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 위반으로 6개월 째 억류…'불법환적' 루니스호와 같은 업체 선박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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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 위반 혐의로 부산 감천항에 6개월째 억류 중인 한국선박 ‘피 파이오니어’호가 최소한 다섯 번의 불법환적을 통해 북한에 석유제품을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 ▲ 부산 감천항에 6개월째 억류돼 조사를 받고 있는 '피 파이오니어'호.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외교부는 지난 3일 “현재 부산 감천항에 억류돼 있는 한국선박은 피파이오니어호로, 미국 측으로부터 첩보를 받아 붙잡았다”고 밝혔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파이오니어호는 2017년 9월 동지나해 공해상에서 북한 유조선 ‘금운산’호에 1820t, ‘유선’호에 2500t 등 4320t의 경유를 환적해준 혐의를 받는다. 해양경찰은 피파이오니어호 선장 A씨(71)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피파이오니어호는 입출항할 때마다 다음 목적지를 속이는 방식으로 당국의 추적을 피했다. 또한 석유제품을 대량으로 팔면 환적 후 배가 수면 위로 많이 떠올라 의심을 살 것이라는 생각에서 최대적재량 7850t에 훨씬 못 미치는 석유만 운반했다.
특히 피파이오니어호가 북한과 석유 불법환적 때의 항적(航跡)이 '루니스'호의 그것과 상당부분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은 4일 “한국정부가 억류 중인 선박이 환적 의심 선박인 루니스호와 동일한 항적을 보였고, 이 두 선박을 사용하는 업체가 같다”고 밝혔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선박정보를 알려주는 ‘마린트래픽’을 통해 피파이오니어호의 2018년 4~10월 항적을 조사했다. 그 결과 동지나해 공해상에서 오랜 기간 머무른 게 최소한 다섯 번 나타났다.
방송에 따르면, 피파이오니어호는 지난해 4월 여천항을 출항할 때 목적지를 싱가포르로 신고했다. 그러나 4월11일 동지나해를 마지막으로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꺼버렸고, 닷새가 지난 4월16일 남해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냈다. 싱가포르에는 입항하지 않았다.
또 4월21일 울산항을 출항하면서 “베트남으로 간다”고 신고했지만 5월25일 부상항으로 돌아올 때까지 베트남에 입항한 흔적이 없었다. 4월28일과 5월3, 10, 12, 13, 17, 23일 동지나해 공해상에서 AIS 신호가 포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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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파이오니어’와 ‘루니스’, 항적과 목적지 거짓 신고·AIS 끄는 행위도 동일
- ▲ 불법환적 연루 의심을 받고 있는 '루니스'호. ⓒ베슬 파인더 검색결과 캡쳐.
피파이오니어호는 5월31일 다시 울산에서 출항해 7월12일 싱가포르에 입항했다. 하지만 그 사이 또 동지나해 공해상에서 6일 동안 머물렀다. 이후 미얀마를 거쳐 싱가포르에 입항했다가 석 달 뒤 여천항으로 돌아왔다. 같은해 8월28일 여천항을 출발한 피파이오니어호는 남쪽으로 향했다 9월4일 여천항에 입항할 때까지 AIS 장치를 켜지 않았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피 파이오니어호는 출항 당시 목적지를 베트남으로 기재했다”면서 동지나해 공해상에서 오랜 기간 머무르는 게 빈번했던 점은 루니스호와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파이오니어호와 루니스호의 유사점은 항적이나 목적지 신고기록에만 그치지 않는다”면서 “국제해사기구(IMO)의 선박정보에 따르면, 피파이오니어 호의 선주와 루니스호를 빌려 운영했던 업체가 같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IMO 정보에 따르면, 피 파이오니어호의 선주는 서울 논현동 소재 ‘다온로지스틱스’다. 다온로지스틱스는 2017년 9월부터 ‘에이스마린’으로부터 2년 동안 루니스호를 빌려 운용 중이었다. 에이스마린 측은 지난 3일 “다온로지스틱스가 루니스호를 싱가포르 업체에 다시 빌려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에이스마린 측은 “지난해 9월 당국으로부터 조사받았으며, 대북제재 위반 혐의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즉, 다온로지스틱스라는 업체가 피파이오니어호는 물론 루니스호까지 북한과 석유제품 불법환적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할 수 있다.
'미국의 소리' 방송은 “그러나 한국정부는 이미 억류한 피파이오니어호와 달리 루니스호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 혐의를 조사했으나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을 증명하는 충분한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