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 “한국 정유업체들, 美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해 연료판매 거부”러시아 선박업체 호소
  • ▲ 현재 부산 용호부두에 정박 중인 러시아 화물선 '세바스토폴' 호. ⓒ마린트래픽 검색결과 캡쳐.
    ▲ 현재 부산 용호부두에 정박 중인 러시아 화물선 '세바스토폴' 호. ⓒ마린트래픽 검색결과 캡쳐.
    지난 9월 수리를 위해 부산항에 입항한 러시아 화물선 ‘세바스토폴’ 호가 석 달 넘게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밝혀졌다. 한국 정유업체들이 ‘세컨더리 보이콧(유관 3자 제재)’을 우려해 연료를 팔지 않아서라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6일 ‘세바스토폴’ 호의 선사인 러시아 해운업체 ‘구드존’과 가졌던 인터뷰를 보도했다. 알렉세이 ‘구드존’ 부사장은 “한국 업체들이 ‘세바스토폴’ 호가 러시아로 돌아오는데 필요한 연료 제공을 거부하고 있어 큰 문제”라며 “한국 정유사들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 기업 및 개인데 대한 제재를 우려해 ‘세바스토폴’ 호에 연료를 팔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알렉세이 ‘구드존’ 부사장은 이어 “GS칼텍스나 현대오일 같은 한국 대형 정유사들이 미국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고 세바스토폴 호에 연료 제공을 거부하는 입장은 이해한다”면서 “다른 소규모 정유회사들을 대상으로 소량의 연료라도 공급받는 길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세바스토폴’ 호는 지난 8월 21일 美재무성 해외자산통제국(OFAC)으로부터 제재 대상으로 지정됐다. 공해상에서 북한 선박과 불법 환적을 통해 석유제품을 불법으로 제공했다는 혐의였다. 이후 한국 정부는 9월 말 ‘세바스토폴’ 호에 대한 출항금지조치와 함께 수색작업을 벌였다. 러시아 정부는 강력히 항의했다.

    정유업체들 '세컨더리 보이콧' 우려

    한국 정부는 수색 이틀 만에 “세바스토폴 호가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를 위반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출항금지조치를 해제했다. ‘세바스토폴’ 호는 이렇게 부산항을 빠져나가는가 싶더니 부산 앞바다에 계속 머물렀다. 거의 두 달 가까이 머물던 ‘세바스토폴’ 호는 지난 20일 다시 부산항에 입항해 현재 용호부두 장치장에 정박해 있다. 연료가 떨어진 것이다.

    한국 정유업체들이 미국의 제재 대상 선박에게 연료 제공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일은 앞으로 계속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것보다 미국의 독자제재를 위반할 경우 받는 피해가 더욱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를 위반한 혐의로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된 라트비아의 ABLV 은행은 파산했고, 中단둥은행 또한 달러 거래가 금지돼 사실상 ‘신용금고’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석유화학제품 수출을 많이 하는 한국 정유업체들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이 될 경우 그 피해는 라트비아 은행이나 중국 은행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