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 겨냥 野 3당 "정개특위 위원장" 요구…민주 '공수처'에 비중 두면 공조 균열
  •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직 가운데 '양자택일'을 앞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2일 현재 민주당 내부에선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 3당과 함께해온 패스트트랙 공조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과 한국당·바른미래당은 지난달 28일 정개특위와 사개특위를 8월31일까지 연장하고, 각 특위 위원장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나눠 갖기로 합의했다. 선택권은 민주당에 있다.

    패스트트랙으로 선거제 개혁과 사법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던 민주당 처지에서 현실적으로 득실을 따져보면, 사개특위 위원장을 가져갈 때 잃을 게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정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에 내주고 선거제가 좌초될 상황을 방기한다면 '한 마리 토끼'마저 놓칠 우려가 크다. 민주당이 사개특위 위원장을 맡아도 한국당이 야 3당의 반대에 맞서 도와준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여야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문을 보면 본회의에서 법안을 의결할 때 바른미래·민주평화·정의당의 숙원인 연동형비례제를 골자로 한 선거제 개혁 법안을 먼저 의결한 뒤, 민주당이 원하는 공수처법 등 사법개혁 법안을 의결하게 돼 있다. 야 3당과 선거제 개혁 공조를 유지해야 민주당이 애초에 바라던 사법개혁도 완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민주당 내부에서 '정개특위 위원장을 선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의원들은 "사개특위 위원장을 한국당이 맡아도 공수처법 처리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을 당부한다. 한국당에 사개특위 위원장 자리를 넘겨주는 게 이득이란 주장이다. 

    사개특위 여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이날 BBS 라디오 '아침저널'에 출연해 "사개특위 위원장을 민주당이 포기하더라도 이미 패스트트랙에 올려진 법안과 관련해 (한국당)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굉장히 제한적"이라며 "사법개혁이 후순위로 밀린다고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與 "정개특위 확보해 패스트트랙 공조 깨지 말아야"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개특위를 가져와야지 민주당이 여당으로서 정국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며 "야 3당과 패스트트랙 공조가 깨지면 나중에 본회의 표결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의원은 "청와대가 이미 조국 법무부장관-윤석열 검찰총장 체제를 만들어 사법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 않으냐"며 "여기에 국회에서도 여당이 사개특위를 맡아 뒷받침하자는 것은 하나만 보고 둘은 안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도 전날 YTN 라디오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개특위 쪽 가능성이 좀 더 높지 않을까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정의당 달래기' 과제에 직면한 상태다. 추혜선 정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심상정 정개특위 위원장의 '해고'로 정치개혁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며 "이것이 여당인 민주당이 원했던 결과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엄포를 놓았다. 그는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국당이 (정개특위) 위원장을 차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8월 말까지 그것(선거제도 개혁안)을 심의처리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런 상황이 되면 중대한 결단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중대 결단'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지금 한국당을 어르고 구슬르는 게 민주당에 득이 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정부·여당의 개혁정책에 가장 힘을 실어줬던 정의당, 그리고 야 3당의 개혁 공조가 이제는 어그러지는 상황이 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 "선거제 개혁 없으면 공수처도 없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야 3당 대표와 "민주당은 정개특위 위원장 맡아 선거법 처리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그는 회견을 마친 후 "선거제 개혁이 물 건너가면 공수처도 물 건너간다. 선거제 개혁 없이 다른 어떤 입법도 처리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민주당은 당내 의견을 수렴한 뒤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 선택할 예정이다. 앞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1일 특위 위원장 결정에 대해 "의원총회를 열어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원내대책회의 직후 “빠르면 이번 주 목요일 전후로 의원총회를 열어 정개특위나 사개특위와 관련한 의견을 모을 것 같다”며 “야 3당 기자회견 이후 요청하는 것을 보고 입장을 전해야 할 것 같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