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후보' A교수 성희롱 의혹 터지자 이사장, 양측 고발… 이사회도 "적반하장" 반발
  • ▲ 덕성여자대학교. ⓒ연합뉴스
    ▲ 덕성여자대학교. ⓒ연합뉴스
    박상임 덕성여자대학교(이하 덕성여대) 이사장이 '총장 후보' A교수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학생들을 수사기관에 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이사회 간부 일부와 총학생회(이하 총학)은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학생들을 고발한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앞서 본지는 지난달 21일 덕성여대 총장 최종후보로 선정된 교수의 성희롱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사회의 총장 선임절차가 중단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단독]덕성여대 총장 선출 중단… 임용 후보자 '성추행 의혹' 불거져)

    7일 덕성여대 제18차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박 이사장은 학교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 A교수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성명불상의 학생들을 개인자격으로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이에 대해 이 학교 이사회는 “불특정 다수학생을 고발한 것은 충격적”이라며 박 이사장에게 고발 취하를 요구했다.

    유명 좌파 역사학자의 상습 성희롱 의혹

    A교수는 민족문제연구소와 학술단체협의회 등 좌파성향 교육단체에서 활동하는 유명 역사학자로, 최근 학내에서 여학생들의 ‘머리카락’, ‘등’, ‘허리’ 같은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상습적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피해학생 6명은 “A교수의 행동에 불쾌감을 느꼈다”며 그의 성희롱을 규탄하는 진술서를 학교법인 이사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희롱 논란이 학교 바깥으로까지 번지게 된 계기는 A교수가 제11대 덕성여대 총장 최종 후보자로 선정되면서부터다. A교수는 지난달 10일부터 이틀 동안 진행된 결선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로 총장 최종후보로 선정됐다. A교수는 학교법인 이사회의 승인을 이뤄지면 덕성여대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 ▲ 박상임 이사장은 지난달 19일 학교 게사판에 글을 올려
    ▲ 박상임 이사장은 지난달 19일 학교 게사판에 글을 올려 "총장 선거 1위 득표자 관련 의혹에 대하 수사의뢰 조치했다"고 밝혔다. ⓒ덕성여대 게시판 갈무리
    결선 투표결과가 알려지자 학교 익명 게시판에는 A교수의 총장 취임을 반대하는 글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학생들의 비난이 거세지자 박 이사장은 A교수 임명을 위한 이사회 소집을 보류하고 지난달 19일 학교 교직원 게시판에 직접 글을 올렸다. 박 이사장은 해당 글에서 “학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총장 선거 1위 득표자 관련 의혹에 대해 수사의뢰 조치를 했다”며 “향후 수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미투' 수사의뢰하면서 의혹제기 학생들도 고발

    문제는 박 이사장이 A교수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학생들도 고발했다는 점이다. 지난달 20일 덕성여대 이사회는 “박 이사장이 이사회 뜻과 관계없이 (학생들을) 고발했으며 이사회 의결로 고발을 취하한 사실을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경위 설명과 함께 공지하는 것으로 한다”고 결정했다.

    그러나 덕성여대 측은 십여 일이 지나도록 고발취하에 대한 경과를 아직까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A교수의 성희롱 의혹을 제기한 학생들을 고발한 것도 '적반하장' 격 조치인데, 이사회 결정사항까지 무시하는 박 이사장과 학교 측 행태가 도를 넘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덕성여대 총학생회는 지난달 28일 입장문을 내고 “이사장이 글을 쓴 ‘수사의뢰’와 관련해 고발장 사본을 요청했고 이사회 회의록의 누락된 부분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 A교수의 총장 후보 자진사퇴와 학생고발 취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글. ⓒ덕성여대 커뮤니티 게시판 갈무리
    ▲ A교수의 총장 후보 자진사퇴와 학생고발 취하를 요구하는 학생들의 글. ⓒ덕성여대 커뮤니티 게시판 갈무리
    덕성여대 한 학생은 익명게시판에 글을 올려 “이사회 내용을 보면 이사들도 상식적 차원에서 말하고 있다”면서 “(박 이사장이) 어지간히도 특정후보를 총장시키고 싶었나보다”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학생도 “박 이사장 본인과 의혹 당사자를 제외하고 어느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을, 본인께서 직접하신 것은 인지하고 있나”라며 “게시판의 내용까지 신경써가면서 고발하시면서 왜 학생들의 편을 들어주실 생각은 전혀 하지않는가”라고 비난했다.

    학생들 반발 확산…"이사장 특정후보 총장 낙점했나"

    학생들의 의사는 총장 투표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덕성여대 총장임용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총장 결선투표에서 A교수에 밀려 낙선한 강수경 교수는 최초투표에서 교수들에게는 8.63%의 지지밖에 얻지 못했지만 학생들로부터는 80.55%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A교수는 교수 득표율은 28.10%인 반면 학생들에게는 2.45%의 지지밖에 못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법인 덕성학원은 지난 11월 29일 총장 임용후보자 선거 규정을 의결하고 선거인 참여비율을 △교원 75% △직원 12% △학생 11% △동문 2%로 확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