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현진 아나운서, 10년 만에 MBC 퇴사자유한국당, 송파을 후보 영입설 '솔솔'
  • "구 체제에서 MBC뉴스는 대단히 문제가 많았습니다. 국민을 배반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고 국민을 오도한 뉴스였습니다. (배현진 아나운서는)그런 뉴스의 중심에 있던 인물입니다. MBC가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으려는 상황에서 또 다시 그 분이 뉴스에 출연하거나 중심에서 활동할 수는 없을 겁니다. 저 역시 앞으로 그 분이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는 그 분과 일적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었습니다."

    지난해 MBC 신임 사장으로 부임한 최승호 사장은 지난 1월 17일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개최한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배현진 아나운서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앞으로 배 아나운서를 뉴스 프로그램에 기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재차 강조했다. 취임 첫날부터 인사 발령을 내려 배 아나운서를 MBC뉴스데스크 앵커 자리에서 강제 하차시킨 최 사장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배 아나운서를 내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만큼 눈엣가시였을까? 스스로 "배현진 아나운서와 일적으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고 밝힌 것처럼 최승호 사장은 사장 자리에 오르자마자 일방적으로 그녀의 거취를 결정했다. 사실상 '자진 사퇴'를 공개적으로 권고 받은 배 아나운서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어 보였다.

    지난 7일 배현진 아나운서가 사표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8일 오전 당사자가 직접 보도본부장에게 사직서를 냈다는 사실이 보도되면서 MBC와의 '결별'이 기정 사실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이와중에 자유한국당이 배현진 아나운서 영입을 추진 중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가뜩이나 인물이 없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천군만마'를 얻게 된 셈이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자유한국당은 배 아나운서를  서울 송파을 재보궐선거에 내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의 흐름을 보면, 배현진 아나운서가 원래부터 정치에 뜻이 있었다고 보기보다는 최승호 사장이 배 아나운서를 출구 없는 코너로 계속 몰아붙인 결과가 이같은 '정계 입문설'로 번졌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승호 사장은 MBC에 돌아오기 전부터 배현진 아나운서에 대한 '적개심'을 공공연히 내비쳐왔다. 페이스북을 통해 양윤경 기자와의 일화를 소개하며 "자신이 영원히 MBC 앵커로 여왕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했을까?"라는 조소를 날리는가하면 "배 앵커는 태극기부대의 방송이 생기면 최고의 스카우트 대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는 비아냥까지 서슴치 않았다.

    돌이켜보면 배현진 아나운서는 그동안 자신의 직분에만 충실했을 뿐이었다. 2008년 MBC 아나운서로 입사한 이래 2010년부터 7년간 MBC '뉴스데스크' 앵커를 진행해오면서 '방송'과 '뉴스' 외 그 어떤 것에도 눈을 돌린 적이 없다. "노조에서 폭력과 협박이 있었다"며 2012년 파업 대열에서 이탈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던 일 외에는 자신의 성향이나 가치관조차 드러낸 적이 없다. 자신이 김소영 전 아나운서를 괴롭혔고, 자신 때문에 양윤경 기자가 보도국에서 쫓겨났다는 허위사실이 퍼졌을 때에도 그녀는 단 한 번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최승호 사장의 경우처럼 현재 배현진 아나운서를 비난하는 이들 대부분이 그녀를 모른다. 실제 성격이 어떤지도 모르면서 온라인상에 올라온 기사 몇 줄만 보고 함부로 비판했던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이제 그녀가 10년 간 묵묵히 일했던 MBC를 떠난다. 본인이 원했던 원치 않았던 간에, 자유인의 신세가 된 것이다. 지금부턴 누군가의 입장을 대변할 필요도 없고, 아나운서로서 중립을 지킬 필요도 없다. 그동안 못 다한 얘기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 얼마나 많은 억울함과 분노들이 그 안에 켜켜이 쌓여 있을까? 10년 만에 족쇄가 풀린 '배현진'의 행보에 정치권과 방송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