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특히 문화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항상 알려고 노력하고 있다."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의 상임지휘자 마시모 자네티(56)가 지난 8일 첫 취임 연주회를 시작으로 연중 10여 차례 공연을 이어간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마시모 자네티는 9월부터 2년간 경기필 상임지휘자를 맡는다. 제5대 성시연 단장을 잇는 첫 외국인 상임지휘자로, 거의 매 공연마다 모차르트와 하이든 등 18세기 레퍼토리를 연주할 계획이다.
자네티는 최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막 시작했기 때문에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것은 연습 첫날과 둘째 날의 소리가 다르다는 것이다. 세 번째 날도 소리가 더 발전했다. 경기필은 매일 발전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경기필의 첫 인상에 대해 "지난 4일 단원들을 처음 대면했는데 무표정하고 감정이 없어 보여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 다음날 악장들과의 티타임에서 한국 오케스트라는 문화적으로 지휘자에게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문화를 존중하고 이해하지만 저를 위해 피드백을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은 서로 나누는 것이지 누군가가 제압해서 제 마음대로 끌고 가는 게 아니다. 그래도 오늘은 5명이 미소를 보내주셨다.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휘자와 단원들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고 해서 존경과 서열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1997년 10월 창단한 경기필은 서울시향, KBS교향악단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다. 그동안 리카르도 무티, 핀커스 주커만, 얍 판 즈베덴, 다니엘레 가티, 니콜라이 즈나이더, 리오 샴바달 등 거장들의 객원 지휘를 거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휘자는 악기를 다루기보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음악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경기필과 작업함에 있어 가장 만족스러운 부분은 저에게 반응을 하고 있고 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경기필은 언제나 상황에 맞춰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자세를 가지고 있고, 놀라운 잠재력과 풍부한 음악적 영감을 품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바쁜 무티가 경기필의 능력과 잠재력에 만족하지 않았다면 두 번씩이나 지휘하러 오지 않았다."
자네티는 19세기 이탈리아 레퍼토리에 강점을 보인다. 그간 드레스덴 슈타츠카팔레, 베를린 슈타츠카팔레 등 최정상 악단들과 '오텔로', '카르멘', '피가로의 결혼' 등 수많은 오페라를 공연했다. 심포니 지휘자로도 명성이 높다. 체코 필하모닉, 라디오프랑스 오케스트라, 영국 버밍햄 심포니 등 유럽을 중심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지휘 철학에 대해 "사람을 상대할 때 모두 똑같이 대하지 않지 않느냐. 오케스트라마다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지휘자로서 한 방향으로 생각할 수 없다. 심리학자처럼 인내심이 필요하다.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전했다.
자네티의 두 번째 취임 연주회는 오는 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모차르트 교향곡 '하프너', 프로코피에프 '로미오와 줄리엣' 모음곡, 브람스 이중 협주곡(바이올린 김지연·첼로 송영훈) 등을 들려준다.
[사진=경기도문화의전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