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김경진 등 반대… "바른미래 분당 때 '호남신당' 창당 위한 것" 분석
  •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시스
    ▲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뉴시스
    정의당이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민주평화당에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하지만 평화당의 반응은 냉랭하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의 회유에도 일부 의원이 반대 견해를 강력히 피력했다. 평화당은 9일 ‘끝장토론’을 열고 공동 교섭단체에 대한 당 내부 의견을 조율하기로 했지만 사실상 가망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평화당 의원 14명 중 1명만 반대해도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9일 의원총회에서 “'평화와정의의원모임'을 부활시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선거법 등 각종 개혁입법 관철을 위해 공동으로 나서자”고 요청했다.
     
    윤 원내대표는 “오늘 평화당이 의원총회를 열어 정의당과의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논의한다. 당내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나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요청 드린다”며 “정의당과 평화당이 하나의 당이 아닌 만큼 각 정책에서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지난 1기 ‘평화와정의의의원모임’에서도 서로 존중하며 자신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5·18 망언자 처벌, 사법개혁 등 많은 분야에서 평화당과 정의당은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다”며 거듭 호소했다.

    정동영 대표 회유에도 일부 의원 반발 커

    우선 당의 수장인 정 대표는 공동 교섭단체 구성에 찬성한다. 정 대표는 앞서 4·3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정의당의 1석 확보로 공동 교섭단체 구성이 가능해지자마자 “교섭단체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피력한 바 있다.

    정 대표는 이날 “물론 당내에 다른 의견도 있지만 정치는 대의명분과 원칙, 일관성이 중요한 만큼 교섭단체 구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먼저 선거제 개혁을 주도해온 평화당이 교섭단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빠진 상황에서 커튼 뒤의 민주당과 한국당이 주무르고 있다. 평화당이 다시 주도해 선거개혁의 올바른 열매를 국민에게 전해주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당내 온도차는 크다. 일부 의원이 나서서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적극 반대한다. 공개적으로 부정적 견해를 피력한 의원은 박지원·장병완·최경환·김경진 등 최소 4명이다. 국회법 33조에 공동 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양당 소속 국회의원 20명 전원의 서명이 필요하다. 단 1명이라도 서명하지 않으면 공동 교섭단체는 성립될 수 없다. 

    이와 관련, 김경진 의원은 8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저부터 반대이고, 박지원 전 대표, 장병완 원내대표, 최경환 의원 등 최소한 4명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정의당과 공동 교섭단체 구성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양당 간 노선차이’가 거론된다. 실제로 평화당과 정의당은 그동안 탄력 근로제, 탈원전, 선거제 개편 등과 관련해 미세한 입장차를 보였다. 

    김 의원은 “지난번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가 돌아가신 이후에 여러 가지 과정 속에서 생각의 차이들이 분명히 보였다”며 “이렇게 다른데 이걸 하는 게 맞느냐는 내부의 반대의견들이 많이 커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의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탄력근로제와 탈원전, 선거제 개편정책을 예로 들며 “우리는 좀 천천히 하자고 주장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 의원은 공동교섭단체가 구성되더라도 큰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국회 상임위원회에서 간사 직을 맡을 수 있고, 그만큼 원내 영향력도 커진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정의와 평화’ 교섭단체 시절 (국회 상임위에서) 소속 의원 1명인 상태로 간사 의원을 해봤는데, 그 1명 의원이 간사 의원을 하는 게 솔직히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생각이 들었다”며 “평화당과 정의당 입장에서 (간사 자리를)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국회 전체 효율 차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2 호남신당’ 꿈꾸나… 최경환 “바른미래 호남 의원들 적극”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의 분열을 내심 기대(?)하는 눈치도 있다. 바른미래당은 현재 4·3보궐선거 이후 ‘손학규 한계론’이 도화선이 돼 분당설이 본격화하는 조짐이다. 분당이 사실로 나타날 경우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제3지대’를 결성할 수 있다는 게 평화당 내 일부 의원의 관측이다. 

    결국 지난해 2월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으로 사분오열됐던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모여 ‘제2 호남신당’을 창당하겠다는 속셈이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의원은 9일 cpbc 가톨릭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바른미래당 일부와) 다시 합치자, 큰 집을 만들자는 얘기를 오래 전부터 듣고 있다. 바른미래당 호남 의원들이 적극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 평화당 상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 전국 지지율이 2~3%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중도개혁세력의 참여 흐름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행보의 배경에는 내년 총선에 대한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체재로는 내년 총선에서 승산이 없다는 게 당 안팎의 중론이다. 결국 정의당과 물리적 결합보다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과 화학적 결합을 통해 일찍이 ‘독자노선’을 구축, 총선체제를 꾸리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2016년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이 호남지역에서 일으킨 ‘녹색 돌풍’에 대한 향수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당 출신 호남 의원들은 당시 국민의당의 '녹색 돌풍'을 기억한다. 당시 호남 28개 지역구 중 23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게다가 이들의 민주당행(行)마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앞서 국민의당 출신 손금주·이용호 무소속 의원의 입당을 불허한 바 있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분당설은 초창기부터 있었다. 내년 총선체제 전 불씨가 확 살아난 것”이라며 “바른정당 출신 일부 의원이 한국당으로 흡수된다면 (바른미래당 내)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남을 이유가 없지 않나. 평화당 입장에서 정의당보다 이들을 기다리는 게 훨씬 유리하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