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용 공군 기획관리참모부장 “공항 한편에 소규모 구조전문부대 주둔”
  • ▲ 지난 8일 제주도 도의회에서는 '자칭 시민단체들'이 "제주공군기지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일 제주도 도의회에서는 '자칭 시민단체들'이 "제주공군기지 반대 기자회견"을 가졌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주장으로 불거진 ‘제주공군기지’에 대해 공군 측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놨다.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했던 지역 매체·단체들의 ‘제주공군기지’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지난 6일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서귀포)은 2017년 1월과 2일, 국토교통부에 “제2제주공항과 해군 남부탐색구조부대 연계 추진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받았다”면서 “국토부 장관은 이에 대해 명확한 불가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때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국토부는 1차 답변에서 “공군으로부터 부대 신설 등에 대한 요청을 받은 바 없으며, 향후 공식 협의 요청이 있을 경우 공항 운영, 여객 편의, 지역 여건 등을 감안해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답했고, 2차 답변에서는 “국방부의 부대 신설 관련 사항은 국방부의 세부적인 검토가 선행된 이후 지자체와 관계 부처 간 별도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국토부의 답변 내용을 두고 “이는 제주 제2공항과 연계한 남부탐색구조대 설치를 국방부가 요청할 경우 국토부가 허용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주장하며, 국토부 장관을 향해 “공군 남부탐색구조대와 제주 제2공항 연계 추진이 불가하다고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제주 현지 매체를 통해 전해진 뒤 제주해군기지에 반대하던 일부 단체들이 “제주공군기지 건설에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국내 언론들은 9일 “제주 서귀포시 안덕면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에서 열린 ‘딘 헤스 美공군대령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이 제주 제2공항에 공군부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확인했다”는 소식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를 비롯한 국내 언론들은 정경두 공군참모총장과의 인터뷰 내용과 함께 이성용 공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소장)의 브리핑 내용을 전했다.

  • ▲ 9일 제주도에서 열린 '딘 헤스 美공군대령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제주공군기지 설'에 대해 언론들에게 자세히 브리핑할 것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9일 제주도에서 열린 '딘 헤스 美공군대령 기념비' 제막식에 참석한 정경두 공군참모총장은 '제주공군기지 설'에 대해 언론들에게 자세히 브리핑할 것을 지시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성용 공군소장이 브리핑에서 밝힌 내용은 1997년부터 국방중기계획에 반영돼 있던 ‘제주 남부탐색구조대 설치가 20년 넘게 지연돼 왔기에 2018년부터 2022년 국방중기계획에 반영해 2021년부터 해당 부대를 설치한다는 기초 계획이었다. 부대 설치를 위한 선행연구도 2018년부터 시작할 예정이어서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것이 없었다.

    이성용 공군소장에 따르면, 공군이 1997년부터 제주도에 탐색구조부대를 배치하려 한 이유는 영해 내에서의 해난사고 등에 대비하려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현재 공군 탐색구조부대는 모두 육지에 있어 이어도를 비롯한 제주 남쪽 바다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해난사고가 발생하면 출동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특히 제주와 약 170km 떨어진 이어도 주변 해역은 수온이 낮은 편이어서 해난사고 발생 시 빨리 구조하지 않으면 인명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때 제주도에 군 헬기나 수송기를 배치하고, 이를 활용해 구조작전을 펼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기초로 남부탐색구조대를 제주에 배치하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이성용 공군소장은 “하지만 (부대 배치에 대한) 선행연구가 이뤄져야 다음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부대배치) 대상지를 검토하거나 못 박은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즉 부대 배치에 대한 결정도 앞으로 몇 년 뒤에 나올 것이라는 뜻이었다.

    언론들은 “아직 부대배치 계획이 정해지지 않았다”는 답변을 듣고서도 “제2공항에 탐색구조부대를 설치하는 것과 관련해 국토부, 제주도와 사전 교감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이성용 공군소장은 “공군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기에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특히 제주도와 협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 제주도민과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한 다음에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답변도 나왔다. 

    이성용 공군소장의 답변은, 제주 현지 언론과 해군기지반대 단체 등의 ‘제주공군기지 건설’ 또는 ‘제주군사기지화’ 주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 ▲ 공군 측은 "2013년 12월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한 뒤 이어도 주변에서의 해난사고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확대된 KADIZ 영역. ⓒ뉴데일리 DB
    ▲ 공군 측은 "2013년 12월 한국방공식별구역을 확장한 뒤 이어도 주변에서의 해난사고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확대된 KADIZ 영역. ⓒ뉴데일리 DB


    공군본부 관계자 또한 이성용 공군소장의 제주 현지 브리핑 소식을 확인해준 뒤 “2013년 12월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이 확장되면서 이어도 등 한국 영공과 영해에서 발생하는 재난에 대응해야 할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공군본부 관계자는 “제주도에서 100km 넘게 떨어진 이어도 일대에서 해난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육지에 있는 탐색구조부대가 출동해야 하는데 ‘골든타임’을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만약 제주도에 탐색구조부대가 헬기 등을 이용해 구조작업에 투입되면 인명을 더 많이 구조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공군본부 관계자는 이어 “제주 제2공항을 군사기지로 만든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소규모의 탐색구조대와 구조용 항공기 몇 대가 공항 한 켠에 파견·배치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치권과 언론들이 ‘제주 제2공항’에 공군 부대가 배치될 것처럼 주장하고 있지만 아직 배치할 지역도 특정하지 않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날 이성용 공군소장의 브리핑에 따르면, 부대 명칭은 ‘남부탐색구조대(가칭)’로, 규모는 구조전용 헬기 3~4대, 수송기 3~4대, 인력 200~300명 가량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군의 ‘비행중대(Squadron)’ 규모로, 육군으로 따지면 독립 중대 급 작은 부대라고 한다.

  • ▲ 제주 지역매체와 자칭 시민단체가 배치를 반대하는, 해군탐색구조대의 모습.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할 때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 제주 지역매체와 자칭 시민단체가 배치를 반대하는, 해군탐색구조대의 모습.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할 때의 모습이다. ⓒ뉴데일리 DB


    부대가 만약 제주 제2공항을 사용하게 될 경우에는 공항 측과 연계해 항공기 주기장, 운영 장비, 정비 공간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이미 군 수송기가 이용하는 제주국제공항의 현재 상황과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설명도 따랐다.

    이성용 공군소장은 이날 언론들에게 “2011년 제주도 측과 합의한 내용에 따라 전투기 배치는 없을 것”이라면서 “제주도를 군사기자화 한다는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군본부 또한 “제주공군기지를 만든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향후 제주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갈수록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주 제2공항 건설은 불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신공항을 건설도 하기도 전에 군의 이용을 막으려는 모습이 나타나자 많은 이들은 5년 전 ‘제주해군기지 건설반대 시위대’를 떠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