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C 보도 “작년 가을,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도 전달"… 2010년 이후 외교 관계 단절 상태
  • ▲ 지난 2018년 1월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국제회의 후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 지난 2018년 1월 밴쿠버에서 열린 한반도 안보 국제회의 후 틸러슨 미 국무장관과 프릴랜드 캐나다 외교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캐나다 정부가 지난해 가을 북한 측과 비핵화, 인권 문제에 대해 비밀리에 고위급 회담을 가졌다는 보도가 나왔다.

    캐나다 공영 CBC는 8일(현지 시간), 2018년 9월말 5명으로 구성된 북한 대표단이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서 캐나다 관료들과 이틀에 걸쳐 회담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회담을 갖게 된 구체적인 배경이나 누가 회담을 주선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캐나다는 지난 2010년 3월 북한이 천안함 폭침 사태를 일으킨 후 같은 해 5월 외교 관계를 단절, 대북 제재를 강화하고 양국 간 접촉에 제한을 둬왔다. 그런 가운데 2018년에 열린 이 회담은 미국을 비롯한 캐나다의 주요 우방국들과의 협의 하에 이뤄진 것이라고 CBC는 전했다.

    CBC는 캐나다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 “이 회담은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고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하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북한과 이와 같은 고위급 접촉을 갖는 경우는 흔치 않은 일”이라면서도 회담이 캐나다와 북한 사이의 관계 변화를 모색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고 한다.

    캐나다의 외교·영사 업무를 담당하는 ‘글로벌부(Global Affairs Canada)'의 기욤 베뤼베 대변인 역시 CBC측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 회담이 캐나다와 북한의 외교 관계에 변화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며 이를 확인해 줬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남북한 사이에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캐나다는 북한이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충분히 보여주지 않고 있는데 대해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뤼베 대변인은 또한 “대북 압박 기조를 유지함에 있어 캐나다는 동맹국들과 항상 소통하고 있으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는 전세계적 안보 문제”임을 강조했다고 CBC는 전했다.

    캐나다의 전직 외교관 제임스 트로티에는 CBC와의 인터뷰에서 “캐나다는 현재 북한과의 외교 관계가 없고 평양에 대표부도 없어 (북한에 대해) 제한된 정보만 얻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회담은 캐나다가 북한의 상황을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평가했다.

    과거 한국과 북한에서 캐나다 대사를 역임했던 마리우스 그리니우스도 8일(현지 시간) CBC에 출연해 트로티에의 의견에 공감을 표했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고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김정은을 세 차례 만났으며 독일과 영국은 북한에 대사관을 두고 있는데 반해 캐나다는 그동안 북한 문제 해결에 있어 역할이 미미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캐나다가 G7 선진국임에도 직접 나서지 않고 다른 나라를 통해 북한의 상황을 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이러한 회담이) 북한에 대한 캐나다의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는 대화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