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력근로제, 최저임금 법안, 선거제 개혁안 끝내 무산… "여당 역할 실종" 지적
  •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3월 임시국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났다. 120여 무쟁점 법안은 처리됐지만 선거제 개혁안, 탄력근로제 및 최저임금 관련 법안 등 핵심 법안은 또 다시 계류됐다. 청와대 2기 개각 인사청문회, 4·3보궐선거 등 굵직한 이슈 속에 여야의 극한대치가 이어진 탓이다. 

    다만 여당은 3월 국회 종료일까지 ‘빈손’ 책임을 자유한국당에 전가, 정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이다. 이 같은 여당의 무책임한 모습이 8일부터 열릴 4월 임시국회에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다.

    5일 ‘일하는 국회법’ 등 무쟁점 법안 의결로 종료

    지난달 7일 시작된 3월 임시국회가 5일 마지막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일하는 국회법’,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비준동의안, ‘임세원법’ 등 무쟁점 법안을 의결했다. ‘일하는 국회법’은 문희상 국회의장이 국회 개혁을 위한 1호 법안으로 제한한 법률안이다. 각 상임위에 여러 개의 법안소위를 설치하고, 매달 최소 2회 이상 법안소위를 연다는 내용이 골자다. 

    해당 법안이 통과됨에 따라 국회는 상임위 법안심사의 활성화로 인해 임기만료로 폐기되는 법안을 줄이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방위비분담금은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 주둔을 지원하기 위해 부담하는 비용이다. 주한미군에서 근무하는 한국인근로자 인건비, 미군기지 내 건설비, 군수지원비 등 명목으로 사용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2월 방위비분담금을 1조389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2% 인상했다. 이 협정은 유효기간을 당초 5년에서 1년으로 단축, 올해까지만 적용된다.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비준동의안을 원안대로 가결했다. 대신 전날 외통위 법안소위에서 결정한 ‘6개 항목 부대의견’을 첨부했다. 

    부대의견에는 정부가 주한미군의 주둔경비 분담이라는 방위비분담특별협정의 기본 취지를 견지해 차기 협상에서 작전지원 등 추가항목이 신설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 이른바 '임세원법'도 처리됐다. 개정안은 의료기관에서 의료인을 폭행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의료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최고 무기징역까지 처벌이 가능하다. 

    여기에 의료기관 내 의료인 및 환자의 안전을 위한 보안장비 설치와 함께 보안인력 배치도 법적으로 보장받게 된다.

    이밖에 어선안전조업법안·양식산업발전법안·해양경찰법안 등 120여 법안이 처리됐다.

    거대 양당 정쟁에 쟁점법안 처리 ‘또’ 무산

    반면 주요 쟁점사항이던 탄력근로제 및 최저임금 관련 법안, 선거제 개혁안 등은 끝내 무산됐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한국당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까닭이다.

    민주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합의안대로 현행 3개월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주52시간 도입에 따른 기업부담 증가를 이유로 이를 1년까지 늘려줄 것을 요구했다.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의 경우 민주당은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정부안을 주장했다. 반면 한국당은 지역과 업종에 따른 차등화를 요구해 합의가 불발됐다.

    또 최저임금 산정기준시간의 경우, 한국당은 임금 산정 시 소정근로시간에 주휴시간까지 더하면 많은 기업이 최저임금법을 위반할 처지에 놓이기 때문에 주휴시간을 빼자고 한 반면, 민주당은 “그럴 바에야 통상임금도 같이 논의하자”고 주장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선거제 개혁안의 경우에도 1, 2월 국회에 이어 또 다시 무산됐다. 앞서 민주당은 3월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화약고’와 다름없는 선거제 개혁 패스트트랙 카드를 꺼내들었다. 야3당과 공조해 지난해 12월 국회부터 계류 중인 선거제 개혁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도였다. 

    하지만 이는 제1야당인 한국당을 국회에서 고립시켜 정쟁구도를 형성, 3월 국회를 경색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과도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해 패스트트랙 추진마저 중단된 상황이다.

    홍영표 “한국당 비협조 때문”… 與, 타협 의지 있나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빈손국회'의 책임을 한국당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3월 국회가 무소득으로 끝난 것이 한국당의 비협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에서는 약 100개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 안타까운 것은 지금 경제‧노동계가 함께 합의한 탄력근로제 등 법안을 자한당의 반대로 본회의에서 처리하지 못했다”며 “어렵게 경사노위에서 타협으로 도출한 안을 국회가 막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의원총회 직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탄력근로제 법안 무산과 관련 “한국당과 민주노총이 손잡고 사회적 합의를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민주당은 3월 국회 종료 마지막 날까지 ‘김학의 띄우기’에 열을 올리는 모양새다. 홍 원내대표는 3월 임시국회에 대한 소회를 밝힌 후 “어제 운영위원회가 있었다. 운영위 하면서 떠오른 생각이 온 국민이 김학의‧장자연‧버닝썬 사건에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자한당은 김학의 사건에 대해 특검법을 제출했다. 자한당이 특검을 임명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데 가장 앞장선 정당이 또 다시 특검법 만들어서 특검을 자신들이 임명한다는 것은 후안무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의 이 같은 모습에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라는 비판이 크다. 올해 들어 처음 열렸던 1월 임시국회는 민주당이, 2월 임시국회는 한국당이 ‘보이콧’해 각종 민생현안이 처리되지 못했다.

    더욱이 4·3보궐선거 여파로 여야의 기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조짐이다. 보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한국당의 입김은 더욱 세지고, 평화당과 정의당도 공동교섭단체 구성 여부를 두고 알력다툼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을 설득해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해야 하는 것이 여당의 역할임에도, 스스로 대립각을 조성하는 것은 1‧2월 ‘식물국회’의 전철을 자초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국회 마지막 날까지 ‘남 탓’하는 여당 원내대표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며 “당장 3일 뒤 4월 국회가 열리는데, 싸움을 지속하겠다는 뜻이 아니고 무엇인가. 민주당은 4·3보궐선거에서 민심으로부터 경고장까지 받았다. 야당 탓만 하지 말고 책임 있는 여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3월 국회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남에 따라 여야는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하기로 합의했다. 4월 임시국회는 오는 8일부터 다음달 7일까지 열린다. 다만 4·3보궐선거 여파로 인한 여야의 주도권싸움, 문재인 정부 2기 내각 인사·검증 부실문제 등으로 급랭한 정국 분위기를 감안하면 4월 국회도 난항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