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신 입각 이래 요즘이 여성정치인 평가 최악인 시기"… 여파 휘말려
  • ▲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탈락한 나경원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총회장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 경선에서 탈락한 나경원 의원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친 뒤 총회장을 나서며 취재진에게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번에는 비박(非朴)에서 주호영 의원을 (원내대표 후보로) 낼 줄 알았는데……"

    지난 14일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전의 후보 윤곽이 드러나자, 범친박(汎親朴)으로 분류되는 중진의원실 관계자가 고개를 갸웃하며 한 말이다. 이번에는 여건상 나경원 의원이 '큰일'을 하기가 어렵다는 설명이었다.

    친박(親朴)의 정신적 지주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당해 무력화됐다. 그럼에도 친박계는 사퇴를 거부하고 당 윤리위에 '공수부대'를 투입해 점거하는 등 민심에 역주행하고 있다. 나경원 의원이 도전했다가 정진석 의원에게 패했던 7개월 전 원내대표 경선보다 일견 상황이 좋아진 듯 하다.

    하지만 "내실은 그렇지 않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었다. 결과적으로 16일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나경원 의원은 55표를 득표해, 62표를 득표한 정우택 의원에게 석패했다.

    왜 이러한 결과가 나타났을까. 나경원 의원의 패배를 예견한 주장의 기저에는 '여성정치인 디스카운트 현상'이 깔려 있다.

    '여성정치인'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인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망가질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다. 특히 '올림머리' 스타일로 머리 다듬기 등 여성으로서의 특수성이 '세월호 7시간'과 맞물리면서 비판과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한 중진의원은 "임영신 장관이 (1948년) 초대 내각에서 상공장관으로 들어간 이래, 이렇게까지 여성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나빠져본 적이 없었을 것"이라고 혀를 찰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을 이끌고 있는 추미애 대표의 행보도 여성정치인에 대한 평가절하에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 추미애 대표는 지난 8·27 전당대회에서 선출된지 불과 넉 달도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민주당 안팎에 싫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근거가 불분명한 "주사가 좋아 정신이 몽롱"하다든지 "최순실과 심령대화를 했던 신정정치"라고 매도하는가 하면, 원내 협치(院內 協治)의 상대방인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최순실의 호위대"라며 "대한민국을 사교에 봉헌하는데 울타리를 쳐준 공범집단"이라고 막말을 쏟아냈다.

    아침에 박근혜 대통령과 영수회담을 제의했다가 저녁에 스스로 거둬들이는 말바꾸기·조변석개를 일삼는가 하면, 공조 중인 다른 야당과는 아무 협의 없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최고위원과 '대통령 퇴진 일정'을 놓고 전격 회동하는 등 충동적 자기정치를 일삼았다. 이에는 8·27 전당대회에서 그를 전폭적으로 밀어 당선시킨 친문(親文) 계파조차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는 전언이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기소돼 지난 14일 검찰로부터 벌금 300만 원을 구형받은 추미애 대표는 오는 23일 선고공판을 앞두고 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추미애 대표가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 조기 대선을 준비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여야를 가리지 않고 여성정치인의 정치적 리더십에 물음표가 달리고 미흡한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어, 정치권 안팎에서 여성정치인에 대한 평가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출마 결행은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비박계 일부 의원들도 내심 이를 우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박계 핵심 중진의원은 보좌진들에게 "이번에 나경원 의원으로는 어려울 것 같은데……"라고 염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본인의 출마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면전에서 '여성이라 이번에는 안 된다'고 만류하는 것은 자칫 자신의 정치생명을 끝장낼 수 있는 망언(亡言)이 될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속앓이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다.

    나경원 의원 본인으로서는 대단히 억울한 일일 수 있다.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나온 판사 출신 4선 의원인 나경원 의원은 평소 활발한 의정 활동으로 높은 평가를 받아온 차세대 정치 리더다. 서울특별시장 후보로 출마하는 등 정무적으로도 폭넓은 행보를 했다.

    중장기적으로는 2017년 조기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까지 겨냥하고 있던 나경원 의원의 입장에서는 지난 7개월 사이 두 차례의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한 것은 뼈아프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과 추미애 대표 같은 사람들 때문에 나경원 의원이 정치적 리더십을 입증해보일 기회조차 잃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며 "당과 나라 차원에서도 손실"이라고 애석해했다.