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시민단체 1200명 '4대강 보 해체 저지 범국민연합' 출범… '우파 의병' 출정식
  • ▲ 이헌 변호사(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표).
    ▲ 이헌 변호사(한반도인권과통일을위한변호사모임 공동대표).
    지난해 인기리에 방송된 '미스터 션샤인'은 현재 우리나라가 처해진 지정학적 위기상황과 유사하다는 구한말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이다. 필자는 이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문재인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의해 '적폐 기관장'으로 낙인찍혀 울분을 달래던 때였다. 그래서일까. 필자에겐 이 드라마에서 "임진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을미년에 의병이 되지요. 을미년에 의병이었던 자의 자식들은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라는 일본군 귀족장교의 대사가 가장 인상 깊었다.

    '그때 의병' 자녀들이 지난달 28일 프레스센터 19층에 모인 듯했다. 이곳에선 4대강 보를 일방적으로 해체하겠다는 현 정부에 분노해 이에 대응하고자 하는 ‘4대강 보 해체저지 범국민연합’(이하 4대강 국민연합)의 발대식이 있었다.

    '4대강 보 해체저지 범국민연합' 발대식

    4대강 국민연합은 정⋅관계 및 종교계 인사 1200여 명과 시민사회단체 22개가 참여하고 있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소송을 수행했던 탓에 법률단장으로 참여하게 됐다. 이날 발대식에 모인 참석자들은 "4대강 보 해체는 국론분열과 국토파괴 행위이자 국가해체 행위"라며 "합리적 근거나 여론수렴 절차도 없이 물 부족 국가와 지역주민들에게 유용한 4대강 보를 일방적으로 해체하겠다는 현 정부에 맞서 범국민연합을 결성해 강력한 저지 투쟁으로 보 해체 결정을 막아내고자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4대강 사업은 2009년 2월 착수해 2013년 2월 완료된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이다. 이 사업은 홍수와 가뭄 예방, 생태 보전 등을 목적으로 총 사업비 22조원을 들여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 등 4대강 유역에 하천 바닥 준설과 복합 수변공간 조성, 보 16개와 댐 5개, 저수지 96개소 설치 등으로 진행됐다. 4대강 사업 관계자는 "4대강 사업의 국내 모델은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을 앞두고 유람선을 띄우기 위해 한강을 준설하고 보(잠실⋅신곡 수중보)를 설치했던 한강 개발 사업"이라고 했다. 당시 한강 개발 사업을 제안했던 사람은 현대건설 사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이었고, 건설비용은 준설한 골조와 모래 등 자재로 충당했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의 보 설치 이후 '녹조'에 관한 주장 이외에 홍수를 방지하고 가뭄을 해소했으며 전 국민의 65%에 식수를 공급하는 등 치수사업 성과가 있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달가워하지 않아 계획된 지천 사업 등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에 따른 문제점은 있었다. 그러나 4대강 보 설치 이후 "수질이 개선됐다"는 국제학술지의 연구논문도 발표됐고, 무엇보다 농업 등 산업용수 제공과 ‘산책로·자전거도로·오토캠핑’, 수력발전 등으로 인근 농민 등 주민은 물론이고, 전 국민에게 제공된 4대강 사업에 의한 편익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보 설치 후 가뭄해소, 수질개선

    이 정부의 출범 당시 다른 부처와 마찬가지로 적폐청산의 목적으로 법률적 근거 없이 환경부에 설치된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조사평가위)는 2019년 2월 22일 ①세종보와 죽산보는 해체 ②공주보는 부분 해체 ③백제보와 승촌보는 유지 및 상시 개방 등 금강과 영산강 모든 보 기능의 무력화를 내용으로 하는 4대강 보 처리방안을 발표했다.

    조사평가위는 6월에 시행되는 물관리기본법에 따라 구성될 국가물관리위원회에서 보 해체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하지만, 이 정부가 출범하면서부터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4대강 보를 개방하려고 했고, 조사평가위의 일방적이고 졸속적인 보 해체 발표나 국가물관리위원회의 편향적 구성 및 유사사례 등에 비춰 보 해체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에 4대강 보 해체를 발표한 조사평가위의 주요 인물들은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강물은 흘러야 한다. 고인 물은 썩는다. 녹조라떼' 등으로 4대강 사업을 줄곧 왜곡해 반대하고 선동했다. 이들이 국민소송인단을 모집해 제기한 4대강 반대 소송에서 대법원은 2015년 11월 녹조 등 수질악화를 위주로 하는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4대강 사업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인정했다(2011두32515). 알려진 바로는 상당수 4대강 반대론자들은 이 정부의 요직에 임명됐고, 환경부의 블랙리스트에도 연관이 있다고 한다.

    이번 조사평가위의 발표는 소송에 패한 당사자들이 정권을 잡고 대법원의 확정판결을 뒤집어버리는 식으로 법 질서를 무너뜨리는 만행이 아닐 수 없다. 또 4대강 사업은 수질환경 이외에도 SOC 건설, 치수 등 물관리, 수자원 및 수력 개발, 레저 및 문화 활동 등 다양한 분야가 융합적으로 관련돼 사업 시행 당시 국토부가 주무부처로서 진행했던 사업이다. 그런데 다양한 분야 중 수질환경에만 집착해 4대강의 주무부처도 아니던 환경부가 주도한 이번 발표는 헌법과 정부조직법에서 정하는 국가 통치체제를 무너뜨리는 국헌문란의 만행이 아닐 수 없다.

    대법원, 4대강 적법성·타당성 인정

    상당수 전문가들은 '물 부족' 국가로서 동고서저의 지형인 우리나라에서는 녹조가 발생하는 여름에는 수문을 개방하고 갈수기인 겨울에는 수문을 폐쇄해 수자원을 확보하자는 입장이다. 이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내용이다. 녹조는 고여있는 물 때문이 아니라 하천폐수와 기온의 영향에 의해 주로 생성된다. 4대강 사업 이전에도 자주 발생했고, 외국의 잘 정비된 하천에서도 녹조가 발생한다. 녹조를 퇴비로 사용한다고도 한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합리적이거나 과학적 근거도 없이 "보 설치 이후 수질이 악화됐다. 보 유지보다 보 해체의 편익이 높다"면서 '어용언론'까지 동원해 막무가내 식으로 보 해체를 발표했다.

    도대체 이들이 이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4대강 보 해체에 관한 대선 공약을 실천하려는 목적이자 과거 이명박 정부의 업적을 파괴하려는 치졸한 정치적 의도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4대강 소송을 수행하면서 경험한 4대강 사업의 반대론은 단지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생각이 들 뿐이다.

    조사평가위는 2018년 세종보 등 보 개방 이후 녹조가 3배 이상 증가해 보 개방으로 수질이 악화된 사실을 은폐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대홍수나 대가뭄 발생 시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고 엄청난 수습비용이 소요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외면한 채 홍수가 없었다고 해 그 편익을 ‘0’으로 평가했다. 보 설치 이후 나빠진 지표인 '녹조발생빈도'는 추가한 반면, 현저하게 개선된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 총인(TP) 평가지표는 제외해 수질을 평가하고, 보를 철거할 때 이익을 부풀리는 식의 조작된 연구보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세종보와 공주보, 죽산보의 건설 비용이 1800억원인 반면 해체비용이 1372억원으로, 경제적 측면에서도 해체의 실효성이 찾아볼 수 없다.

    보 해체 근거 보고서 조작 의혹

    이 정부가 4대강 보를 해체하려는 행위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토를 파괴하는 행위이자, 국가와 국민의 재산인 국가중요시설을 파괴하고 혈세를 낭비하는 중대한 범죄행위이기도 하다. 이들이 실제로 보를 해체할 경우, 이에 관여한 인물들은 형법상 직권남용죄, 공용물파괴죄, 수리방해죄, 업무상배임죄 등으로 단죄될 수 있고, 특가법상 국고손실 및 하천법 위반 등의 혐의도 받을 수 있다.

    현 정부는 북한당국과의 남북군사합의로 영토를 포기하고 '김정은의 수석대변인'을 자임하고 한미동맹을 약화시키는 등 우리나라의 안보와 외교를 해체했다. 반기업적⋅친노조적 소득주도성장 등 일관된 좌파 관치경제정책으로 민생을 파탄나게 하고, 급기야는 최근 정부 주도의 연기금 의결권행사로 시장경제 해체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또한 이 정부에 동조하거나 협력하지 아니한 인물에 대한 적폐청산과 이 정부에 복종하는 인물에 대한 내로남불식 인사 등 탈레반식 국정운영으로 날밤을 새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해체했고, 급기야 운동권 출신 판사는 살아있는 권력인 김은경 전 환경부장관의 영장을 운동권적 시각으로 기각해 사법 해체의 진면목을 보여줬다.

    대통령이 나서서 '빨갱이라고 부르는 자는 친일파'라며 우리 현대사도 해체하려든다. 이제는 '자연성 회복'이라는 미명하에 대부분 국민들의 식수를 공급하고 주변 농민의 생존권이 걸린 국가시설인 보를 해체함으로써 국토를 해체하려든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미국의 새로운 세계 질서 전개와 중국의 패권주의, 일본의 우경화, 그리고 핫이슈인 북한의 비핵화 등으로 인한 국제적 위기상황에서 역사적으로 우리 국민에게 면면히 흐르는 의병정신을 강조했다. 우리 현대사에는 국민들의 주관적 평가에 의해 좋고 나쁨이 갈리는 의병정신의 사례가 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당시 남로당이 저지른 '제주 4⋅3, 여수⋅순천 반란'이나 허위선동이 드러난 '여중생 사망, 광우병, 사드 배치' 등은 나쁜 의병정신의 사례이다.

    보수 우파 의병정신이 '국가 해체' 저지할 것

    반면 임진왜란과 을미사변 의병, 3⋅1운동 등은 좋은 의병정신의 사례라고 할 만하다. 특히 '4⋅19'는 우리 헌법 전문에서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해 불의에 항거함으로써 독재정권을 타도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한 국민적 저항권 행사의 역사적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4대강 국민연합 발대식에서 참석자들은 한 목소리로 "문재인 정권이 보를 해체한다면, 문재인 정권을 해체시키겠다"고 외쳤다. 국가적 위기의 순간에서 국가적 재앙을 저지하려고 분연히 일어난 좋은 의병정신이 마침내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 전 출범한 '행동하는 자유시민'이나 새로 출범을 준비 중인 '변호사연합체' 등은 국가 해체라는 불의에 항거하기 위해 거병하는 의병정신이 들불처럼 타오르고 있는 사례를 보여준다. 이 정부가 4대강 보 해체를 비롯해 국가 해체를 멈추지 않는 한, 앞으로도 불의에 항거하는 의병정신은 일파만파로 더욱 거세게 타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