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국 "극복해야한다는 말씀드렸는데…" 유승민·남경필 "무거운 책임감"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를 예방하던 도중 밭은 기침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에서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를 예방하던 도중 밭은 기침을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바른정당이 충격에 빠졌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정치적 행선지로 유력시됐지만, 반 전 총장이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달하지 못하고 도중에 전격 하차(下車)한 탓이다.

    반기문 전 총장이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을 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는 적막에 휩싸였다.

    이날 홍문표 최고위원이 주최하는 '유엔기후협약,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토론회를 알리는 벽보가 당사 곳곳에 나붙었는데, 포스터에 큼지막한 고딕체로 씌여진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특강'이라는 글씨를 잠시 바라보더니 허탈한 쓴웃음을 지으며 지나가는 당직자가 눈에 띄었다.

    같은 시각, 의원회관에서 진행되던 바른정당 정책의원총회장에도 '멘붕'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바른정당 정병국 대표는 의총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오전에 당 지도부와 반기문 전 총장이 만났을 때에는 (불출마를) 전혀 예측을 못했다"며 "반기문 전 총장이 '나름대로 열심히 하는데 (지지율이) 자꾸만 떨어진다'는 말씀을 해서, 극복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는데……"라고 허탈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정병국 대표는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에 참 아쉽다"며 연신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진정한 보수를 대변하는, 승리할 수 있는 후보를 내서 국민의 염원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지난달 29일과 31일, 이틀 간격으로 반기문 전 총장과 회동하며 영입 의지를 불태웠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그야말로 '멘붕'에 휩싸였다.

    정책의총 도중 반기문 전 총장의 전격적인 대선 불출마 선언 소식이 전해지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의총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자리를 박차고 나온 김무성 의원은 의총장 밖에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들에게 "너무 큰 충격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는 말만을 남겼다.

  •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를 예방하던 도중 정병국 대표의 도움을 받아 마이크를 옮기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바른정당 중앙당사를 예방하던 도중 정병국 대표의 도움을 받아 마이크를 옮기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김무성 의원은 쏟아지는 취재진의 질문에도 "더 이상 이야기를 안 하겠다"며 "이제 그만하라"는 반응만을 보였다.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은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지자, 의총 도중 잠시 밖으로 나와 취재진에게 "당황스럽다"며 "정치 개혁을 위해 함께 하길 바랬다"고 구두 논평을 냈다.

    이어 의총이 끝난 뒤 정식 논평을 통해 "반기문 전 총장이 불출마 이유로 지적한 잘못된 정치 풍토는 우리 정치권에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며 "바른정당은 좌고우면 않고 깨끗한 보수, 따뜻한 보수의 창당 정신을 지키며 경제위기와 안보위기를 극복할 유능한 리더십 창출에 전념하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에서 이미 대권 도전을 선언한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제각기 놀라움을 표했다.

    전날 타계한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장관의 빈소를 찾아 조문하고 있던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취재진과 만나 "오전에 당사에서 '정치를 안 하다가 하시니 힘드시지 않느냐'고 안부를 물었는데, 갑자기 (불출마) 결정을 해서 정말 갑작스럽고 충격적"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굉장히 위기인데, 보수 지지자들이 이번 대선에서 상당히 기대고 싶던 반기문 전 총장이 갑자기 불출마 선언을 해서 보수층 입장에서 많이 허전할 것"이라며 "나도 내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뒤, 이날 광주광역시를 찾아 광주송정역 시장에서 상인들과 간담회를 갖는 등 지방 일정 중이던 남경필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시대의 요구는 정치의 세대교체로 흘러가고 있다"며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