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 호남계와 '제3지대' 논의 진전 …교섭단체 구성 사실상 무산된 듯
  • ▲ 정동영 대표 등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정동영 대표 등 민주평화당 의원들이 9일 저녁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이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에 유보 입장을 밝혔다. 평화당은 호남 기반 바른미래당 의원들과 '제3지대'를 구축하는 방안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당의 진로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평화당은 9일 저녁 국회에서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정의당과 공동교섭단체 재구성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

    최경환 평화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에서 "교섭단체문제는 이견이 있어서 시간을 갖고 논의를 계속하기로 했다"며 "총선이 1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내부 이견이 있지만 우선 단결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도 "향후 1년간 민주당과 한국당의 강 대 강 대치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런 과정에서 교섭단체냐 아니냐는 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의총에서는 정의당과 교섭단체 구성에 난색을 표한 의원이 상당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의총에는 바른미래당 박주현·장정숙 의원을 포함한 16명 의원 중 13명이 참석했다.

    평화당은 교섭단체 구성과 관련한 결론을 유보하고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나, 사실상 정의당과 연대가 무산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공동교섭단체를 구성하려면 양당 소속 의원 전원의 서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을 아우른 '제3지대' 구축과 관련한 의원 간 논의가 상당부분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당은 당의 분열 조짐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것으로 보이나 이미 내부적으로는 갈등이 곪아가는 셈이다.

    나날이 계파 간 내홍이 불거지는 바른미래당도 '제3지대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바른정당계인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 등이 4·3 보선 패배의 책임을 묻는 '지도부 총사퇴' 카드로 손학규 대표를 압박하고, 국민의당계인 이찬열 의원은 공식석상에서 "깨끗하게 갈라서자"는 발언까지 했다.

    9일 손학규 대표는 관련 질문에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니고, 우리 당이 제3세력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일축했다.

    그러나 당내 갈등의 윤곽이 더욱 선명히 드러나면서 과거 국민의당에서 활동했던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도 평화당과 재결합, 즉 제3지대 구축을 본격적으로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부 평화당 의원들이 정의당과 연대를 반대하는 것도 이들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