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원료 2년 전과 비교하니... LNG·유연탄 10.5%↑, 신재생은 0.9%↑... 말로만 '에너지 전환'
  • ▲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가 공개한 원료원별 전력거래량과 정산단가. 탈원전 이전인 2016년은 원자력 비중이 총발전량의 30.3%였지만, 탈원전 이후인 2018년 상반기(현재 EPSIS에 게시된 1월부터 5월 기준)에는 21.0%로 감소했다. 정산단가도 올 상반기 기준 LNG는 kWh당 116.3원으로 원자력(62.2원)보다 1.87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뉴데일리 DB
    ▲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가 공개한 원료원별 전력거래량과 정산단가. 탈원전 이전인 2016년은 원자력 비중이 총발전량의 30.3%였지만, 탈원전 이후인 2018년 상반기(현재 EPSIS에 게시된 1월부터 5월 기준)에는 21.0%로 감소했다. 정산단가도 올 상반기 기준 LNG는 kWh당 116.3원으로 원자력(62.2원)보다 1.87배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뉴데일리 DB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이 본격 추진된 지 1년이 지났다. 정부는 원자력 발전량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달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 오찬회동에서 "(탈원전은) 원전 기준을 높였던 것을 점차 (낮게) 조정하고,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높이는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5일 전력통계정보시스템(EPSIS)를 분석한 결과, 탈원전 시행 전후인 2016년과 올 상반기를 비교했을 때 원자력 발전은 대폭 감소한 반면 신재생에너지 증가폭은 미미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오히려 유연탄·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脫원전은 유연탄·LNG가 대체…신재생은 고작 0.9% 증가

    EPSIS에 따르면, 탈원전 이전인 2016년 전력거래량(총발전량)은 509,233GWh. 원료원별로 살펴보면 △원자력 154,310GWh(30.3%) △유연탄 199,539GWh(39.2%) △LNG 111,814(21.9%) △기타 19,601(3.9%) 순이다. 나머지는 무연탄 7,071GWh, 양수발전 3,618GWh 등이다. 여기서 '기타'에 태양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포함된다.

    탈원전이 진행된 2018년 상반기(1월부터 5월까지) 총발전량은 220,648GWh다. 원료원별로 보면 △원자력 46,332GWh(21.0%) △유연탄 94,076GWh(42.6%) △LNG 64,182GWh(29.0%) △기타 10,529GWh(4.8%) 등이다.

    2016년과 비교해 올 상반기 원자력 발전은 9.7% 감소한 반면, 유연탄과 LNG는 각각 3.4%, 7.1% 증가했다. 두 원료의 발전 증가분을 합하면 총 10.5%로, 원자력 감소분을 웃돌았다. 그러나 정작 신재생이 포함된 '기타'는 2016년에 비해 0.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더구나 '기타'는 태양력·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외에 바이오매스·쓰레기 소각 등 부생(副生)가스 발전량도 포함하기 때문에, 순수 태양력·풍력 발전량으로만 계산하면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더욱 낮아진다.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사실상 신재생으로 포장된 LNG 정책"

    원자력 전문가들은 정부의 '탈원전·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허울 뿐이라고 지적한다. 원자력·석탄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를 대폭 확대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현 상황만 놓고 봐도 LNG와 유연탄이 원자력을 사실상 대체하고 있는 모양새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신재생으로 원자력과 비슷한 수준의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선 건설비가 원자력발전소의 10배는 더 든다"며 "또 신재생은 많은 부지를 필요로하기 때문에 사회적 비용이 많이 들어 쉽게 늘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정부는 2030년까지 신재생을 20%까지 늘리겠다고 했지만, 그때가 되면 보조금 문제로 난항에 부딪칠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말이 '에너지 전환 정책'이지 'LNG 정책'이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성풍현 카이스트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도 "신재생에너지 가동률이 15%가 안 되고 발전량 자체도 원자력발전소에 비해 상당히 효율이 낮다"며 "총발전량의 20%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NG 발전의 경우, 초미세먼지·메탄 등 인체 및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 배출되는 문제점도 있다. 정 교수는 "LNG가 배출하는 미세먼지는 석탄의 절반이지만, 발전소가 도심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더 크다"며 "LNG가 누설하는 메탄 역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이산화탄소의 20배가 넘는다"고 말했다.

    실제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력 1kWh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 991g, LNG 549g이다. 같은 전력을 만들 때 원자력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0g이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오히려 원자력 발전을 늘리고 석탄·LNG 발전을 줄이는 것이 이치에 맞는 셈이다.

    원자력 전문가 A씨는 "정부의 에너지 정책으로 2016년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 배출, 더 많은 미세먼지와 공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다"며 "이것이 과연 바른 에너지 전환 정책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LNG 정산단가, 원자력보다 1.87배 비싸

    문제는 경제성에도 있다. EPSIS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원료원별 kWh당 정산단가(전력거래소가 발전회사에서 전기를 구매하는 가격)를 살펴보면 원자력이 62.2원이다. 반면 LNG는 116.3원, 기타는 94.9원, 유연탄은 86.9원이다. 같은 발전을 해도 LNG는 원자력과 비교해 1.87배의 비용이 더 드는 것이다. '기타'와 유연탄도 원자력에 비해 각각 1.52배, 1.40배 높다.

    원자력 전문가 A씨는 "저렴한 원자력 발전량을 줄이고 비싼 LNG 발전량을 늘렸으니, 비싸게 전기를 사다가 고정 금액에 판매해야 하는 한전은 원가 압박이 클 수밖에 없으며, 금년 상반기 영업이익의 대폭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며 "LNG 가격이 최저 수준에 있음에도 이런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향후 유가 상승에 따라 유연탄 및 LNG 가격이 움직이고 있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정부의 합리적 에너지 정책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