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작성→ 한글 파일→ PDF 그림 파일로 다단계 변환해 공개… 공익 정보 활용도 낮아
  •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사진 DB
    ▲ 문재인 대통령. ⓒ뉴데일리 사진 DB
    "데이터 규제혁신의 목표는 분명하다.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확대해 활용도를 높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8월 31일 이렇게 말하면서 '데이터 강국'을 천명했다. 데이터 개방을 통해 국민의 정보 접근성과 공공 데이터 활용도를 높이고 이를 통해 신(新)성장 동력도 개발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데이터의 개방과 공유를 확대해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대통령의 구상과 달리, 우리 정부 부처의 데이터 접근성과 활용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매년 국민적 관심을 받는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다. 

    문재인 대통령 "데이터 개방-공유하겠다" 했지만… 

    국가 및 지자체 정무직, 4급 이상 공무원(일부 7급이 상), 법관⋅검사,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대학의 총⋅학장 대령 이상 장교, 공기업의 장⋅부기관장 공직유관단체 임원 등은 매년 재산신고를 한다. 행정안전부는 온라인 관보를 통해 공직자의 재산을 공개한다. 

    재산신고의 목적은 공직자 윤리 강화에 있다. 공직자가 권한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 증대를 꾀하거나 그러한 유혹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방지적 성격이 강하다. 국민 감시의 한 형태로 재산신고 내역을 공개하는 것이다. 

    이 소중한 자료의 활용도는 낮다. 관보가 PDF 파일 형식으로 제공되기 때문이다. 특정 인물의 재산신고 목록을 보려면 적게는 수십 페이지부터 많게는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관보를 꼼꼼히 찾아 읽거나, 정보공개청구 제도를 이용해 관련 부처에 특정 인사의 자료를 요구해야 한다. 

    따라서 유권자가 직접 고위 공직자의 '부정한 재산 형성'에 대한 감시를 하기 힘든 상황이다. 언론이 보도하는 특정 인물의 재산신고 내역을 살펴보는 차원에서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귀중한 정보의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행정안전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 행안부 담당자는 "지금은 관보를 열람하는 정도 밖에 되지 않아서, 대부분 불편해하긴 한다"고 했다. 그는 "그렇지만 간단하게 이름을 검색해 볼 수는 있다"고 했다. 
  • ▲ 관보에 올라온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목록. ⓒ행정안전부 관보 시스템 캡처
    ▲ 관보에 올라온 '고위공직자' 재산신고 목록. ⓒ행정안전부 관보 시스템 캡처
    목록 작성→ 한글 파일→ PDF 그림 파일로 다단계 변환

    하지만 실제 관보 시스템을 이용해 보면 '검색' 기능은 보여주기 선에서 멈추고 있다는 사실을 금방 알 수 있다. 재산신고 참여 명단, 신고 목록 등 기초적인 검색 분류도 불가능하다. 행안부 설명처럼 '검색' 기능이 있긴 하지만, 해당 검색어에 형광펜을 친 것처럼 부각되는 것이 전부다. 검색어가 포함된 페이지로 이동하는 기능은 없고, 다른 고위공직자와 비교하는 기능도 없다. 

    이 자료가 관보에 실리는 과정도 효율적이지 않다. 대상 공직자들은 공직윤리종합정보시스템의 재산신고시스템을 이용해 온라인으로 본인의 재산 목록을 작성한다. 그러면 인사혁신처 재산심사과에서 이를 확인한 후 행안부에 게시를 요청한다. 그러면 관보 담당 부서가 이를 한글 파일로 다시 만든 후, PDF 파일로 변환해 온라인에 게시한다. 해당 공직자가 입력한 로데이터를 굳이 한글 파일로 변환한 뒤, 이걸 다시 그림 파일 형식으로 바꿔서 공개하는 것이다.

    이처럼 비효율적인 변환단계를 거치는 이유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PDF가 아닌 한글 파일이나 다른 파일로 올리게 되면 위변조의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정할 수 없도록 PDF 파일로 올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고위공직자가 신고한 재산 내역을 위변조하는 것은 형사 처벌을 받는 범죄행위다.  

    이 관계자는 "데이터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시스템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열람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예산을 확보해서 쉽게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예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행안부 계획대로라면 일반 국민이 관보에 실린 정보를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약 4년 정도를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에 따르면 올해 확보한 예산은 시스템 구축 연구 용역 예산이다.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2020년, 서비스 제공을 하는 것은 2022년 정도가 될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