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대 소녀 덕 매카타스니는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에서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아버지 휴와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사회복지사의 방문을 앞두고 자신이 보호시설에 넘겨질 것을 걱정하며 아버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작전을 짠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덕이 짝사랑하는 로렌스가 나타나고, 뒤이어 아버지를 스토킹한 아그네사라는 여인까지 등장하면서 일은 꼬여만 간다. 덕을 몰아불일수록 재미가 배가 되는 이야기다.

    스코틀랜드의 젊은 극작가 겸 연출가인 데이비드 그레이그의 희곡을 각색한 연극 '집에 사는 몬스터'가 8월 20일부터 9월 2일까지 CJ아지트 대학로​에서 정식 초연된다.

    각색·연출을 맡은 임지민은 "몬스터는 비유의 하나로, 우리가 살면서 마주하기 힘든 것을 의미한다. 인스턴트 음식만 먹는 아빠를 표현하기도 하고, 엄마의 죽음 이후 박제된 오토바이이기도 하다. 중의적인 의미를 살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우란문화재단의 창작개발지원 과정을 거쳐 2년 만에 완성된 이 작품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화자를 기입해 놓지 않은 원작에 명확한 등장인물을 설정함으로써 각 인물들의 주변 세계에 대한 인식을 큐브라는 세계관과 연결시켰다.

    또 그레이그 특유의 인간을 바라보는 따뜻한 눈길과 유머를 놓치지 않는다. 상상력을 한껏 살린 만화적인 연출은 덕이의 불우한 현실을 어둡지 않게 보여준다. 지난 트라이아웃 공연에서 함께한 김은석, 남미정, 이지혜, 이종민 배우들도 제 몫을 다한다.

    임지민 연출가는 "트라이아웃 공연에서는 희곡을 직관에 따라 매 순간을 느낌대로 풀어나갔다. 당시 덕이라는 소녀가 결코 우울하거나 비관적이지 않다는 평을 들었다"며 "이번에는 그레이그 작가가 쓴 희곡이 아닌, 덕이의 실제 경험과 그가 직접 쓴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 덕이의 감정을 따라가는데 집중했다"고 밝혔다.
  • 공연은 주인공 덕과 아버지의 각 공간이 끊임없이 교차되고 분리되는 구성을 갖는다. 특히, 익숙한 전형을 벗어나 블랙박스 전 공간을 채우며 객석을 둘러싼 4면 무대를 만난 관객은 회전의자에 앉아 자유롭게 방향을 선택하며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임 연출가는 "많은 관객이 프로시니엄(Proscenium, 액자무대) 극장에 익숙해져 있다. 무대 한 칸을 360도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누구나 자신의 우주와 방향성을 가지고 360도 인생을 살아간다. 관람할 때 불편하더라도 다양한 시각에서 훔쳐보고 염탐하게 만든 것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상대적인 관계를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사진=손길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