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朴… 계파색 옅어야 승산 판단, 정우택에 출마 요청하면서 A의원 만류非朴… B의원이 승산 높다 판단했으나, 나경원 출마 전심전력 지원키로
  • ▲ 오는 16일 치러질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의원(왼쪽 두 번째)과 정우택 의원(오른쪽 끝). ⓒ뉴시스 사진DB
    ▲ 오는 16일 치러질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를 선언한 나경원 의원(왼쪽 두 번째)과 정우택 의원(오른쪽 끝). ⓒ뉴시스 사진DB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이 친박계와 비박계가 각자 계파별 대표선수를 내세움으로써 계파간 전면 세(勢) 대결의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대표선수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양 계파의 대조적인 문화가 여실히 드러났다는 평이다.

    친박계는 정우택 의원(4선·충북 청주상당)과 이현재 의원(재선·경기 하남)을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로 내세웠다.

    '친박 핵심' 의원들은 16일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이번 경선에서 친박 색채가 짙은 인사를 내세울 경우 필패(必敗)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 하에 계파 색이 옅으면서도 친박계와 당무 사안을 무리없이 조율할 수 있는 온건한 인물을 물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우택 의원은 싱크탱크 '더좋은나라전략연구소'를 창립하는 등 대권 행보를 해오고 있었기에 당초 친박 핵심의 원내대표 출마 요청에 난색을 표했으나, 조만간 소집될 전국위원회에서 '대권주자는 대선 1년 6개월 전에 선출직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당규를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출마 결심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우택 의원은 14일 오후 국회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강한 계파 색채를 띈 인물은 이번에 출마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게 당내의 분위기로 알고 있는데, 그간 내가 걸어온 길이 비교적 중도 성향"이라며 "(친박) 색채가 엷다는 점에서 많은 의원들이 내게 구당(求黨) 차원에서 출마를 종용했다"고, 강한 출마 요청이 있었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통령 감으로 올 수 있기 때문에 당헌·당규 상의 '1년 6개월' 제한 규정을 푸는 부칙을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1년 6개월' 조항을 적용하지 않는다는 부칙이 전국위에서 제정될 수 있기 때문에 (나의 대권 도전 여부는) 유동적"이라고 부연했다.

    이처럼 '소 잡는 칼'인 대권주자 정우택 의원을 '닭 잡는 무대'인 원내대표 경선에 급히 차출하는 승부수를 띄우는 과정에서, 친박 핵심은 출마를 강력히 희망했던 A의원을 주저앉힌 것으로 알려졌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4선 중진 A의원은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의 표명 이후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준비했다. 이 과정에서 한 종합편성채널 메인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이 비박계로부터 '인적 청산 대상 8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것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등 친박 색채 빼기에도 나름대로 노력했다.

    하지만 친박 핵심은 A의원의 승산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판단 하에 출마 만류를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조원진 수석최고위원은 이날 "(친박) 색깔이 짙은 분들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며 "비대위 구성이 되면 친박 핵심들은 2선 후퇴한다는데 다들 동의하고 있으니, 그 일환에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도 치러질 것"이라고 '친박 핵심'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친박계 모임에 참여하는 한 중진의원은 이와 관련해 "A의원은 지난 8·9 전당대회 때에도 출마를 결심했다가 친박 핵심들의 '교통 정리' 과정에서 만류를 받아 물러선 적이 있다"며 "번번이 이런 일이 반복되니 대단히 섭섭한 모양"이라고 전했다.

  • ▲ 오는 16일 치러질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나경원 의원(사진 가운데)과 정우택 의원(오른쪽). ⓒ뉴시스 사진DB
    ▲ 오는 16일 치러질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진 나경원 의원(사진 가운데)과 정우택 의원(오른쪽). ⓒ뉴시스 사진DB

    이처럼 계파 소속 의원의 강력한 출마 의지가 있더라도, 냉정하게 경선의 승산을 따져 '교통 정리'에 나서는 것이 친박계의 일사불란한 움직임이라면, 비박계의 계파 문화는 상당히 대조적이라는 평이다.

    비박계는 나경원 의원(4선·서울 동작을)과 김세연 의원(3선·부산 금정)을 각각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후보로 내세웠다.

    당초 비박계에서는 오는 16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경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백가쟁명(百家爭鳴)식의 아이디어가 난립했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사의를 반려하고 유임케 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합의추대를 시도해보자는 견해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주장이 다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경선을 보이콧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정진석 원내대표가 지난 12일 사퇴를 선언하자마자 이튿날인 13일 경선을 공고하고 사흘 뒤인 16일 경선을 치르는 방식으로 일사천리식 일방통행을 하고 있는 친박계에 맞서기에는 현실적으로 세(勢)가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강경한 보이콧 움직임으로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은 궁극적으로는 탈당과 신당 창당을 해야 한다는 움직임과도 맞닿아 있다.

    하지만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 강력한 의욕을 보임에 따라, 갑론을박을 접고 나경원 의원을 대표선수로 삼아 전심전력으로 지원하는 것으로 논의가 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의 중핵인 중진의원 측 핵심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당초 비박계에서는 원내대표 경선전에 임하게 된다면 B의원의 승산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며 귀띔했다.

    대구·경북(TK) 지역구인 4선 중진 B의원은 이번 4·13 총선을 앞두고 친박계 이한구 공천관리위원회 체제의 '막장 공천'의 희생양이 되면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뒤 생환했다. 이처럼 낙천을 겪은 뒤 비박계 색채가 다소 짙어졌지만, 원래는 계파 색채가 지극히 옅은 인물로 박근혜정부에서 청와대 보직을 맡기도 했다.

    그만큼 친박계와 비박계를 가리지 않고 두루 친분을 쌓고 있으며, 19대 국회에서 친박계 핵심에 해당하는 의원과 러닝메이트로 정책위의장에 선출된 적도 있기 때문에 득표 전략상 유리할 것으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B의원은 지난 8·9 전당대회에도 출마해 예상외의 높은 득표력을 입증해 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나경원 의원의 출마 의지가 강하자 굳이 승산을 따져가면서까지 무리한 '교통 정리'에 나서기보다는, 당사자의 도전 의지를 존중하면서 나머지 의원들이 전심전력 지원하는 방향으로 선회가 이뤄졌다는 전언이다.

    나경원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연 출마 기자회견에서 "정우택 의원은 평소 굉장히 존경하는 합리적인 분이지만, 친박 색채가 옅다고 할 분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선거보다는 추대로 되는 것이 맞다고 봤기 때문에, 친박계에서 후보를 냈다는 게 놀랍기도 하다"고 원내대표 경선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냉정하게 승산을 따져가면서 적극적으로 '교통정리'를 해서 대표선수를 내는 친박계의 조직력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낀다"며 "조직력으로 승부하는 친박계와, 국회의원 개개인의 의사를 존중하는 비박계 간의 혈투가 어떤 결과를 낼지 주목된다"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