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방적 전략공천에 예비후보들 반발… 당 관계자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논란 사그라들 것"
  •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6·13 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및 국회의원 재·보선 공천 과정에서 연일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경선에서 떨어진 인사들이 전략공천에 반발해 집단 항의에 나섰다. 민주당과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이 높은 탓에 '공천은 곧 당선'이라는 말이 통용될 정도로 내부 경쟁이 치열해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서울 중구청장 경선에 등록했던 김태균·김찬곤 예비후보가 회의 중간에 들어왔다 끌려나간 소동이 벌어졌다. 당이 지난달 30일 중구에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을 전략공천한 데 대한 반발이다. 과거 동대문구청장에 출마했던 서 소장의 이력이 문제가 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두 예비후보는 전략공천에 항의하는 문구가 적힌 종이피켓을 들고 회의실 안으로 난입하려 했다. 그러다 당직자들의 제지를 받자  "당에서 30년을 일했다. 전략공천이 말이 되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김태균 예비후보는 회의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특정 후보를 정해놓고 (공천) 심사도 안 하는 행위는 갑질 채용비리사건과 똑같다고 생각한다"며 "법률적 검토를 해보니 이번 공천은 사기 편취에 해당 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중랑구청장에 도전했다 낙선한 성백진 서울시의원도 지난 30일 국회 민주당 대표실 앞에서 '당의 전략 공천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커터 칼을 이용해 자해 소동을 벌였다. 당 지도부가 류경기 전 서울시행정1부시장을 구청장 후보로 전략공천했기 때문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의 공천 잡음은 후보 강세 지역인 호남에서 두드러지는 모양새다. 민주당은 당초 광주 서갑 보궐선거에 박혜자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려다 경선을 치르기로 변경했다. 박 전 의원 경쟁자였던 송갑석 예비후보가 당의 전략공천 방침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고(故)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도 같은 문제로 여의도 국회 당 대표실을 항의 방문했다. 결국 지난달 28일 경선 결과 송갑석 예비후보가 승리했다.

    아울러 민주당이 지난달 27일 전남 신안군수에 천경배 예비후보를 전략공천하자 경쟁자인 임흥민 신안군수 예비후보가 즉각 반발하며 탈당하기도 했다. 천 후보는 추미애 당 대표의 비서실 부실장이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5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고,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초반대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호남에서는 수치가 더 높다. 후보들이 당에 직접 항의를 표명하면서까지 경선에 사활을 거는 배경으로 보인다.

  • ▲ 중구청장 공천에서 탈락한 김찬곤·김태균·신종화·이경일·최강선 예비후보들이 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 중구청장 공천에서 탈락한 김찬곤·김태균·신종화·이경일·최강선 예비후보들이 1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이 같은 민주당의 공천 파열음은 지난 1월 중앙당에서 기초단체장까지 전략공천을 가능하도록 당규를 바꾸자 과거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상대 당의 전략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략공천을 도입했다는 게 당의 설명이지만 그 기준이 지역마다 제각각으로 적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이 각종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후보를 전략·단수 공천해서 논란이 일고 있는 지역도 많다.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는 운전기사 인건비 등을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로부터 제공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사퇴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충남 천안시장 후보로 전략 공천된 구본영 현 시장은 불법 정치 자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전종한 천안시장 예비 후보는 당의 전략 공천 결정에 반발하며 당에 재심을 요청했다. 경기 화성시장 후보로 확정된 서철모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음주·폭행 전력이 경선 이후 뒤늦게 알려졌다.

    최성 고양시장은 보좌관 공직선거법 위반 고발, 김성제 의왕시장은 계약직 채용비리 의혹 등이 고려돼 컷오프 됐다. 이들은 "지역의 유력 국회의원이 개입해 경선 기회를 박탈당했다"며 국회의원 공천 개입설까지 주장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2일 당의 전략공천 논란에 대해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전략공천은 당헌·당규 상에 규정돼 있는 대로 진행하는데, 아마도 민주당이 인기가 높기 때문에 그것을 못 받아들이고 그러는 일부의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이 정도면 과거에 비하면 엄청 많은 건 아니다"라며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략공천위원회를 중심으로 원칙적으로 문제를 풀어나가고 있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납득되지 않는 전략공천이라는 것은 본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겠지만, 보통은 객관적 데이터를 전략공천위원회도 가지고 있다"며 "그러니까 선거가 본선으로 들어가고 나면 더 이상 이런 것들로 지역사회 안에서 더 크게 문제 삼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