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같은 음식 먹으며 노동착취 당해”…英BBC 다큐멘터리에 美英언론 주목
  • ▲ 英BBC가 곧 공개할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 실태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북한 근로자가
    ▲ 英BBC가 곧 공개할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 실태 다큐멘터리의 한 장면. 북한 근로자가 "(우리처럼 일하려면) 인간이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하는 대목을 재연한 장면이다. ⓒ英BBC 다큐멘터리 홍보 유튜브 채널 캡쳐.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을 밀착 취재한 英BBC의 새 다큐멘터리가 언론들 사이에서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英BBC에 따르면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2년 동안 중국, 러시아, 폴란드를 돌며 잠입취재 끝에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실태를 포착해 제작했다고 한다.

    미국과 영국 주요 언론들은 BBC의 다큐멘터리에 등장한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노예들’처럼 착취당하고 있는 현실에 매우 놀라며 해당 내용을 보도했다. 이 가운데서도 英‘익스프레스’는 BBC의 다큐멘터리 내용에 꽤나 놀라는 듯한 논조를 보였다.

    英‘익스프레스’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북한 노예들: 김정은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 쓰레기를 먹어야 했던 근로자들”이라는 기사로 BBC 다큐멘터리에 소개된,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착취당하는 상황을 소개했다.  

    英‘익스프레스’는 “김정은이 핵무기 개발과 정권 유지용 비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에 파견한 북한 근로자들이 노예나 다름없는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 실태를 폭로한 충격적인 다큐멘터리가 공개됐다”고 英BBC의 새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다.

    英‘익스프레스’는 BBC 파노라마 팀이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노예 노동 실태’를 포착하기 위해 잠입 취재를 했을 때 북한 근로자들이 녹초가 될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노동을 해야 함에도 쓰레기 같은 음식을 배급받는 모습을 포착했다고 전했다.

    英‘익스프레스’는 “김정은의 핵무기 개발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약 15만 명의 북한 근로자들이 해외로 파견돼 매년 수억 달러를 벌어 북한에 보내고 있다”면서 BBC 파노라마 팀이 러시아와 폴란드에서 만난 북한 근로자들과 인터뷰를 하려 했을 때의 상황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다큐멘터리에는 BBC 파노라마 팀이 러시아의 한 건설현장에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러시아 인이냐”고 묻자 현장의 러시아 인이 “아니다, 북한 사람”이라고 답하는 장면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비밀리에 만난 북한 근로자가 자신들의 근무 환경에 대해 “우리는 개처럼 취급 받는다”며 “우리처럼 일하려면 쓰레기를 먹어야 한다, 우리는 인간이기를 포기했다”고 설명하는 대목도 있다고 한다.
  • ▲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가 15만 명에 달한다는 다큐멘터리 내용. ⓒ英BBC 다큐멘터리 홍보 유튜브 채널 캡쳐.
    ▲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가 15만 명에 달한다는 다큐멘터리 내용. ⓒ英BBC 다큐멘터리 홍보 유튜브 채널 캡쳐.
    폴란드의 한 조선소에서는 북한 근로자 800여 명이 용접공과 일반 노동자로 일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한 북한 근로자는 ‘당의 과업’과 ‘혁명적 과업’을 노예 노동의 명분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폴란드에서 만난 북한 근로자 감독은 BBC 파노라마 팀에게 “공사 기한이 다가오면 우리는 휴식시간 없이 일해야 한다”며 “폴란드 근로자들은 우리와 달리 8시간만 근무하면 귀가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하는 만큼 오래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즉 현지 노동법까지 위반하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폴란드 주재 北대사관 측은 "우리는 폴란드와 EU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폴란드 정부 또한 "현장 조사를 실시했지만 특별히 불법적인 부분은 찾지 못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英‘익스프레스’의 설명에 따르면, BBC 파노라마 팀은 해외에 파견돼 착취 당하는 북한 근로자 문제를 연구하는 북한인권단체들과의 인터뷰도 진행했다고 한다.

    英‘익스프레스’는 이 가운데 ‘북한인권기록센터(DCNHKR)’의 조사에 따르면, 김정은 정권이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을 통해 매년 걷어 들이는 돈이 7,800만 파운드(한화 약 1,191억 원)에 달한다는 이야기와 김정은 정권이 기아와 정전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음에도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군사비로 지출한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英‘익스프레스’는 태영호 前공사가 BBC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도 전했다. 태영호 前공사는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사실상 ‘노예집단’이나 마찬가지라며 “이들이 벌어들인 돈을 평화적으로 경제발전에 사용했다면 북한은 지금쯤 훨씬 살기 좋은 곳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태영호 前공사는 이어 “그 돈이 전부 어디로 갔느냐? 김정은과 그 가족의 사치품 조달, 핵무기 개발과 군대에 들어갔지 않느냐”며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이 번 돈이 본국의 가족들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렇다고 대북 제재를 안 하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英‘익스프레스’ 외에 美‘비즈니스 인사이더’ 등도 英BBC의 새 다큐멘터리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소개했다. 해외파견 북한 근로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소개한 이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면 국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