 5월 15일 서울역으로 진출하기 직전인 낮 12시 교내 시위 때 ‘강경론(교외진출 주장)과 온건론(당분간 교내투쟁 주장)이 대립’하는 가운데 자신은 ‘중립을 지켰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유시민이 학생들에게 '해산 불가'를 선동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심 의원은 "예능 화법으로 역사적 진실이 뒤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시대에 대한 폄훼"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심 의원은 "2016년 총선 때는 유시민이 본 의원의 지역구에까지 와서 정의당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본 의원을 허위사실로 비방하고 유튜브로 낙선 운동을 했을 때도 침묵했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에서마저 거짓을 역사적 사실로 왜곡하는 모습을 보고 진실을 공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23일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준비' 기자간담회를 연 유 이사장은 심 의원의 반박에 관해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