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선 뒤 "북한 먼저" 가는 정책, 뒷받침할 통일부장관 누구를 쓸 것인가
  • ▲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구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 의원으로부터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 투표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받고 악수를 하며 격려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구 통합진보당 김선동 전 의원으로부터 이석기 의원 체포동의안 반대 투표를 당부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받고 악수를 하며 격려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대통령 궐위에 따라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는 당선 뒤 취임까지 '인수위 기간'이 따로 없다. 당선되자마자 그날로 바로 임기 시작인데, 최근 국내외에 관련된 여러 정책 문제에 있어서 파격적인 언행을 구사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과연 자신의 '정책 파트너'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을까.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15일 외신기자간담회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에 관해 "다음 정부로 미루는 것이 옳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에 관해 "공론화 과정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였는데, 살펴보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중대한 외교 정책의 급선회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어 16일에는 한 전직 MBC 기자를 찾아가 공영 지상파방송에 대해서는 "국회에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개혁기구'를 구성해 적폐 해소를 논의하겠다", 종합편성채널에 대해서는 "재인가의 기준과 요건을 엄격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집권 후 언론 정책의 일단을 내비쳤다.

    그 자신도 스스로 "앞으로 정권을 교체하면 당연히 할 일이지만,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고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일"이라고 '제 발 저린 반응'을 보이면서도 "촛불혁명의 힘으로 한 번 제대로 바꿔보자"고 밀어붙일 자세를 취한 것이다.

    이날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는 통일·외교·안보 및 사회 정책에 대한 입장이 보도됐는데, 문재인 전 대표는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미국보다) 주저없이 북한을 먼저 가겠다"며 북한에 '당선 인사' 갈 뜻을 내비치고, 사회적으로는 이른바 '친일·독재 세력'으로 자신이 지칭하는 세력을 향해 "단호한 응징을 감행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과연 문재인 전 대표는 누구를 입각시켜, 자신의 이러한 정책적 소신을 함께 논의하고 추진할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소추를 인용해 파면 결정을 하게 되면, 결정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한다. 대통령 궐위에 따른 대선은 당선으로부터 취임까지 달리 '인수 기간'이 존재하지 않고, 당선과 동시에 5년 임기가 즉시 시작된다.

    당선 이후에 인사 검증을 해서 조각(組閣)에 나설 여유가 없다. 통상적인 경우처럼 두 달 정도 고민해서 첫 내각을 구성한 뒤 그 중에 몇 명은 언론의 검증이나 국회 인사청문 과정에서 나가떨어지다보면, 금쪽 같은 '임기 1년차'의 첫 수 개월이 그냥 사라져버린다.

  • ▲ 일본의 제1야당 민진당의 무라타 렌호 대표가 지난 9월 국회에서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을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렌호 대표는 당대표가 된 뒤, 즉시 섀도 캐비닛 명단을 발표했다. ⓒ뉴시스 사진DB
    ▲ 일본의 제1야당 민진당의 무라타 렌호 대표가 지난 9월 국회에서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을 상대로 질의를 하고 있는 모습. 렌호 대표는 당대표가 된 뒤, 즉시 섀도 캐비닛 명단을 발표했다. ⓒ뉴시스 사진DB

    이 때문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각 후보 진영에서는 미리 섀도 캐비닛(예비 내각)을 구성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섀도 캐비닛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일상화된 제도다. 언제든 수시로 중의원의 해산과 총선거가 치러질 수 있고, 총선거에서 다수당이 되는 순간 내각을 구성해 국가 운영에 나서야 하므로, 야당이라 할지라도 총선거에서 이겼을 경우에 대비한 예비 내각을 항상 구성해둬야 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제1야당 민진당 무라타 렌호(村田蓮舫) 의원은 지난 9·15 전당대회에서 승리해 당대표가 된 직후, 곧바로 '넥스트 내각' 명단을 발표했다.

    내각총리대신은 자신이 맡고 △부총리 호소노 고시(細野豪志)·에다 겐지(江田憲司) △관방상 오구시 히로시(大串博志) △재무상 오츠카 고헤이(大塚耕平) △문부상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농수산상 무라오카 도시히데(村岡敏英) △국토상 구로이와 다카히로(黒岩 宇洋) 의원 등으로 하는 명단이다.

    이 중 △법무상 아리타 요시후(有田芳生) △외무상 후지타 유키히사(藤田幸久) 의원은 우리나라의 관심을 끌었다. 아리타 의원은 혐한(嫌韓) 시위 등 '헤이트 스피치'에 반대하며 이를 규제하는 법안을 수 차례 발의한 적이 있다. 후지타 의원은 일본 국회 내에서 대표적인 '입아(入亞)'론자로, 대중(對中)·대한(對韓)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처럼 '섀도 캐비닛'이 존재하면 주변국은 정권교체가 일어날 경우, 어떠한 외교 정책을 펼쳐질지 미리 예측할 수 있어 국제정세의 불안정성이 완화된다. 일본 국민들도 렌호 대표가 발표한 '넥스트 내각' 명단을 보고, 민진당이 집권할 경우 펼칠 사회 정책 등을 예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지금 문재인 전 대표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연일 깜짝깜짝 놀라고 있다. 대선이 당장 언제 치러질지도 모르는데, 유력한 대권주자의 언동이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니 정치·경제·외교·안보 전 분야에서 불확실성만 증대되고 있다.

  • ▲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구 통진당 이정희 전 대표를 만나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함께 구 통진당 이정희 전 대표를 만나 환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누고 있는 모습. ⓒ뉴시스 사진DB

    이 와중에 민주당에서는 조만간 실무 기구를 구성해 '경선 룰' 논의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문재인 전 대표와 민주당의 대권주자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7일자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완전국민경선과 결선투표 정도만 보장된다면 괜찮다"고 했고, 박원순 서울특별시장도 민주당 일부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경선 룰은 문재인 대표가 대폭 양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문재인 전 대표 측도 이를 받아들여 '경선 룰'에서 양보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래문(이래도 저래도 문재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은 방식을 어떻게 하더라도 문재인 전 대표가 후보가 되는 것이 확정적인데, 굳이 사소한 '룰 시비'를 벌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문재인 전 대표가 당원층에서는 워낙 앞서 있기 때문에, 완전국민경선이 아닌 당원 경선으로 가게 되면 경선의 흥행이 현저히 떨어지게 된다는 계산이 서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차피 문재인 전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것이 분명한 마당에, 국민이 궁금한 것은 민주당의 경선 룰이 어떻게 되느냐는 아닐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가 어떤 사람들과 무슨 정책을 추진할 것인가가 유권자가 진정으로 궁금해하는 내용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과거 구 통합진보당이 해산될 때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은 너무나 안타깝다"며 "민주주의가 상처를 입었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지난 4·13 총선 때는 특정 지역구에서 구 통진당에 몸담았던 후보로의 단일화를 위해 소속 정당인 민주당 예비후보 자진 사퇴 기자회견에 배석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 차례 구 통진당 세력까지 포괄하는 '야권 연대'를 모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그렇다면 일각에서 회자되듯이 구 통진당 세력과의 연립내각까지도 고려에 넣고 있는 것인지, 문재인 전 대표가 섀도 캐비닛을 공개함으로써 답해야 한다.

    구 통진당의 이정희 전 의원을 법무부장관으로 입각시킨다든지, 내란음모죄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복역 중인 이석기 전 의원을 사면·복권시켜 통일부장관으로 기용한다든지 하는 말들이 나온다. 당선 후 "주저없이 북한을 먼저 가고", 이른바 '친일·독재'로 매도하는 세력을 향해 "단호한 응징을 감행하겠다"는 정책 노선에서 보면 이상한 내각 인선도 아니다.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를 뒷받침할 외교부장관은 누구로 할 것인지, "정권이 언론을 길들이려 한다는 정치적 해석'을 무릅쓰고 언론 정책을 밀어붙일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은 누가 될 것인지 하나하나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인물과 이름들은 있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최근 언동이 워낙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보니, 그의 머릿속에 있는 '섀도 캐비닛'도 범인(凡人)들이 상상하는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지 않을까 싶다.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서둘러 자신의 '섀도 캐비닛'을 발표해, 국민들과 주변국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