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해당 기업·금융기관에 北석탄 밀수경로 전달… "한국이 눈감아 준 거 아니냐" 의구심
  • ▲ 美VOA-마린트래픽ⓒ
    ▲ 美VOA-마린트래픽ⓒ
    북한산 석탄을 남포항에서 선적, 러시아 홀름스크항을 거쳐 한국으로 반입하는데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 4곳이 연루됐다고 ‘세계일보’가 30일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해당 기업 및 금융기관을 제재하기 전에 우리 정부가 먼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이 전했다.

    북한산 석탄은 2017년 10월 2일과 11일 '리치 글로리'호와 '스카이 엔젤'호에 실려 각각 인천과 포항으로 들어왔다. 9,000톤 규모였다. 당시 이 선박들은 석탄을 러시아산이라고 신고했다. ‘세계일보’는 “美정부에서 해당 선박들의 정보를 한국에 사전 통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석탄이 반입·거래된 사실이 드러나자 한국 정부가 방관한 게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눈감아 준 거 아니냐" 의구심

    ‘세계일보’는 “미국은 2017년부터 북한산 석탄의 한국 반입 동향을 집중적으로 감시해왔고, 해당 기업과 금융기관에도 관련 내용을 지난해에 이어 올해 1월에 통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외교 소식통의 이야기도 전했다. 미국은 한국 측에 북한 석탄이 반입되는 정보와 밀수 경로까지 알려줬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석탄이 한국에 반입된 사실이 드러나자 미국은 한국 정부가 이를 눈감아 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한 2개 기업은 “북한산 석탄이 아니라 러시아산 석탄인 줄 알고 반입했다”고 소명했지만 미국 정부는 위성사진 등 여러 증거를 내밀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세계일보’는 전했다. 북한산 석탄 반입에 관여나 2개 금융기관 또한 “해당 금융거래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금융감독원의 사전 설명과 협조 요청에 따라 처리했을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고 한다.

  • ▲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했던 '리치 글로벌' 호는 7월 하순 제주도 앞바다에 사흘 씩이나 머물기도 했다. ⓒ마린트래픽 관련화면 캡쳐.
    ▲ 북한산 석탄을 한국에 반입했던 '리치 글로벌' 호는 7월 하순 제주도 앞바다에 사흘 씩이나 머물기도 했다. ⓒ마린트래픽 관련화면 캡쳐.
    ‘세계일보’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북한산 석탄을 반입, 대북제재를 위반한 기업과 금융기관을 검찰에 고발조치하는 한편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에 자진 신고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를 두고 정부 소식통은 “미국이나 유엔 안보리가 해당 기업과 금융기관을 대북제재 대상에 포함시키지 전에 우리 정부가 먼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한다고 나섰지만 미국이 관련 기업과 금융기관을 제재할 가능성은 적지 않다고 ‘세계일보’는 내다봤다. 미국이 북한산 석탄 반입을 중대한 사건으로 본다는 설명이었다. '세계일보'와 접촉한 외교 소식통은 “2017년부터 미국이 해당 기업에게 미리 경고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진 데 대해 우리 정부가 눈감지 않았다면 어려운 일이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 측이 한국 정부의 북한산 석탄 반입 묵인 가능성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련 기업-금융기관 제재 가능성 커

    미국은 북한과의 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지 않는 이상 대북제재 완화는 없다”며 “대북제재에는 예외가 없다”는 입장을 계속 밝혀왔다. ‘세계일보’도 최근 방한한 마크 램버트 美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부차관보 대행이 코레일, 포스코, 코오롱, 현대아산, 개성공단 입주기업 등 대북경제협력을 희망하는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북한이 비핵화를 하기 전까지는 대북제재를 위반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 일과 마이크 폼페오 美국무장관이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직접 통화를 하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해 경고한 사실을 예로 들었다.

    미국의 이 같은 대북제재 기조에 따라 한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산 석탄을 수입한 기업과 이를 도운 금융기관이 대북제재 위반 목록에 오를 경우 이들뿐만 아니라 국가 신인도에도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다. ‘세계일보’는 “한국 정부가 북한산 석탄 반입 문제와 관련해 조사를 마치는 대로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기로 한 것은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어서”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