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6~28일 국립중앙박물관서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 공연
  • "한국인에게 이 노래(아리랑)는 마치 그들의 식생활에서 쌀이 차지하는 것과 같은 비중이다. 다른 것들은 주변적인 노래일 뿐이다. 그래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이 노래를 들을 수 있다."

    미국인 선교사 호머 B. 헐버트(1863~1949)가 자신의 저서 '대한제국 멸망사'에서 '아리랑'을 한국인의 주식인 '쌀'(밥)에 비유했다. 지난 4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시리즈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타리스트 함춘호(57)도 "아리랑은 우리가 매일 먹는 밥과 비슷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어릴 때부터 편안했던 아리랑이 외국에 나가 들으면 눈물이 나기 시작하고 그리움이 생기더라고요. 작년엔 설익은 아리랑을 겁없이 차렸었는데요. 올해는 반찬은 많지 않지만 잘 익은 밥으로 관객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지난해 아리랑 컨템퍼러리 시리즈를 통해 새로운 느낌의 아리랑을 선보였던 함춘호는 이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시리즈 공연을 통해 또 한 번 아리랑에 대한 재해석에 도전할 예정이다.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는 현재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19개 종목 중 아리랑, 종묘제례악, 판소리 등 12개의 무대를 경험할수 있는 프로젝트 공연이다. 유형유산의 보고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세계가 인정한 무형유산을 만날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깊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와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사장 손혜리)이 선보이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시리즈는 오는 30일 국회 잔디마당에서 사물놀이 40주년 기념 'All for One, One for All'을 시작으로 내달 6~28일 국립중앙박물관 무대에 오르는 '위대한 유산, 오늘과 만나다'까지 다채로운 공연들로 채워진다.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 관장은 "박물관이 이전의 고정관념을 깨는 진화가 필요하다. 보물이 있는 곳이라는 생각을 벗어나 유형과 무형의 만남이 이뤄져야 한다.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전통음악들을 박물관에서 공연하는 것은 우리 문화를 완성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첫 공연은 '기타 명장' 함춘호가 나선다. 한국 최정상 밴드와 오케스트라 선율에 판소리꾼 민은경의 소리가 더해지며, 500여 명의 기타 동호인들이 만드는 아리랑 플래시몹이 공연의 백미이다. 아리랑 플래시몹 희망자는 오는 10일부터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누리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아리랑은 한민족의 희로애락이 녹아 있는 노래이자 문화 표상으로 여러 세대에 걸쳐 생명력을 더하며 전승돼왔다. 2012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됐으며, 2015년에는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아리랑의 종류와 내용으로 구분할 때 50여 종에 6000수가 있다.

    함춘호는 "이번 무대를 준비하며서 아리랑이 정말 많다는 것을 알았고, 멜로디의 한계성을 고민했다. 입으로 흥얼거리던 아리랑의 국악 세마치장단을 기타로 연주하는 게 쉽지 않지만 일반인과 함께 호흡하는 무형유산 아리랑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적인 거리문화인 남사당·줄타기, 강릉단오제, 강강술래 등이 관객을 찾으며 한글날에는 세종대왕의 또 다른 업적 종묘제례·종묘제례악이 울려 퍼진다. 궁중무용과 민속무용을 비교해 보는 처용무, 우리나라 시조에 관현반주를 입힌 27개 가곡 공연도 기대를 모은다.

    앞서 30일 공연되는 'All for One, One for All(올 포 원, 원 포 올)'은 농악과 남사당에서 탄생한 '사물놀이'와 현대 거리문화를 대표하는 '스트릿댄스'가 협업해 신명나는 무대를 펼친다. 사물놀이 창시자 김덕수 명인이 총감독을 맡았으며 안숙선 명창, 한국힙합의 뿌리 가리온,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 장르별 세계 챔피언급 댄서 등이 출연한다.

    [사진=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