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 남 탓만 핳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오늘 만나 점심을 함께 한 대학 동문 후배님이 이런 말이 있다는 걸 알려주었다. “역사에 대해서는 필부(匹夫)도 책임이 있다-” 세상이 안 좋게 돌아가면 사람들은 흔히 정치-사회 지도층 탓을 한다. 그러나 소위 ‘민주화’와 대중사회가 대세가 되면 세상이 안 좋게 되는 데는 지도 층 뿐만 아니라 대중과 일반 국민의 책임도 반(半)은 된다고 봐야 한다.

     대중사회가 되면 지도층은 대중의 환심을 사려고 하고 그러자면 대중에게 아첨해야 한다. 아첨의 정치-이게 바로 포퓰리즘이다. 세금 올려 왕창 걷어내 공짜 선심을 베푸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걸 정의, 공정, 평등, 복지라고 한다. 대중은 이런 아첨의 정치를 “이게 웬 떡이냐?”며 반기게 되고, 나중에야 국민경제가 어떻게 되든 말든 우선은 “와, 베네주엘라 촤베스 식 정치  정말 좋구나” 하며 혹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를 한껏 돋우는 게 ‘좌파 문화’ ‘좌파 역사관’ ‘좌파 선전선동’ ‘좌파 미디어‘다. 군중은 이 선동의 언어와 동작과 노래와 영상과 ’썰‘에 박수갈채를 보내며 휘파람을 불어대고 춤을 추며 광란한다. 꼭 굿판 그 자체다. 환각과 도취와 광분(狂奔) 한 마당이다. 군중 선동청치에선 지도층과 군중이 공범(共犯)인 셈이다. 군중은 현혹된 피해자라 책임이 없다고? 책임 없는 것 좋아하네. 현혹된 건 제 탓 아니고 그럼 누구 탓인가? 더군다나 요즘 대중은 거의 다 대학 다닌 ’자칭 똑똑쟁이‘들 아닌가?

     그러니 먹고사는 게 갈수록 팍팍해지는 게 오로지 지도층 탓이라고만 하지 말아야 한다. 반은 내 탓이라고 자인해야 한다. 국민과 대중도 역사의 향방에 책임이 있어도 아주 많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 지도층에게 표를 왕창 안겨준 게 국민-대중 아니면 누구던가? 그래놓고 나중에서야 지지를 철회하고 돌아서면 다인가?

     30~40대만 빼놓고 모든 연령층에서 현 지도층에 대한 지지도가 당초의 84%에서 41%로 떨어졌다고 한다. 꼭 뜨거운 주전자를 만져보고 나서야 “아 뜨거” 소리치는 것이나 똑같다. 그런다고 책임이 면제되는 게 아니다. 자신의 선택이 ’안 좋음‘으로 돌아왔다면 “그건 내 책임이로소이다”라고 자책해야만 그게 양심 바른 소리다.

     세상에 남 탓이란 없느니... 누가 강제로 혹하라고 했나? 지금도 대한민국 '나라만들기 역사'를   헐뜯는 생방송 프로그램 현장에선 청중들이 환호하며 난리 블루스를 추고 있다.

    류근일 /전 조선일보 주필/ 2019/4/7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