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호스' 반기문의 퇴장, 박지원이 분석한 3가지 이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대선 레이스 퇴장이 정치권의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가 불출마 선언 원인으로 "반기문 전 총장이 시대정신을 잘못 읽었다"고 진단했다.

박지원 대표는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를 예견했느냐'는 질문에 "감은 잡지 못했지만 예측은 했다"며 "안철수 전 대표도 그런 말을 했고, 저도 (반 전 총장이) 들어온다고 해도 국민의당으로선 받지 못한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밝히겠다고 했다"고 답했다. 

박지원 대표는 "반기문 전 총장이 시대정신을 잘못 읽고 계시더라"라며 "박근혜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잘 되기를 빈다'라고 말한 것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반기문 전 총장에게) '파이팅'을 외친 걸 보고 국민이 뭐라고 느꼈겠나. 그래서 그 좋던 지지도가 추락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반기문 전 총장에게 '확 바꾸시라. 변신 없이는 절대로 안 된다. 박 대통령을 이어받겠다면 새누리당으로 가시라'고 했는데, 거기로는 안 가겠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좀 바뀌나 싶었는데 '촛불집회가 변질됐다'는 발언을 보고 끝나는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전날 반기문 전 총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광장의 민심이 초기의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된 면도 없지 않다"며 "다른 요구들도 많이 나오는데, 그런 면은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른바 초창기 비선실세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와 함께 박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했던 '촛불민심'이 시간이 지날수록 '박근혜 구속, 황교안 퇴진'을 외치며 나라를 무정부상태로 몰아넣으려 하거나, 급기야 내란음모죄로 수감된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의 석방을 외치는 양상을 보인 것을 지적한 셈이다. 

비록 반기문 전 총장이 대선에는 나서지 않게 됐지만, 박지원 대표는 향후 그와 함께 일할 계획이라고도 전했다. 

박지원 대표는 "만약 국민의당이 집권하면 그분의 경륜을 받들어 함께 일할 기회를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면서도 대선 전 연대에 대해서는 "그분의 인격을 잘 안다. 그렇게까지 하진 않을 것"이라고 거리를 뒀다.

'예상했다'던 박지원 대표지만, 반기문 전 총장의 퇴장이 내심 아쉬웠을 것이란 관측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다.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직후에 비하면 지지도가 낮아졌지만, 여전히 각종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정치신인임에도 높은 지지율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국민의당으로선 반기문 전 총장이 어떤 형태로든 함께할 경우 보수층의 표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반기문 전 총장이 물러나면서, 박지원 대표는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과의 연대를 공고히 하고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 등의 영입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