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처리' 야 3당 요구에도 의총서 결론 못 내… 내주 초로 결정 연기
  •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박성원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4일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사법개혁특위 중 어떤 특위의 위원장을 맡을지 결정할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야 3당의 선거제 개혁안 완수 압박에 따라 정개특위 선택 가능성이 유력했지만, 당 내부에선 막상 고민이 깊은 모습이다. 정의당의 반발을 의식하면서도 '밀당'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이날 1시간여 동안 진행된 의총에서 당내에서 다양한 견해를 수렴해 최종 결정은 당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이에 이인영 원내대표 등 원내지도부는 다음 주 초쯤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비교적 우세한 당 내부 의견에 따라 정개특위를 선택하더라도 다음 주가 상황이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회의 후 이 같은 결과를 설명하며 "이번 주까지는 아마 숙의를 더 하는 것 같다. 내일 자유한국당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뽑는 것과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들어가는 것을 살펴볼 것"이라고 부연했다. 비공개 의총에선 정개특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견해와 사개특위를 선택해야 한다는 견해에 비슷하게 발언권이 배분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찬 "정의당 선거법 개정 충정 이해"

    이해찬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정개특위 선택을 간접적으로 옹호했다. 이 대표는 "이인영 원내대표가 협상에서 방향을 정개특위 연장 쪽으로 잡은 것은 잘 잡았다"며 "정의당에서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그분들이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취지나 충정은 충분히 이해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다루는 정개특위 위원장을 맡는다 하더라도 실효성은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선거제와 공수처법을 사실상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지난 4월 여야 4당이 합의했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정개특위에서 선거법을 신속하게 처리해 올해 안에 국회 본회의로 넘기더라도 한국당이 사개특위에서 시간을 끌며 패스트트랙 기한을 꽉 채우면 내년 1월 말에야 본회의에 올라간다. 이때 문희상 국회의장이 직권상정하지 않으면 결국 두 법안 모두 내년 3월 말에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한데, 이미 선거가 보름밖에 안 남은 상황이어서 현실적으로 표결이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한계에 대해 야 3당은 사개특위의 패스트트랙 법안이 법사위 소관 법안이라 법사위 90일 기간을 건너뛸 수 있다는 해석을 토대로 올해 안에 선거제와 공수처법을 모두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법사위 패트 법안’ 체계·자구 심사 해석 이견 

    국회법 85조 2의 4항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법안이 180일 이내 상임위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그 기간이 끝난 다음날에 소관 위원회에서 심사를 마치고 체계·자구 심사를 위해 법사위에 회부된 것으로 본다’고 규정하는데 ‘위원회(법사위는 제외한다)’라는 단서조항이 있다. 야 3당은 법사위 고유 법안은 체계·자구 심사를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체계·자구 심사를 위한 90일 계류가 필요 없다고 해석한다. 

    하지만 한국당의 해석은 다르다. 법사위에서 어떤 법안이 의결됐을 경우 별도 체계·자구 심사가 불필요하다는 뜻이며, 180일 이내에 의결이 되지 않았다면 내용 심사만 했지 체계·자구 심사를 끝낸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법사위원장을 현재 한국당이 맡고 있다는 점도 한국당에 유리하다. 

    이런 입장 차 때문에 민주당이 정개특위위원장을 맡더라도 패스트트랙 불안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법안 처리나 수정에 대해서는 큰 걱정을 안 해도 되는데, 정개특위 법안은 1월 말이 되게 돼서 3개월 차이가 나게 되면 이 두 법안을 같이 처리하는 데 좀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입장 보고 판단하기로

    민주당이 1주일 더 숙의 기간을 설정한 원인은 여야 정치 개혁 과제 간 입장 차가 남아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국당과 의견 조정이 필요한 사안은 △예결위 구성과 추경 심의 △이완영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인한 한국당 법사위원 추가 보임 △북한 목선 국정조사 요구 등이 있다. 정개·사개특위 구성과 관련해서도, 위원장 외에 각 특위 소속 소위원장 인선과 사개특위 인원 비율 문제 등이 추가 협상 과제로 남아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이 원내대표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추가 협상 시간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입장에선 이날 바로 결정이 나올 경우 어느 한 쪽에 힘을 싣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이를 의식한 듯 박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개·사개특위 모두 똑같이 관철해야 할 개혁 과제인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